어린 시절, 난 팝송을 즐겨 들었다. 그러나 돈이 없어 LP판이나 해적판 카세트는 살 형편이 못되었다. 가난한 이가 팝송을 즐기는 방식? 라디오 겸용 카세트 녹음기로 방송을 듣는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 버튼을 누른다. 그때 녹음하다 DJ의 멘트가 나오면 짜증이 솟기도 하고, 광고 때문에 2절이 잘리면,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래 하나 내것으로 만들기 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대학 시절, 난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돈이 없어 회화 테이프나 월간 CNN 잡지는 살 형편이 못되었다. 가난한 이가 청취 공부하는 방식? AFKN 라디오에서 매시 정각에 하는 AP연합뉴스를 들었다. 매시 정각에 5분하는 뉴스 위주로 일과를 짰다. CNN 뉴스 잡지를 사면 테잎이 부록으로 나오긴 했는데, 난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걸 믿지 않는다. 뜻만 있다면 무엇이든 공짜로 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통역 공부를 위해서는 현장감 넘치는 뉴스를 들어야했다. 그래서 BBC 월드 뉴스를 들으려고 단파 라디오까지 샀는데, 수신불량 때문에 영어 청취 공부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애플의 아이팟을 만났을 때, 느낀 희열이란! 아이팟은 음악을 소유하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내 손안에 들어가는 수천 곡의 노래. 내 맘대로 디제잉하듯이 수천곡의 노래를 다양한 재생목록으로 편집할 수도 있다. 디제이가 틀어주는 노래만 들어야했던 라디오와 달리, 이제 내 맘대로 노래 재생 순서를 편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수천곡의 노래 중에서 어떤 곡이든 단 세번의 휠터치로 찾아듣는다! 이건 혁신이었다.

하지만 짠돌이 피디인 내게 더 큰 희열을 안겨준건 아이팟 관리 프로그램 아이튠즈였다. 아이튠즈 스토어 안에 있던 팟캐스트와의 만남 덕분이다. 세상에! BBC며 NPR이며 모든 영어 뉴스 프로그램이 다 공짜다. 미국의 팟캐스터 개인이 만들어 올린 코미디 방송을 들으며 생생한 회화체 표현을 배울 수도 있었다. 매시 정각에 나오는 뉴스를 듣기 위해 시계를 계속 확인 할 필요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심지어 공짜라니! 나같은 짠돌이 덕후는 팟캐스트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팟캐스트란 무엇인가? PodCast, 아이팟(iPod) 더하기 방송(Cast), 즉 아이팟으로 듣거나 보는 방송이다. 오디오건 비디오건 컨텐츠 구독이 가능하여 새로운 에피소드가 나오면 아이튠즈에서 자동으로 다운받아서 쉽게 방송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전에는 스트리밍 방식의 인터넷 라디오가 많았는데, 방송 중 끊기거나 인터넷 연결된 상태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팟캐스팅 방식으로 하면, 개인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에 저장해두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는 팟캐스트가 아이튠즈나 아이팟, 혹은 아이폰 전용 콘텐츠로 알려져 있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팟캐스트 구독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팟의 전유물인 것 처럼 알려지는데 반발해서 Personal On Demand를 줄여 PODcast라고 용어를 새로 규정하기도 한다.  

팟캐스트, 공짜로 영어 공부하려는 사람이나, 세상을 공부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아주 유용한 컨텐츠이다. 팟캐스트, 어떻게 즐기고 만들 것인가,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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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오 2012.03.21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플의 팟캐스트는 일종의 미디어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강한 이유가 아이폰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아이튠즈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 두기다! 2012.03.21 1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들과 딸이던가요? 막내 딸이 엘비스 노래(Green Green Grass Of Home) 라디오에 한국어로 신청하던 장면 떠오릅니다. ㅋㅋ 아. 문세 오라버니의 별밤... 노래 중간에 말하는 거랑 1절에 끊기는 거 정말 싫어 했던 한 사람인데요, 전 팝송 말고 가요! ㅋㅋ 조하문, 박남정, 젝키! ㅋㅋ ㅎㅎㅎㅎ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