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의 경제 공부

짠돌이를 만나는 것도 재테크다.

by 김민식pd 2024. 2. 12.

평생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며 살았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미혼이신가 봐요?”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어떻게 저축을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뜻이겠지요.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더 좋은 건 잘 버는 사람을 만나 함께 자산을 불려가는 것입니다. 혼자 벌고 모으는 것보다 둘이 벌고 모으는 게 더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이거든요. 

재테크에 있어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돈을 잘 버는 배우자를 만나는 겁니다. 저는 운이 무척 좋았어요. 많이 버는 배우자를 만났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영업사원도 하고, 통역사도 하고, 방송사 피디도 해봤어요. 총각 시절에 3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봤어요. MBC 입사 후에는 신인 탤런트도 만나고 리포터랑 사귀기도 했어요. 나이 서른이 넘어 결혼을 고민하다 깨달았어요. 방송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 나보다 씀씀이가 크구나. 

일단 연예인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정기예금을 붓는 게 쉽지 않고요.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버니 소비 수준이 높아요. 그런 연예인들과 어울리는 피디 중에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이들이 많았어요. 잘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잘 모으는 건데요, 그런 사람이 드물었어요. 그때 문득 통역대학원 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1990년대 후반, 한국에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그래서 동시통역사들은 당시 기준으로 시급 5만 원이라는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어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많은 돈을 벌어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며 사는 이들도 많았어요. 문득 결혼 상대로는 방송사보다 통역대학원에서 만난 사람을 택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재미난 사회적 현상을 가져와 쉽게 풀어낸 덕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있어요. <괴짜 경제학>. 그 책이 히트를 치자 <슈퍼 괴짜 경제학>이라는 속편도 나왔는데요. 거기에 ‘억대 샐러리맨과 결혼하는 법’이 소개됩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업군은 무엇일까요? 프로 야구 선수, 법무법인 변호사, 이런 특수한 직업 말고, 일반 회사원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이들은 투자은행 딜러나 금융 컨설턴트입니다. 대부분 미국의 최고 경영대학원 (MBA) 출신들이지요. 

MBA와 고액 연봉 사이 상관관계는 분명히 성립합니다. 미국 MBA는 2년 학비만 1억 원이 훨씬 넘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데도 MBA에 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MBA 졸업장과 고액 연봉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2009년에 나왔고요.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 이후 MBA의 인기는 조금 시들해졌습니다.)
 
MBA를 나온 여자는 어떨까요? 그들 역시 고액 연봉자가 될까요? MBA 여자 졸업생들의 10년 후 진로를 살펴보니, 의외로 많은 이들이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었어요. 여성은 험난한 금융업계나 컨설팅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한 탓일까요? 비싼 학비 들여 경영대학원을 나온 이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어요. 그들의 남편이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하니까요. 책에서 소개한 ‘억대 샐러리맨과 결혼하는 법’은 자신이 억대 샐러리맨이 되라는 조언이었어요. 좋은 경영대학원에 다니면, 학교에서 눈이 맞거나, 졸업 후 같은 금융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수월하다고요.

20대에 읽은 책에서 배웠어요. ‘평생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 자신의 가치를 올려 고용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고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때, 세미나 통역사의 임금을 보며 느꼈어요. ‘와, 잠깐 일하고 돈은 엄청 많이 받아가네?’ 그래서 영업을 마치면 영어 학원에 가서 통역대학원 입시반 수업을 들었어요. 

피디로 일하면서 제일 부러운 직업은 작가였어요. 촬영팀은 추우나 더우나 야외에서 고생하며 일하는데 작가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일하더라고요. 글쓰기라는 기술을 장착하면 전문가로서 나의 몸값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 한 편씩을 올렸고요. 그 덕분에 명예퇴직한 후, 책을 읽고, 여행 다니며, 글을 쓰는 인생 후반전이 열렸지요.

결국, 자기계발의 핵심은 내 몸값을 올리는 거고요. 그렇게 해서 잘 버는 사람을 만나는 건데요. 재테크에 있어 고소득 배우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아끼고 저축하는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아무리 잘 벌어도 씀씀이가 헤프면 말짱도루묵이거든요. 즉 돈을 잘 벌고 잘 모으는 배우자를 만나는 게 금상첨화입니다. 그런데요, 돈을 잘 벌기는 쉽지 않아요. 나도 그렇고 남도 그렇고요. 그러니 일단 아끼고 잘 모으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건 나만 잘 하면 되거든요.

짠돌이로 사는 게 재테크에서는 1순위고요,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해도 좋아요. 

돈을 더 잘 버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이어 말씀드리겠습니다.

2024년 기획 특집, <짠돌이의 경제 공부>는 계속 이어집니다.

(DALL-E가 그려준 검소한 짠돌이의 거실 풍경. ^^ 예전에는 조연출에게 편집에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오라고 시켰는데, 이제는 인공지능한테 부탁하네요. ^^)

반응형

'짠돌이의 경제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쓰는 건 너무 쉽다  (14) 2024.02.26
돈을 잘 버는 비결  (8) 2024.02.19
진짜 부자, 가짜 부자.  (8) 2024.02.05
돈은 빚이다  (13) 2024.01.22
내 평생 최고의 재테크 조언  (9)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