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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새해,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by 김민식pd 2024. 1. 1.

정대건 장편 소설 <GV 빌런 고태경>을 읽었습니다. 저는 휴대폰 메모장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을 기록합니다. 신문을 읽다가,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책을 읽다가, 페이스북을 보다가, 문득문득 재미날 것 같은 책을 보면 제목을 메모해둡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내가 언제 어떤 경로로 이 책을 추천받았는지 모를 때도 있는데요. 다 읽고 나면 문득 책을 추천해준 분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정말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이 소설은 흥행에 실패한 독립영화 감독 조혜나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에서 ‘GV 빌런’ 고태경을 만난 뒤, 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GV 빌런’은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와 악당이라는 뜻의 ‘빌런(villain’의 조합어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상하고 무례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관객을 말한다.‘

책 소개글을 읽고 살짝 찔렸어요. 제가 이렇거든요. 저는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고 질문을 합니다. 또는 영화를 보다 너무 웃겨서 폭소를 터뜨리다 주위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기도 해요. 음...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는 사람이거든요.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주인공에게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 

“영화감독이 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촬영은 촬영감독이 하고, 연기는 배우가 하고, 감독은 선택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선택에는 정답도 없고, 그래서 어렵지. 마치 인생처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왜 감독의 말을 듣겠어. 남들보다 잘 선택해야 돼. 선택의 프로가 되어야 해.”

저는 그게 늘 두려웠어요.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 그러기에 저는 방송이 끝나면 혼자 조용히 책을 읽었어요. 더 좋은 감독이 되는 길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데, 그래도 그걸 가장 쉽게 알려주는 게 책일 것 같았거든요.



상업 영화 제작의 기회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주인공, 나에게 과연 재능이 있나 고민하는데 옆에서 누가 그럽니다.

“재능이니 뭐니 하는 건 이십 대에나 하는 거 아냐? 그냥 하는 거지. 이 나이 되니까, 재능 있다던 사람들 그만두고 재능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다 지켜봤어. 꾸준히 계속하는 의지야말로 진짜 재능이지.”

이 말에도 공감합니다. 제가 24년 피디로 일하며 느낀 점. 오래 일하다 보면 결국 평균에 수렴합니다. 첫 작품으로 우연히 대박이 나기도 하고, 다음 작품으로 바로 쪽박을 차기도 하고 그러지만, 계속 만들다 보면 잘 되는 작품도 있고 안 되는 작품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잘 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 것도 보게 되고요. 

같이 영화 학교에 다닌 한 친구가 영화 제작하다 크게 상처를 입고는 영화를 조롱하는 유튜버로 변신합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영화에 대해 온갖 조롱을 퍼붓고 찰진 욕설을 뱉고 비웃는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려요. 
“왜 좋아하는 영화 리뷰가 아니라 이런 걸 해?”
“이게 더 인기 있어. 자극적일수록 조회수가 나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돈도 되고.” 

어떤 것에 대한 사랑보다는 조롱과 냉소가 더 쉽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책의 마지막 대목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조롱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값싼 것이니까요. 저는 아직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 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

2020년에 명퇴를 선택하고 회사를 나왔어요. 로맨틱 코미디 연출, 제가 참으로 사랑한 저의 일이었지만, 이래저래 상처를 받기도 했고요. 이제 더 꿈을 쫓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아직 가슴 뛰는 꿈과 열망이 있어요. 재미난 책을 찾아서 읽고 재미난 이야기를 말과 글로 들려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GV 빌런 고태경> 모든 사람의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에요. 
새해에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분 자신의 꿈을 응원해보시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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