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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강연의 3대 요소

by 김민식pd 2023. 7. 31.

얼마 전 대학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인문학 콜로키움이라는 이름을 단 행사였는데,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행사라 그런지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했습니다. 오히려 그 행사를 주관하는 교수님들이 많이 오셨어요. 한 학생은 계속 노트북으로 카톡을 주고받는지 시종일관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강의 중간에 일어나 나갔어요. 출석을 부르지도 않고 시험을 보지 않는 특강은 그런 거지요. 살짝 맥이 빠지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청중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수업이 끝나자 한 교수님이 오셔서 그러시더군요.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살라고...” 제가 강의에서 너무 웃겨서 학생들의 기대치를 높여버렸다는 거죠. ^^ 
‘교수님은 학자이시고 저는 코미디 피디입니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게 업이고 저는 사람을 웃기는 게 업인 걸요.’ 

강연은 한자로 쓰면 ‘講演’입니다. 익힐 강 講, 연기할 연 演. 즉 강의는 강의인데, 공연 형식의 강의입니다. 배우가 연기하듯 해야 하고요. 강의보다는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강연을 할 때 저의 목표는 딱 하나입니다. ‘웃기자!’

그런데 이게 쉽지 않아요. 강연을 더 잘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찾은 책이 있어요.

<강연자를 위한 강연> (권오준 / 학교 도서관 저널)

책소개 글입니다.


'유치원에서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성인까지.
작가와의 만남에서 북콘서트까지 대상 불문, 형식 불문,
강연 공간을 재미와 감동으로 챙는 학교 강연 전문가의 노하우 대방출!'

첫머리에 이렇게 나와요.

“이거 노하우를 방출하는 거 아녜요?”
강연자를 위한 강연을 마치고 뒤풀이할 때 한 작가가 내게 말했다. 그는 내가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강연 시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또 훌륭한 강연자가 자꾸 나온다면 이 시장은 더 커지고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진심이다. 이 책의 내용이 오랫동안 학교와 도서관 등 강연의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몽땅 털어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10쪽)

작가들의 모임에 나갔다가 “초등 강연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자는 이렇게 답합니다. 
“강연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이른바 강연의 3대 요소죠.” 
그럼 사람들이 받아적을 준비를 해요.
“첫째는 ‘재미’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둘째는 뭘까요?”
“감동이요.”
“소통이요.”
“두 번째 요소는 말이죠. 그건 바로 ‘재미’입니다.”
좌중에 폭소가 터져나옵니다. 다시 물어요.
“그럼 세 번째는 뭘까요? 금방 맞추시겠지요?”
“재미요!”
“맞습니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입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중요한 사실을 공개할게요. 이 세가지 요소 말고 진짜 중요한 네 번째 요소가 있습니다.”
다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그게 뭐죠?”
“여러분, 오늘 이거 처음 공개합니다.”
참석자들이 침을 삼켜요.
“그건 바로 재밉니다.” 

확 와닿는 말씀입니다. 초등생 아이들은요, 재미가 없으면 몸이 배배 꼬이고요, 딴짓을 하게 됩니다. 금세 반응이 와요. 대신 재미있으면 그만큼 잘 몰입하는 친구들도 드물어요. 

자, 그렇다면 강연을 잘 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권오준 저자가 하는 준비는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맞아요, 강연을 잘 하려면 컨디션이 좋아야 해요. 내가 체력이 떨어지면, 톤이 떨어지고요, 조금만 반응이 없어도 확 맥이 빠집니다. 저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강연장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약속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하려고 합니다. 시간을 딱 맞춰 가려다 갑자기 늦어지면 멘붕에 오고요, 허둥지둥 달려가느라 컨디션이 최악이 되거든요.



초등생 대상 강연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야단치기다. 만일 강연 중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강연을 하다 보면 아주 드물게, 심하게 장난을 치거나 강연자에게 내용과 상관없는 아주 이상한 질문을 던지면서 깐죽거리는 아이도 있다. 그때는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는 심정으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화를 내거나 야단치면 안 된다. 만일 아이에게 야단을 친다면, 그 순간 다른 모든 아이들은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 것이다. 설령 야단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보는 시각이 다르고 자칫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259쪽)

지하철을 타다보면 가끔 누가 전화 통화를 하다 큰소리로 욕을 하는 걸 듣게 됩니다. 그때 기분이 어때요? 나한테 하는 욕이 아닌데도, 내가 기분이 막 움츠려들지요? 교실 안 아이들도 그래요.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라도, 강사가 누군가를 혼내면 전체 분위기는 싸늘해집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공감하기보다 늘 함께 노는 친구에게 공감하기 더 쉽거든요. 아이들이 강사에게 적대감을 품은 순간, 게임오버입니다.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늘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내가 기분이 좋아야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도 너그럽게 받아넘길 수 있거든요.

저자가 충남 논산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고 나오는데, 일흔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오셔서 비가 오니 논산역까지 태워주겠다고 하십니다. 정중하게 사양했으나 극구 권하셔서 차를 얻어타고 갑니다. 슬쩍 물어봐요.
“오늘 강연 어땠습니까?”
“좋았습니다.”
“뭐가 좋았는지 말씀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진정성이라고 할까요. 뭐 그게 느껴졌어요. 우리 정도 나이가 되면 이상하게도 그런 걸 보게 됩니다. 저 사람의 말이 남의 얘기를 그냥 끌어다가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는지를 말이죠.”

저의 목표는 노후를 잘 사는 겁니다. 인생을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그 일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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