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끝낸 양서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위한 북콘서트가 열렸어요.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고 양평으로 달려가는 길, 창밖으로 내가 좋아하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보입니다. 내년 봄에는 저 길로 달려야지!
그해 봄에 양서고 1,2학년 학생들을 위한 북콘서트가 있었대요. 그 행사를 보신 교장 선생님이, "이 즐거운 행사를 고3 학생들이 입시 준비하느라 못 봐서 너무 아쉽네요. 수능 끝나면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따로 행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라고 하셔서 다시 열렸고요. 제가 좋아하는 숭례문학당의 기획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노래 손님들이 먼저 무대를 열어주셨어요. 크리스마스 캐롤이며, 겨울왕국의 주제가며, 청소년들이 좋아할만한 노래로 레퍼토리를 꾸며주셔서 듣는 저도 흥겨웠어요.
저는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진행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객석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어갔는데요. 독서 신문에 기사로 떴네요.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데, 고3 시절의 저는 거의 망한 인생의 표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 찾아온 때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던 문과 성향의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사회에 나가서 먹고 살려면 이과를 가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부모님 강요에 따라 이과로 갔죠. 그 후로 점차 제 삶이 망가져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적성과 맞지 않아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중간을 유지하기도 어려웠죠.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다 제 의지와 다르게 진행됐어요. 그러다 내 인생은 이제 망했다, 하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망했으니 이제부턴 좀 다르게 살아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민식 작가는 그때부터 스스로 삶의 반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며, 누군가에게 떠밀려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아 노력하고 기회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공부 머리가 있다 없다로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재단하면 안 돼요. 특히 스무 살 이후로는 공부 머리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 그리고 그 분야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해요.”
김 작가는 그러면서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이기고 지는 일에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전했다.
“살다보면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더 많을 수밖에 없어요. 진다는 게 뭐예요? 그건 내가 스스로 더 높은 것에 도전을 했다는 증거예요. 더 높은 곳에 도전하지 않으면 질 일도 없죠. 진 싸움에서는 겸손을 배워요. 하지만 이긴 싸움에서는 오만을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는 일에서 더 훌륭하고 가치 있는 걸 배워요. 저는 열 번 싸워서 아홉 번 지고, 한 번 이기는 삶, 그런 삶을 지향해요.”
어려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김민식 작가는 지금 누구보다 밝고 많은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변신해 있다.
“괴롭다고 우울해하며 속상한 채로 있으면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아요. 오히려 나를 피하거나, 아니면 거꾸로 괴롭히려는 사람까지 있어요. 그럴 때 웃어야 해요.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즐거워져요. 입꼬리만 살짝 올리고 다녀도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오고, 기분도 좋아져요. 의외로 뇌를 속이는 게 어렵지 않아요.”
김 작가는 즐거움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해서도 말했다.
“첫째, 내 즐거움이 남의 괴로움이 되면 안 될 것. 둘째, 지금의 즐거움이 훗날의 괴로움이 되면 안 될 것. 셋째, 처음엔 힘들지만 갈수록 수월해져야 할 것. 저는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혼자서도 살 수 있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죠. 혼자 결정해서 하는 일에는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우리는 혼자라고 것 자체로 외롭다는 느낌을 받지만, 살다 보면 여럿이 함께 있는데도 외로울 때가 많아요. 그게 더 버티기 힘든 일이에요. 차라리 혼자 외로운 게 나아요.”
“진다는 건 더 높은 것에 도전했다는 증거” < 사람 < 사람·모임 < 기사본문 - 독서일보 (dokseo.kr)
(기사를 찾아서 제보해주신 섭섭이짱님, 고맙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학교 근처에 있는 양평 세미원을 걸었어요.
날이 꽤 쌀쌀했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입고 걷습니다.
"날씨야, 네가 암만 추워봐라, 내가 안 걷나." ^^
1986년 겨울, 대학 입시에서 망했을 때, 30년 후 그 경험을 무대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춥고 괴로운 시절이 오면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이 순간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채우며 살아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
전남 장성군청 장성 아카데미에서 <100세 시대, 소통으로 더 즐겁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합니다. 1월 4일 목요일 오후 4시~6시까지고요. 장성군청 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립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들, 시간 되시면 놀러오시어요.
21세기에 찾아온 3가지 변화,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고령화.
그중 고령화로 인한 장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100세 시대, 공부, 일, 놀이의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소통으로 더 즐겁게 사는 방법을 <외로움 수업>의 저자, 김민식 작가가 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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