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영어 스쿨/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공부하다 슬럼프를 만났을 때

by 김민식pd 2019. 2. 22.

글쓰기 책을 읽다 문득 영어 공부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을 만나 옮겨봅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글쓰기 수업>(최옥정 / 푸른 영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2019/02/15 - [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 나이 50의 글쓰기 수업


영어에 writer's block이라는 말이 있어요. 작가에게 가장 두려운 거죠. 갑자기 글이 막히는 슬럼프를 뜻합니다. 최옥정 작가님도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적은 항상 기다리고 있다. 강적이다. 슬럼프. 여태 잘 해왔는데 갑자기 맥이 풀리고 힘이 빠진다. 애써 뭘 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할 수도 없다. 이른바 슬럼프다.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다.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발전을 맛본 사람일수록 심하게 겪는다. 슬럼프를 겪는다는 건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기초 단계에서는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슬럼프를 어떻게 넘겨야 할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냥 계속 가던 길을 가는 수밖에. (중략) 내가 슬럼프를 겪은 건 두 가지 경우였다. 하나는 영어를 배울 때였고 그 다음이 소설 쓰기였다.

영어는 웬만큼 실력이 쌓일 때까지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어구사력이 꽤 좋아졌을 때 꿈도 영어로 꾸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 영어로 바뀌어 들리면서 그때부터 급속도로 발전한다. 신이 나서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전혀 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온다. 늘지 않는다는 건 내 느낌이고 뇌 안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내가 공부한 것이 축적되고 있다. 이 기간을 못 기다리고 대개 영어를 포기한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이다. (중략)

운동선수든 예술가든 슬럼프를 안 겪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성공한 사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몇 번의 슬럼프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사람에게 보내는 존경이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고 투지가 있는 사람이라 사회에서 인정해주고 써먹으려고 한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언젠가는 벗어난다. 더 나아지려고 그런다는 사실을 믿고 기억해야 한다. 

(위의 책 148쪽)

 

궁극의 도는 통한다더니, 글쓰기 선생님이 말하는 영어 공부 방법이 핵심을 제대로 찌르는군요. 알고보니 선생님은 영문과를 나와 영어 교사로 일하다 30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대요.

슬럼프가 오는 이유가 뭘까요?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말 한마디 못하던 사람이 쉬운 회화는 해요. 그런데 욕심이 듭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문장을 외웠으면 이제 하고 싶은 말은 술술 막 나와야 하는 거 아냐? 아니에요. 거기서 더 가야합니다. 

암송 공부에서 막혔을 때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 그대로 밀어붙이는 거예요. 여기서 멈추지 말고 조금 더 가는 겁니다. 그래야 이제까지 한 고생이 의미가 생겨요. 혹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겁니다. 잠시 영어 문장 암송을 쉬면서,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영문 소설을 읽는 거지요. 여기서 핵심은 슬럼프라고 아예 접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영어 공부를 좀더 즐거운 방식으로 시도하는 거지요. 

책의 원고가 막힐 땐 블로그에 들어와 아껴둔 여행기를 씁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아예 그만 두면 글쓰기 근육이 풀리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작업을 합니다. 책의 원고를 쓰는 건, 새로운 글감을 짜내는 건데요. 여행기는 쉬워요. 찍어놓은 사진과 써둔 메모를 토대로 살을 붙이면 되거든요. 여행기를 쓸 때 즐거운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구요. 다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래, 얼른 새 책 내고 또 여행 가자!' 책을 한 권 쓰는 건 마라톤입니다. 중간에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고지가 나타나요.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오른 발 왼 발 번갈아 내딛는 겁니다. 한 줄 한 줄 붙들고 쓰는 거예요.  

영어 문장을 외운 다음 어떤 교재를 봐야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는지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기초 회화를 정복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장 암송이에요. 중급이나 고급으로 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소설을 읽는 분도 있어요. 학원을 다니며 원어민 강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실력을 다질 수도 있어요.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게 진짜 공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