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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카파도키아 그린 투어

by 김민식pd 2018. 12. 17.
2018 터키 여행 3일차

새벽에 일출을 보러 뒷산에 올랐다가 해뜨는 것보다 더 멋진 장관을 보게 되었어요. 150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풍선을 타고 보는 것과, 언덕 위에서 풍선을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언덕에 선 사람들과 열기구를 탄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요.

바람을 잘 타면, 레드밸리 위로 날아갑니다. 괴레메 마을 위로 날아간 풍선은 대략 망한 거죠. 볼게 지붕밖에 없거든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보고 조종을 잘 해야 하는데, 결국 운입니다. 어떤 조종사를 만나는지, 어떤 바람을 만나는지... 인생이 좀 그렇죠... 

언덕에는 동네 개들이 올라와서 여행자들 사이를 뛰어 놉니다. 고양이도 그렇고 개도 그렇고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요. 

어느덧 해가 떠오르는데, 일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다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풍선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찬란한 태양도 여기서는 조연이라 서운하겠네요. 동해바다에서는 일출이 짱먹는데 말이죠.  

카파도키아 여행 상품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풍선 비행, 그린 투어, 레드 투어. 3종 셋트를 하루에 하나씩 해봅니다. 오늘은 그린 투어가는 날입니다.

첫번째 행선지는 비둘기 계곡입니다.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비둘기를 많이 기르며 비둘기 똥을 다양한 용도로 썼대요. 농업용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비둘기 알은 그림을 그릴 때 염료로 쓰기도 했다는군요. 



그린 투어의 핵심 관광 코스는 바로 지하도시입니다.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부드러운 지반을 파내어 땅굴을 뚫었어요. 

지하 8층 깊이까지 뚫었는데요. 가장 처음 만들어진 동굴의 지하 1층 구역은 약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답니다. 1600년전까지 5000명이 한꺼번에 거주하던 지하도시인데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60년전에 우연히 발견되었답니다. 공놀이하다가 누가 땅에 푹 발이 빠진 거죠. 그렇게 발견된 동굴이 알고보니 지하의 거대 도시였다는...



동굴을 파고 산 이유가 뭘까요? 첫째, 난방입니다. 겨울에는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데, 지하는 영상 15도를 항상 유지한답니다. 두번째는 침략자를 피하는 은신처였어요. 이슬람과 유럽 세력이 자주 충돌하던 지역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기독교 박해를 피해 지하로 내려간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로마의 카타콤처럼 지하 도시를 만들었다는 군요.

위의 사진은 지하 7층에 있는 교회당인데요. 십자가 모양의 1500년 된 지하 교회입니다.


55미터 지하에 35미터 깊이의 우물을 파기도 했어요. 이곳엔 화장실이 없어 옛날엔 항아리를 사용했다는 군요. 우리가 어린 시절 요강을 썼듯이... 아, 요강을 한번도 안 써본 분들도 있겠군요. ^^ 어렸을 때 할아버지 요강 비우는 게 제일 하기 싫은 심부름이었는데 말이지요. ^^

이랄라 계곡의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3세기, 4세기 시절에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수도원입니다.

원래 가톨릭 수도원이었다가, 오토만 제국 시절에는 군사 시설로 쓰이는 요새가 됩니다. 셀축 시대가 되어서는 무역상들의 숙소로 이용되기도 했어요. 


낙타의 하루 이동거리가 40킬로래요. 40킬로마다 숙소가 만들어지는데, 그 이름이 카라반세리입니다. 실크로드 교역이 사라진 후, 최근까지는 노숙자들의 거처로 쓰이기도 했다는군요. 보통 새로운 점령자가 나타나면 불지르거나 무너뜨리는데, 바위산에 지어진 동굴인지라 수천년의 세월을 견뎠군요. 


바위를 무슨 진흙 다루듯 합니다. 


"여보, 주방에 수납공간이 더 필요해요." 
"알았어."

하고는 벽을 파서 자리를 만듭니다.

"아빠, 나 동생들 때문에 방이 좁아요."
"알았어."
하고는 벽을 파면 집이 더 커집니다. 

"아빠, 동생들 때문에 공부가 안 되요."

"알았어."

하고는 바닥을 뚫어 아래에 방을 하나 더 만들지요. 

아버지의 노동으로 대대손손 자손들의 삶이 편안합니다. 카파도키아의 동굴집은 수백년을 가니까요. 

바위 속에 지은 수도원의 교회당. 천정에 그을린 자욱은 100년 전, 이곳에 살던 노숙자들이 불을 피워서 생긴 거래요. 불과 백년 전에는 이곳이 훗날 터키의 귀중한 관광자원이 될 지 몰랐겠지요. 화산이 만든 독특한 지형지물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날아올 줄은...

계곡에, 지하도시에, 바위를 뚫어 만든 수도원을 보는 그린 투어. 

오전 9시 반에 출발해서 저녁 6시까지 진행됩니다. 차로 커버하는 거리만 200킬로예요. 이동하는 와중에도 가이드가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설명하고, 이 땅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이드가 쓰는 영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본인에게도 영어는 외국어니까요. 전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함께 즐기는 투어니까요. 투어비용은 점심과 호텔 픽업까지 포함해서 35유로입니다. 꽤 알찬 코스라 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어요~ 다음엔 레드 투어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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