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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작가님들의 영업

by 김민식pd 2018. 12. 13.

활자 중독이 심한 저는 아침마다 2개의 신문을 펼쳐봅니다.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을 구독하는데요. 금요일에는 한겨레 신문의 '책과 생각' 지면을, 토요일에는 경향신문의 신간 리뷰를 즐겨 읽습니다. 기자님들의 새 책 소개에 주말이 행복해요. '세상에, 이번주에도 재미난 책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다니! 매주 꼬박꼬박 새 책이 나오는 행복한 세상!' 신문이 오지 않는 일요일 오전에는 금단 증상이 나타나지요. 활자중독자의 금단 증상... 그럴 때 저를 구원해주는 것이 '예스 24'에서 나오는 월간 '채널 예스'에요. 책 소개로 가득한 잡지를 펼쳐읽으며 다시 황홀경에 빠집니다. 그러다 사회학자 노명우 님이 쓴 '책을 사면 왜 좋을까'라는 글을 만났어요. 


책을 구입해야 할 가장 결정적인 이유... 책을 사는 것은 독서의 첫걸음이자 책을 쓰는 사람을 후원하는 행위이다. 독자가 구매하지 않는 한 책을 쓰는 사람의 호구지책은 막막하기만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문학상도 훈장도 호의적인 서평도 제 책을 자기 돈 들여 사주는 독자에 비하면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 (...)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응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작가의 책을 사는 것이다. (...) 이제 가까운 서점에 갈 시간이다.

(채널 예스 2018.11. 21쪽)

(전체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ch.yes24.com/Article/View/37181


일요일 오전, 평소라면 동네 도서관으로 가겠지만 그날은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사야 할 것 같았어요. 무슨 책을 살까? <채널 예스>에 이어 실린 이슬아 작가의 칼럼을 읽었어요.


두 권의 책을 만들며 가을을 보냈다. 그동안 내 글과 그림은 디지털 데이터로만 존재했는데 이제 드디어 물성을 가지는 것이다. 데뷔한 지 5년 만에 책 제목과 함께 나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권은 출판사와 함께 만들었다. 예전에 그린 모녀 만화를 글과 함께 엮은 책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라는 제목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서로를 선택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한 권은 내가 직접 독립 출판한 책이다. 지난 반년간 이메일로만 연재한 <일간 이슬아>의 글들을 묶어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었다. (...)

출판이라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물성을 가진 책에 내가 쓴 글이 인쇄되는 이상 이 물건은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책임이었다.

(같은 잡지 25쪽)

http://ch.yes24.com/Article/View/37390


이슬아 작가에게 나름의 동지 의식을 느낍니다. 매일 연재하는 노동자끼리 느끼는 그런 동질감이지요. 2013년에 데뷔한 이슬아 작가는 여러 매체에 글과 만화를 기고하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어떤 플랫폼으로부터 청탁을 받아야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던 작가는 어느 날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합니다.


2018년 2월 시작한 시리즈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독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SNS로 모집했다. 한 달 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재를 쉰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한 편에 오백원인 셈이다.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기획한 <일간 이슬아>는 6개월간 절찬리에 연재되었다. 어떠한 플랫폼도 거치지 않고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직거래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이슬아는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저자 소개 글 중에서)


해본 사람은 알아요. 매일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제가 이걸 할 수 있는 이유는 이게 공짜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지 않고 연재하기에 부담이 적죠. 그냥 그날 아침에 가장 올리고 싶은 글 한 편을 올립니다. 마음 편하게 글을 씁니다. 원고료를 받고 기고하는 글은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돈을 받는 일과, 받지 않는 일 사이에서 적절히 부담과 즐거움을 배분하며 삽니다. 

이슬아 작가는 매일 글을 쓸 때마다 이 한 편의 글이 누군가에게 500원의 가치가 있을까, 고민한다고 해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런 대단한 작업방식을 가진 작가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에 교보문고로 달려갔어요. 도서 검색대에서 '이슬아'를 쳐보니,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가 뜨네요. 독립출판물이라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없나봐요. 그 책은 '예스 24'로 주문해야 할까봐요. 작가님 두 분의 릴레이 영업에 넘어가 만난 책!

내일은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리뷰, 본편이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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