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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 함께 춤추실까요?

by 김민식pd 2018. 12. 12.
고등학교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던 제가, 나이 서른에 MBC 예능 피디로 <인기가요 베스트 50>의 무대에 올라 춤을 추기까지 했어요. 성격이 바뀐 걸까요? 가끔 저는 궁금해요. 성격이 바뀐 탓에 춤을 즐기는지, 춤을 즐긴 덕에 성격이 바뀐 건지. 아마 둘 다 상호작용의 결과겠지요. 중요한 건, 춤을 만난 건 제 인생에 행운 중 하나에요.  

춤을 추기 시작한 계기는 헌팅이었지요. 소개팅이나 미팅에서 매번 실패하니까, 디스코텍에서 헌팅이라도 하려고 했어요. 어두운 나이트클럽이라면, 제 가난한 외모도 적당히 조명빨로 가릴 수 있지 않을까.... ^^ 춤을 멋지게 잘 추면 매력적인 이성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춤 추는 거 보고 여자가 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춤을 배웠는데요. 정작 춤을 배우고 난 후, 저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전에는 소심하게 늘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살았다면, 춤을 추면서 깨달았어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야 춤이 즐겁다는 걸. 세상을 잊고 오로지 나만의 즐거움에 빠질 때 춤이 늘더라고요. 대학 시절, 틈만 나면 춤을 췄고요. 집에서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거울 앞에서 연습도 많이 했어요. 재미있으니까요. 춤이 느니까, 어느 순간 타인의 시선을 즐기게 되었어요. 나이트클럽에서는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가 춤도 추고 그래요.    

드라마 촬영하다보면 일이 뜻대로 안 풀릴 때가 있어요. 스트레스가 쌓일 때 계속 참고 있으면 엉뚱한 곳에서 분노가 터집니다. 이럴 땐 마음을 달래줘야 해요. 휴식 시간에 세트 뒤 빈 공간을 찾아가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런던 보이즈'의 명반, <댄스의 12 계명>을 틉니다. 혼자 미친듯이 춤을 춥니다. 기분이 좋아서 춤을 춘다기보다,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져요. 화가 날 때, 혼자 춤을 추면 화가 풀리는 신기한 경험!
 
'알쓸신잡'에 출연하여 재미난 과학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이 새로 책을 냈어요. <뇌는 춤추고 싶다> (장동선, 줄리아 F. 크리스텐슨 / 염정용 / 아르떼). 춤추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나이 들어서도 춤을 춰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2003년에 두 연구 그룹이 동시에 춤과 춤이 노화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설문지를 손에 들고 뉴욕의 브롱크스의 주택단지에 사는 75세에서 80세 사이의 주민들에게 5년간에 걸쳐 그들의 취미에 관해 질문을 했다. 당신은 십자말풀이를 하시나요? 당신은 테니스를 치나요? 아니면 카드놀이를 하나요? 당신은 춤을 추나요? 연구자들은 이 활동들을 인지를 이용한 취미와 육체를 이용한 취미로 나누었다. 신경생리학자들은 테스트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의 기억력과 정신의 유연성을 조사했다. 분석을 마치자 결과가 명확히 드러났다. 오직 춤만이 치매를 효과적으로 막아 주었다. 또 다른 연구도 이 결과가 옳음을 입증했다. 독서, 십자말풀이, 카드놀이, 악기 연주와 비교해서 춤추기는 치매가 발생할 위험을 눈에 띄게 줄여 주었다. 다시 말해 76퍼센트나 감소시켰다. 

(위의 책 282쪽)


연애하던 시절에 아내는 저를 친구들 모임이나 직장 회식 2차에 불렀어요. 달려가서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웠어요. (심지어 저는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불러주시면, 거기에 가서도 춤으로 분위기를 띄웁니다. ^^) 당시 아내 주위에는 공부 잘하고 영어 잘하던 이들이 많았는데요. 저처럼 춤을 잘 추는 남자는 없었어요. 저의 경쟁력이 춤이었어요. 화끈하게 놀면 다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봐요. '아, 저래서 저 사람은 예능 피디로 일하나보다.' 했지요. 아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분위기를 띄워요. 아내와 결혼한 후, 나이트클럽 나들이는 접었어요. 짝짓기에 성공했으니 목적 달성한 거죠. 요즘은 가끔, 아주 가끔 집에서 혼자 춥니다.

<뇌는 춤추고 싶다>를 읽고 나니 퇴직 후에 다시 본격적으로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춤이 치매 방지에 그렇게 좋을 줄이야!


뇌를 건강하게 하는 데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탐색한 수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그 중에 다음의 답이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교류해라. 운동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뇌의 성능을 높여 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들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며 스스로 느끼고 이해해라.
재미있게도 춤을 추면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어납니다.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고,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죠. 그리고 리듬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해 가는 법을 배웁니다. 멈춰야 하는 순간에 멈추고, 빠른 스텝을 밟아야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게 되죠. 그렇게 춤을 추는 행위는 실제로 뇌에 아주 건강한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무엇보다 춤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가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지요.

(책 서문에서)

춤을 좋아하신다면, 춤이 즐거운 과학적 이유를 알아보세요. 
춤이 아직 낯설다면, 춤과 친해져야 할 이유를 책에서 찾아보시고요.
책을 읽고 나서, 춤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아요.
춤과 함께 인생은 더욱 더 즐거워지겠지요. 랄랄라, 춤추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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