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캠든 타운 여행기

by 김민식pd 2018. 11. 28.

런던에 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London free walking tour. 제가 좋아하는 공짜지요.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고요. 투어를 마친 후, 각자의 만족도에 따라 팁을 냅니다. 캠든 타운워킹 투어라고 있네요. 전에 가 본 적이 없어 가이드를 따라 동네 구경을 할까 싶어 집결 장소로 향했어요.

오후 3시부터 시작인데요. 10분 전 도착해서 보니, 이미 여러 사람이 와서 서성이고 있어요. 그런데 정각이 되어도 가이드는 나타나지 않아요. 혹시 장소를 잘못 알았나 싶어 옆에 있는 스페인 커플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바람 맞은 것 같다고 하네요. 그들은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했다는군요. 결국 20분을 기다리다 허탕치고 그냥 갑니다. 예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프리 워킹 투어로 멋진 하루를 보냈는데, 이번엔 운이 안 따릅니다.

2015/11/17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아르헨티나의 진짜 영웅은?


전철역으로 돌아가려다 캠든 시장의 간판과 거리가 보입니다. 길거리 간판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래요, 가이드가 있어야 동네를 구경하나요, 혼자서도 보는 거지.

다양한 디자인의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벽에 걸린 조형물을 보며,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짐작해 봅니다. 용의 조각이 있는 곳은 중국음식점이었어요. 문신 가게도 많고, 기념품이나 악기 가게도 있어요.

대로를 따라 간판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사람들이 어느 골목에서 쏟아져나오는게 보여요. 호기심에 따라가보니 캠든 마켓이라고 간판이 뙇!

인사동 쌈지길을 연상케하는 공간입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예쁜 가게가 있고요. 

사람들이 뭔가 맛있는 걸 손에 들고 걸어오는 게 보여요. 아, 저쪽으로 가면 뭔가 맛집이 있나 싶어 가보니

다양한 푸드트럭이 줄을 지어 서 있고, 사람들도 줄지어 서서 음식을 사네요. 음식을 산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요. 그들을 쫓아가면 공원이 나오겠거니 싶어 따라갑니다.

그랬더니 리젠트 운하가 나오네요. 사람들이 산책로에 앉아서 음식을 먹습니다. 이제 저는 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역시 사람을 쫓아가면, 가이드가 없어도 볼 건 다 볼 수 있지요. 

운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꽤 길어요.

오리를 길동무삼아 하염없이 걷습니다.

동물의 클로즈업 사진을 찍을 땐, DSLR 카메라를 메고 나온 보람이 있습니다. 휴대폰 사진으로는 줌이 쉽지 않거든요. 다가가면 오리가 겁을 먹고 달아나기도 하고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줌렌즈로 당겨 찍습니다. 

오리를 따라가니 보트 하우스가 줄지어 선 리틀 베니스가 나옵니다. 

배 위에 정원을 가꾸는 곳도 있네요.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지는 모르겠어요.

원래 저는 여행할 때, 가볍게 짐을 꾸리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친한 출판 편집자랑 이야기하다 퇴직 후에는 여행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더니 그 편집자가 그랬어요. 

"DSLR 쓰세요?"

"제가 사진은 젬병이라..."

"언젠가 여행책을 내실 생각이라면 DSLR 카메라를 쓰시는 게 좋아요. 여행책에 들어가는 각종 사진의 저작권이 은근히 비싸요. 출판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저자가 직접 사진을 찍는 게 좋아요.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도 하고요"

카메라를 사고, 캐논 아카데미를 다니며 DSLR 촬영법을 배웠어요. 여전히 촬영은 미숙하지만, 열심히 찍습니다. 여행 작가가 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이지요. 

"요즘은 다들 여행작가 한다고 그러네?" 혹은 "여행 에세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방법 한가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조금씩 조금씩 제 꿈을 이뤄주시는 최지은 대표님, 감사드려요!

아직 촬영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아직 제게는 정년퇴직까지 10년이 남았으니까요. 부지런히 찍어 언젠가는 멋진 앵글의 사진을 여행책자에 싣는 날이 오기를!

런던 시내는 곳곳에 지도가 있어 길찾기가 편합니다. 워킹 투어 가이드가 없어도 할 만 하네요.

멀리서 유람선이 오는 걸 보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 부감샷을 찍어보기도 하고요. 가이드를 쫓아다닌다면 다양한 앵글의 사진은 못 찍지요. 사진 찍을 여유가 없거든요. 혼자 자유롭게 다니니 아무때나 원하는 앵글을 찾아 사진을 찍습니다.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아 반나절 공쳤다고 짜증만 냈다면, 이렇게 멋진 오후는 없었겠지요. 여행은 평소의 일상과 달라요.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고 인생이에요. 그 나름대로 즐기는 거죠.

운하 옆으로 리젠트 공원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사진을 찍어둡니다. 혹시 길을 잃으면 지도를 보고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갑니다.

꽃길을 따라 걷습니다. 

색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커플이 산책을 즐기고 있어요. 아, 서로 참 잘 만났네요. 개성이 강한 사람을 품어주는 연인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지요.

예상대로 흘러간 하루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어요.

이제 뮤지컬 <컴퍼니> 저녁 공연을 보러 웨스트엔드로 이동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런던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가는군요.

 

반응형

'짠돌이 여행예찬 > 짠돌이 세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터키로 가는 이유  (10) 2018.12.06
런던 노팅힐 여행  (2) 2018.12.04
런던이여 다시 한번  (5) 2018.11.22
여권없는 여행광  (8) 2018.11.20
런던 도보 여행  (5)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