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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양평 자전거 여행

by 김민식pd 2018. 9. 19.

대학 입학한 1987년,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이 재미난 거, 앞으로 10년에 한번씩 하자고 결심했어요. 1997년 MBC 신입사원으로 일하느라 바빴어요. 2007년, 늦둥이 둘째가 태어나서 정신이 없었어요. 2017년에는 꼭 가고 싶었어요. 매일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몸을 만들었어요. 봄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대기발령이 나고, 회사 일로 바빠졌어요. 결국 미뤘습니다. 올 봄에 가려다가 드라마 맡는 바람에 못 가고, 이제야 30년 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합니다. 

전국일주를 앞두고 장비 점검 차, 주말에 양평에 갔어요. 저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좋아합니다. 잠실을 지나 하남에 진입하면 한강 좌우 풍광이 녹음이 짙어요. 서울 시내 한강변을 달릴 땐 아파트만 보이는데요, 서울 경계를 벗어나면 푸르른 자연이 반겨줍니다. 경춘선 옛길로 자전거를 달리며 팔당댐까지 갑니다. 얼마전 비가 많이 와서 팔당댐에서 물을 방류중이군요. 시원한 물보라를 멀리서보며 계속 달립니다. 예전에는 팔당댐에서 자전거를 돌리곤 했거든요.


전국일주 전지훈련 삼아 나온 날인지라, 최대한 멀리 갑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경의중앙선 전철이 만나는 지점 중 가장 먼 곳이 양평역입니다. 평일에 네이버 지도를 보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자전거 도로로 서울에서 가장 먼 곳 + 전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 가장 먼 곳. 북한강 영역에서는 그게 양평역입니다. 양재천 근처에 있는 집에서 양평역까지 60킬로미터고요. 네이버지도 자전거 경로를 보니 4시간 소요된다고 나오네요. 중간 중간 쉬엄쉬엄 갔더니 오후 2시 출발해서 딱 6시에 도착합니다. 

주조정실에서 교대근무를 할 때는 평일에 남한강 자전거길을 즐겨 탔습니다. 오전 8시에 집에서 출발하면 낮 12시 쯤 오빈역에 도착하고요. 양평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자전거를 경의중앙선에 싣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2시, 잠시 쉬었다가 야근 근무 나갑니다.  이게 저의 완벽한 야근 일정이었어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경의중앙선 전철 자전거 평일 탑승이 금지되었습니다. 아쉬워요. 갈 때는 자전거, 올 때는 전철, 이게 딱 좋았는데... 

그래서 이번엔 주말 토요일을 이용해서 왔어요. 오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다음 책 원고 작업을 하느라 바빴어요. 점심 먹고 2시에 출발했더니 해 질 무렵에야 양평역에 도착했어요. 주말이니 자전거를 실고 돌아가도 되는데요. 그냥 역에 묶어 두고 옵니다. 오늘은 집에서 양평까지, 내일은 양평에서 집까지 달립니다. 전국일주를 준비하며 체력적으로 두 가지를 확인하려고 해요. 첫째 하루 60~100킬로를 달릴 수 있는가, 둘째 이틀 연속 장거리를 뛰어도 문제가 없는가. 한강변만 달리던 사람이 자전거 장기 여행을 가면, 하루 이틀 지나 근육이 뭉쳐서 힘들기도 하거든요. 장거리 연속 여행을 해봐야지요.

양평역에 자전거를 거치하려고 보니, 어라? 여긴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있네요? 와우, 반가운 모습! 무료주차장이고요, 잠금 장치가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두고 가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남한강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는 전철역에 이런 시설을 갖춰두니 참 좋네요. 코레일의 센스, 양평시의 배려, 고맙습니다! 전철역마다 이런 실내 자전거 주차장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바깥에 세웠다가 비 오면 자전거 녹슬까봐 괜히 마음이 안 좋거든요.


자전거는 주차해두고, 몸만 전철을 탑니다. 경의중앙선 종점 가까운 양평역에서 출발하니 앉아서 가고 좋네요. 집에 가는 2시간 동안 책도 읽고 넷플릭스로 영화도 보고 여유롭게 갑니다.


두근 두근 설렙니다. 자전거 전국일주, 잘 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가끔 이렇게 두고 오는 건, 여행을 편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에요. 자전거 전국일주, 하다 힘들면 어디든 자전거는 길 가에 묶어놓고 그냥 편하게 돌아올 거예요. 자전거야 나중에 찾으러 가면 되지 뭐. 몸을 가장 소중히 아낍니다. 가볍게 마음 먹고 떠날 겁니다, 자전거 전국일주.


짠돌이 자전거 전국일주,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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