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한 1987년,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이 재미난 거, 앞으로 10년에 한번씩 하자고 결심했어요. 1997년 MBC 신입사원으로 일하느라 바빴어요. 2007년, 늦둥이 둘째가 태어나서 정신이 없었어요. 2017년에는 꼭 가고 싶었어요. 매일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몸을 만들었어요. 봄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대기발령이 나고, 회사 일로 바빠졌어요. 결국 미뤘습니다. 올 봄에 가려다가 드라마 맡는 바람에 못 가고, 이제야 30년 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합니다. 

전국일주를 앞두고 장비 점검 차, 주말에 양평에 갔어요. 저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좋아합니다. 잠실을 지나 하남에 진입하면 한강 좌우 풍광이 녹음이 짙어요. 서울 시내 한강변을 달릴 땐 아파트만 보이는데요, 서울 경계를 벗어나면 푸르른 자연이 반겨줍니다. 경춘선 옛길로 자전거를 달리며 팔당댐까지 갑니다. 얼마전 비가 많이 와서 팔당댐에서 물을 방류중이군요. 시원한 물보라를 멀리서보며 계속 달립니다. 예전에는 팔당댐에서 자전거를 돌리곤 했거든요.


전국일주 전지훈련 삼아 나온 날인지라, 최대한 멀리 갑니다. 남한강 자전거길과 경의중앙선 전철이 만나는 지점 중 가장 먼 곳이 양평역입니다. 평일에 네이버 지도를 보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자전거 도로로 서울에서 가장 먼 곳 + 전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 가장 먼 곳. 북한강 영역에서는 그게 양평역입니다. 양재천 근처에 있는 집에서 양평역까지 60킬로미터고요. 네이버지도 자전거 경로를 보니 4시간 소요된다고 나오네요. 중간 중간 쉬엄쉬엄 갔더니 오후 2시 출발해서 딱 6시에 도착합니다. 

주조정실에서 교대근무를 할 때는 평일에 남한강 자전거길을 즐겨 탔습니다. 오전 8시에 집에서 출발하면 낮 12시 쯤 오빈역에 도착하고요. 양평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자전거를 경의중앙선에 싣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2시, 잠시 쉬었다가 야근 근무 나갑니다.  이게 저의 완벽한 야근 일정이었어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경의중앙선 전철 자전거 평일 탑승이 금지되었습니다. 아쉬워요. 갈 때는 자전거, 올 때는 전철, 이게 딱 좋았는데... 

그래서 이번엔 주말 토요일을 이용해서 왔어요. 오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다음 책 원고 작업을 하느라 바빴어요. 점심 먹고 2시에 출발했더니 해 질 무렵에야 양평역에 도착했어요. 주말이니 자전거를 실고 돌아가도 되는데요. 그냥 역에 묶어 두고 옵니다. 오늘은 집에서 양평까지, 내일은 양평에서 집까지 달립니다. 전국일주를 준비하며 체력적으로 두 가지를 확인하려고 해요. 첫째 하루 60~100킬로를 달릴 수 있는가, 둘째 이틀 연속 장거리를 뛰어도 문제가 없는가. 한강변만 달리던 사람이 자전거 장기 여행을 가면, 하루 이틀 지나 근육이 뭉쳐서 힘들기도 하거든요. 장거리 연속 여행을 해봐야지요.

양평역에 자전거를 거치하려고 보니, 어라? 여긴 자전거 주차장이 따로 있네요? 와우, 반가운 모습! 무료주차장이고요, 잠금 장치가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두고 가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남한강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는 전철역에 이런 시설을 갖춰두니 참 좋네요. 코레일의 센스, 양평시의 배려, 고맙습니다! 전철역마다 이런 실내 자전거 주차장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바깥에 세웠다가 비 오면 자전거 녹슬까봐 괜히 마음이 안 좋거든요.


자전거는 주차해두고, 몸만 전철을 탑니다. 경의중앙선 종점 가까운 양평역에서 출발하니 앉아서 가고 좋네요. 집에 가는 2시간 동안 책도 읽고 넷플릭스로 영화도 보고 여유롭게 갑니다.


두근 두근 설렙니다. 자전거 전국일주, 잘 할 수 있을까? 자전거를 가끔 이렇게 두고 오는 건, 여행을 편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방책이에요. 자전거 전국일주, 하다 힘들면 어디든 자전거는 길 가에 묶어놓고 그냥 편하게 돌아올 거예요. 자전거야 나중에 찾으러 가면 되지 뭐. 몸을 가장 소중히 아낍니다. 가볍게 마음 먹고 떠날 겁니다, 자전거 전국일주.


짠돌이 자전거 전국일주,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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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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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팀장 2018.09.19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매일 블로그, 책 잘봤습니다
    9.1경의중앙선,경춘선 전철 내 자전거 휴대 주말 공휴일만 가능하네요 두 노선의 이용객이 늘어남에 따라 불편 민원 증가, 안전사고 발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전국 일주가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2. 왕팬 2018.09.19 0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들면 자전거를 어디든 묶어 둘 수 있는
    여유 멋지십니다.

  3. 꿈트리숲 2018.09.19 0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평일 자전거 탑승 금지 기사를 봤어요.
    평일 자전거 이용하는 사람들이 좀 불편을
    겪겠네요.

    저는 자전거에 대한 안좋은 추억들이 많아서
    자전거를 못타요. 그런데 피디님 블로그에
    자전거에 대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니까
    자전거에 다시 도전해볼까 싶은 마음이 생겨요.

    걷는 것 보단 힘을 덜들이고 자동차 보다는 풍경을 제대로 즐길 것 같은 자전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출연 : 김민식 작가
    연출 : 김민식 PD
    "자전거 전국 일주"
    기대됩니다.~~

  4. littletree 2018.09.19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예고편을 본 것 같아요.
    힘들면 자전거를 두고 돌아오겠다는 말씀이 또한 묘하게 제게 위로가 되네요.
    드디어 떠나는 자전거 여행, 응원합니다~!

  5. 제경어뭉 2018.09.19 07: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슈퍼맨!!! 다른말은 떠오르지도않네여 ~^^ 진짜 대단하세여~ 경상도쪽 오시면 창원에도 들려주세여~ ^^

  6. 동우 2018.09.19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일이든 쉽게 생각할수있도록
    되기까지 많은시간이 걸리셨겠죠?
    노하우는 따로 있는게 아니라
    경험에서 오는거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좋은기운 받아갑니다!!
    피디님 화이팅!

  7. 섭섭이짱 2018.09.19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자. 자자자... 심호흡 좀 하고요..
    전. 전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걸까요. 💓💗
    거. 거사에 같이 동참한다는 이 기분. 😄🤩
    전. 전국일주 하기 좋은 가을 날씨에
    국. 국내 방방곳곳 여행 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제가 더 설레네요. ^^
    일. 일교차가 크니 건강 조심하시고요...아프시면 앙돼용
    주. 주식회사 김민식의 여행 프로젝트 응원합니다.

  8. 조수지 2018.09.19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 전국일주, 하다 힘들면 어디든 자전거는 길 가에 묶어놓고 그냥 편하게 돌아올 거예요.
    자전거야 나중에 찾으러 가면 되지 뭐. 몸을 가장 소중히 아낍니다.

    늘 어떤 시작과 진행을 마음 편하게 마음이 가는대로 하게 하는 주문.
    편하고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
    어제 해주신 조언처럼 훈련으로 주욱 습관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편하게 주욱. 일정량.

    굿모닝입니다 ~! 피디님 !

  9. 헤니짱 2018.09.19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몸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화이팅입니다^^

  10. 끈기의 여왕 2018.09.19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전국일주! 응원합니다! ^^
    저도 난생처음 마라톤 대회 신청해 놓고
    며칠 전부터 밤마다 동네를 뛰고 있어요^^
    10km 완주하고 오겠습니다^^
    피디님도 행복한 자전거 여행되세요!

  11. 아리아리짱 2018.09.19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와~우 pd님 멋지십니다.
    응원합니다!!!
    늘 새로운 동기부여로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12. 2018.09.19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돌돌e 2018.09.19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너무 멋지고 이쁜곳이네요
    저도 여행 참 좋아하는데요.
    제블로그도 한번 놀러와주세요
    https://doldoles.tistory.com

  14. 한라산 2018.09.19 2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대역에서 출발 중랑천을 따라 서울숲 옆 성수대교가 나오는 코너는
    바다를 보는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한창 자전거를 타는 학생시기에는 집에 있는 고물 자전거까지 총 출동
    가족들이 한강 나들이를 했어요. 뒤쳐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다음엔 안가야지
    하다가도 오로지 성수대교 한강을 보기 위해 그것도 1시간 남짓 있다가 돌아와야하지만
    고난의 길을 나서곤 했어요.

    그 힘으로 제주에 와서 등산이라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한라산을 한 달사이 두 번 올라갔다 왔어요.
    처음에는 가는 법만 알고 다음에 가족들하고 같이 가야지 하고 성판악 입구까지 갔는데
    마침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 틈에 끼여 5센티 통굽신발을 신고 중간까지만,,
    진달래 대피소까지만,, 하다가 꼭대기까지 갔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요. 울타리가 쳐져있는데 안개만 자욱해서 너무 허탈했어요.
    날씨가 안좋다고 빨리 하산하라는 방송에 더 있지도 못하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오면서
    정말 다시는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가족들에게도 권장하지 않으리라 했는데
    한 일주일동안 종아리가 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지만
    울타리 안쪽 그 안개속이 너무 궁금했어요.
    한라산 꼭대기를 보며
    백록담은 저 봉우리속인가, 아니면 그 옆에 밋밋한 곳인가...
    내가 보고 온 것은 무엇일까?
    궁금증에 막내아들을 데리고 다시 도전을 했어요.
    그런데 그 모든 봉우리 안이 백록담이에요.
    그 많던 물은 누가 다 먹었는지 모르겠만
    한라산은 백록담이 있어 더욱 멋진 산이에요.

    전국일주시면 완도에서 배타고 제주에 오셔서
    자전거 묶어두시고 비행기 타고 가시면 어떨까요?^^

  15. 제니스라이프 2019.12.18 0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산에 오르겠다 하면 무작정 산부터 오르는데
    이렇게 미리 체력을 준비하며 예행 연습을 해야 하는군요.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