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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고슴도치로 살아볼까?

by 김민식pd 2018. 6. 4.

매주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만들고 있습니다. 드라마 연출로 일하는 시간은,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입니다. 

(아, 물론 제게는 유배의 시간도 그랬어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을 때,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그걸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나를 찾을 수 있지요.)

드라마를 만들면서, 나란 사람의 한계도 절감하고, 나란 사람의 장점도 애써 찾아보게 됩니다. 7년만의 연출이다보니, 걱정이 많습니다. TV 드라마는 워낙 경쟁이 치열한 장르고, 시청률이라는 이름으로 성과가 뚜렷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해도 잘 할까말까한 일을 7년만에 하니,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 무엇보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는 내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 이런 고민이 생길 때, 무엇을 할까요? 

(답을 떠올릴 시간 여유, 3초 드립니다. 평소 제 블로그의 독자시라면 알 수 있어요. 고민이 생길 때 나는 무엇을 하는지... ^^)


빙고! 


저는 책을 읽습니다. ^^ 

책에서 고민의 답을 찾아봅니다.


총 11권으로 최근에 완간된 공원국 작가의 <춘추전국 이야기>가 있어요. 책머리에 감히 제가 추천사도 썼지요. 

평화로운 나날보다 싸움의 시기를 관통하며, 사람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시대, 춘추전국시대는 인간의 다양한 본색을 드러낸 인생 대백과사전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바랄수록 전쟁같이 치열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믿는다. 부강한 나라,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 제자백가의 철학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운다. 


1권에서 <춘추의 설계자, 관중>을 통해 명재상의 길을 보여주고, 

2권 <영웅의 탄생>에서 오랜 망명 생활 끝에 군주가 되는 진문공의 삶을 보여줍니다. 

3권 <중원을 장악한 남방의 군주>에서는 초장왕의 이야기가 펼쳐지고요. 

초반에 나오는 영웅들의 삶도 좋지만, 제가 요즘 주목하는 건 4권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그중 고슴도치 정치인 자산을 소개하는 글을 옮겨봅니다. 


이 책은 작은 나라들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고슴도치같은 정치인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약소국 정나라의 공실 가문에서 태어났다. 춘추전국시대, 그 시절에 작은 나라의 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맞지 않는 비단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라 안에서는 비단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다가, 밖에 나가서는 이마에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죄송합니다'라고 쓰고는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이 고슴도치 정치인은 달랐다. 비단 옷자락으로 주홍글씨를 쓱싹쓱싹 지우더니 옷을 벗어 던졌다. 그러고는 비단옷 대신 가시가 잔득 박힌 고슴도치 가죽을 뒤집어썼다.

이 사람이 바로 자산으로 알려진 정나라의 정치가 공손교다. 그는 범과 호랑이 앞에서 토끼처럼 겁먹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처럼 침착했다. 그는 강아지처럼 달라붙지 않았고, 고양이처럼 식탐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우처럼 밉살스럽게 행동하지 않았다.

굳이 가시를 세우지 않아도 범도 곰도 감히 고슴도치와 맞서려 하지 않는다. 가시에 찔려가며 어렵사리 잡더라도 가죽을 벗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욕심을 덜 부리니 덫에 걸리지도 않고, 거친 가시 옷을 걸쳤기에 털가죽 좋은 여우처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고슴도치의 삶은 고달프다. 애완동물이 아니기에 항상 산 속에서 작은 벌레들을 찾아 먹으면서 스스로의 삶을 꾸려야 한다. 그러나 자유에 그 정도 대가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고슴도치가 아니다. 

<춘추전국 이야기 4권 약소국의 생존전략> (공원국 / 위즈덤하우스) 책머리에서


책을 덮고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그래, 원래 나는 대작을 연출하는 스타 피디도 아니고, 독한 이야기를 세게 풀어가는 시청률 보증수표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드라마 연출은 자칫 비굴해지기 쉽고 (스타나 상사 앞에서) 자칫 교만해지기 쉬운 (신인이나 스태프 앞에서) 일입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인생사가 다 그래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갑질을 당하고, 또 누군가에게 그 분풀이를 하며 삽니다. 바람 앞의 갈대처럼 겁도 나고 화도 나고 그러지요.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고 수양이 필요합니다.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오늘은 범도 곰도 부러워않는 

고슴도치의 삶을 꿈꿔봅니다.


(오늘은 짠돌이 독서 라이프의 보너스 선물을 알려드립니다.

교보문고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즐겨 애용합니다. 요즘 교보에서는 열람권 하나로 책 3~4권을 묶어서 대여해주는데요, 완전 괜찮은 세트가 많아요. 참고로 저는 채사장 세트(3권)와 기욤 뮈소 스릴러 세트 (4권)를 각각 3300원에 대여했어요. 전자책 한 권 대여가가 천원 내외니 정말 대박인거죠. 이번주 이벤트 도서가 마침 <춘추전국 이야기>네요. 이벤트 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번 대여해보세요. 참고로 <춘추전국 이야기>는 종이책으로 전질 구매해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초반부 4권을 빌려서 보고 판단하셔도 좋을듯~)


교보문고 샘통북통 이벤트 페이지는 아래 링크로~    

 http://sam.kyobobook.co.kr/sbweb/event/eventMain.ink?tmplSeq=23794&orderClick=3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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