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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의 차이가 우리를 풍성하게

by 김민식pd 2018. 5. 21.

몇 년 전, 회사에서 제게 시련을 안겨줬을 때, 공부를 하러 떠났습니다. 유학을 가거나 야간대학원을 갈 형편은 안 되고요. 책을 읽다 고미숙 선생님 말씀에 매료되어 남산강학원에 가서 고전 세미나를 하게 되었지요. 그때 박장금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사주명리에 대한 이야기, <다르게 살고 싶다> (박장금 / 슬로비)를 보면 저의 스승이신 고미숙 선생님의 사주팔자도 나옵니다. 남산강학원을 보며, 이런 공동체가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늘 궁금했어요. 청춘남녀를 위한 기숙사도 운영하는데요, 아주 저렴한 값에 하루 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있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곳입니다. 그 공동체의 운영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강연을 자주 다니시는 고미숙 선생의 강연료와 인세가 큰 역할을 하더군요.


'고미숙 선생은 관성이 많고 식상은 없다. 먹을 복이 없다 보니 혼자 먹으려면 장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 못 먹겠나. 식상이 없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모으면 족히 책 한 권은 된다. 명리를 공부한 그의 자구책은 이렇다. 제대로 먹으려면 관성을 써야 하므로 학인들에게 밥 사주기. 

연구실에서 고미숙 선생이 최대 물주지만 아무도 얻어먹으면서 기죽지 않는다. 우리는 당당하게 말한다. 오히려 우리 덕에 맛난 밥을 먹는 거라고...

아무튼 각자 사주팔자와 시절 인연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을 고려하면 보상을 주고받는 무거운 관계는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는 모임을 조직하고, 누구는 활동하고, 누구는 강의하고, 누구는 배우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전부가 된다.'

(162쪽)


참 좋네요.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내놓고, 열정이 있는 사람은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사주명리공부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해석하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삶. 저는 이게 공동체를 꾸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끌리는 이유가 있어요.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항상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항상 나가서 사고를 치지. 그래도 걱정 하지마. 내가 먹여살릴 테니." 은행을 다니는 아내는 꼼꼼한 편이고, 코미디 피디인 저는 즉흥적으로 대충대충 삽니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지요? ^^ 서로 다른 사람끼리 끌리는 이유가 있나봐요.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 첫 방송이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라마 제작도 하나의 목표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 생활입니다. 작가와 배우와 스태프, 각기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멋진 한 판을 벌려보고 싶어요. 우리가 가진 서로의 차이점이 우리의 결과물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고 즐겁게 달려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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