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묻더군요. "피디님은 왜 과학책을 읽으시나요?"
지난 몇 년, '세상이 발전하는 게 과연 맞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때마다 과학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과학은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발전하거든요.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퇴행적 정치 앞에 좌절할 때, 과학책을 통해 희망을 찾았어요.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웹진 <크로스로드> 출간 10주년 기념 행사로 '과학 고전 50'을 선정하고 책을 소개하는 책을 냈어요.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김상욱 외 / 사이언스북스)
교양이 사치품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교양이 없어도 '생물학적'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이해가 없이는 현대인과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없고 주체적 삶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양이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양이고 능력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위의 책 71쪽)
과학의 고전을 소개한 책을 읽으며 지적인 허영과 사치심을 채워보려고 합니다. 명품 백을 사거나 명품 아파트를 살 자신은 없어도, 명품 교양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과학의 고전 읽기, 책벌레에겐 사치스런 향락이지요.
진화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쓴 <풀하우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우린 흔히 발전을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태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진정한 발전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런 점에서 저는 '나'라는 개인의 특수성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보다, 내가 '나'다워지는 것이 사회의 발전을 이끈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발전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이 제각각 발현될 수 있도록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목차를 펼쳐놓고 세어보니, 50권의 과학 고전 중 제가 읽은 책은 아홉권밖에 없군요. 분발해야겠어요. 갈 길이 머네요. 이래서 사는 게 재미있습니다. 읽고 싶고, 또 읽어야 할 책이 아직도 많아서요.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랫폼 제국의 미래, 일의 미래 (10) | 2018.06.18 |
---|---|
60년만에 지킨 약속 (9) | 2018.06.14 |
입덧이 그렇게 힘든가? (10) | 2018.06.08 |
무엇이 두려운가? (7) | 2018.06.07 |
고슴도치로 살아볼까? (9) | 2018.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