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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시사 풍자 만화의 끝판왕

by 김민식pd 2018. 4. 12.

작년 봄에 책이 나오자마자 달려가 산 책의 리뷰를 1년이 다되어 올리자니, 조금 민망하군요. <시사인>을 구독하는 제가 1주일에 한번씩 경건한 마음으로 펼쳐보는 페이지가 있어요.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이지요. 매주 한번씩 덕후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코너인데요. 이 만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약간의 덕력이 필요합니다. 목차에 나온 각 만화의 제목만 봐도 그래요.

'소년이여 후보가 되어라' - 이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가 마지막 구절이에요. '쇼우넨우요, 신화니 나레~'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라는 구절을 이렇게 변용했군요.

'각하스텔라'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패러디인데요. 박정희 대통령이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의 딸 박근혜를 찾아오는 이야기에요. 파국을 막기 위해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만화를 보며 누구나 박장대소할 패러디입니다.

저는 이 재미난 만화책을 주문해서 읽다가, 우울할 때 한번씩 꺼내보려고 숨겨뒀어요. 눈에 너무 잘 띄는 곳에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꺼내서 마구마구 책장을 넘겨보게 됩니다. 아껴서 읽으려고 책꽂이 아랫단에 꼬불쳐뒀는데... 매주 쏟아지는 재미난 책들을 읽다가 어느 순간 까먹은거죠. (죄송합니다, 굽작가님! 굽실굽실 ㅠㅠ)

다시 책을 꺼내 읽습니다. 제목이 좀 거시기해요. 

<박4모> 네, '박'근혜 '4'년 '모'음집의 줄임말이에요. 아, 정말 굽작가님의 말장난은 정말... ^^


만화도 재미있지만, 잡지에서 보지 못한 작가님의 해설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를테면 만화를 보고 '?'하고 잘 이해하지 못한 대목은 작가님의 원전 소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이를테면 2012년의 대선을 그린 만화에 대해 작가님이 올린 각주입니다.


'대통령선거는 조막조막 자잘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장삼이사의 국민들에게 '국민의 뜻'에 합류함으로써 대한민국 거대 서사에 동참한다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이벤트인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참으로 허황된 고민이었지 말입니다.

2012년 대선은 지극히 형이상학적으로, 문자 그대로 똥을 먹을 것인지 된장을 먹을 것인지를 고르는 이벤트였고, 우리는 똥을 먹고 4년 후에 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대선도 있는 법이지요.

마지막 컷의 문재인은 <마법소녀 마도카 마키카>의 등장인물인 아케미 호무라로 패러디한 것이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호무라는 결전에서 패할 때마다 시간을 되돌려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시 도전합니다.'

(위의 책 20쪽)


저는 <마법소녀>라는 만화를 보지 못해서 잠깐 의아했거든요. 한편으로 저런 캐릭터라면 천하무적 아닌가요? 시간을 되돌려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니. 음... 굳이 초능력이 아니어도 저런 능력 비슷한 건 있어요. 시간을 기나긴 관점에서 보고, 이길 때까지 싸운다... 뭐 그런 전략도 있거든요. ^^ 실패한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으려고요. '실패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뭐, 이런 미친 멘탈로 끝없이 도전하다보면...    


아껴서 읽다 리뷰가 너무 늦어버렸어요. 그래도 만화를 보는 재미는 절대 늦지 않았어요. 박근혜 4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새록새록 되새길 수 있거든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영접하시길, 굽시니스트의 만화!

<시사인> 구독도 좋고, <박4모> 구매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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