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 7+8, 1998, 1999년 (홍콩, 동경 출장)

Year 9, 2000년 미국 (뉴욕+하와이)  
테마 : 신혼여행
경비: 여행 인생 최고의 럭셔리 패키지^^

예능 조연출로 일하며 매년 해외 출장을 다녔다. 물론 영어 덕이다. 하지만, 해외 촬영은 조연출에게 고달픈 여정이다. 촬영 장비 포터에서, 일정 체크 가이드와 현지 통역 등 모든 걸 다 해야하니까. 멀쩡한 프로그램도 내가 조연출로 가면 선배PD들이, '민식이 왔으니까, 우리도 해외 촬영이나 나갈까?'하고 밖으로 끌고 다녔다. 당시에는 선배들이 나를 'MBC에서 가장 영어 잘 하는 PD'라고 소개했는데, 난 그게 싫었다. 마치 '얘가 우리 나라 축구 선수 중에서, 탁구 제일 잘 쳐!'하는 거 같았다. 연출을 잘해야 진짜 연출인데... 그런 면에서 아직도 연출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렇게 휴가도 없이 매년 고달픈 해외 출장만 다니다, 2000년에 결혼하게 되었다. 앗싸! 장기 해외 여행 갈 수 있는 껀수가 생겼구나~ 잽싸게 회사에다 2주일 짜리 신혼 여행을 신청했다. 목적지는 미국! 보통 미국으로 신혼여행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꼭 아내와 미국으로 신혼 여행을 가고 싶었다. 왜? 아내와 나는 외대 통역대학원 한영과에서 선후배로 만난 사이지만, 둘 다 미국은 한번도 못 가봤으니까. 

신혼 여행, 첫 1주일은 뉴욕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매일 밤, 브로드웨이에 나가 뮤지컬을 봤다. 1주일간 5편의 뮤지컬을 봤으니, 정말 부지런히 본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 당시 최고 뮤지컬을 한번에 섭렵했다. 지금도 뉴욕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꼭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라고 난 권한다. 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춤과 음악과 연극이 어우러진 우리 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뉴욕에 가서 뮤지컬을 안 보면, 어디 가서 본단 말인가?

(뉴욕에 가면 이 거리는 꼭 가봐야 한다. 그래야 영화에서 나올 때마다, '나 저기 가 봤는데!' 소리를 할 수 있다. 영화에 정말 많이 나온다.)

뉴욕에서의 1주일이 신나는 놀이였다면,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보낸 1주일은 느긋한 휴양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으로 유명한 하와이 오아후 섬은 일본 관광객이 많아, 오히려 미국 사람들은 마우이 섬으로 신혼여행 온다. 나 역시 마우이 섬에서의 1주일이 좋았다. 컨버터블 스포츠 카를 렌트해 하나 드라이브웨이를 달리며, 느긋한 휴식을 즐겼다. 렌트한 차를 해변에 세워놓고 지붕 열었다 닫았다 하는 장면도 몇 번을 연출했다. 내 여행 인생 중 최고의 럭셔리 패키지였다.

(마우이 섬의 하나 드라이브. 바닷가 절벽에 난 구불구불한 도로 때문에 사고가 잦다. 현지에선 '죽음의 도로'로 불린다는 건 신문 보고 나중에야 알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스포츠 카로 신나게 달렸으니...) 
    
오늘의 여행 이야기, "여행은 인생의 편집점이다."

신혼 여행으로 2주일이나 다녀왔다고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 '그게 가능해?' MBC에선 가능하다. 내가 2주일간 신혼여행 간 동안, 선배 연출이 조연출 없이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느라 밤을 새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선후배간에 그 정도는 해 준다. 이유는? 평소에 조연출이 얼마나 힘들 게 일하는 지 아니까. 

회사 눈치 보느라 휴가를 하루나 이틀 씩 찔끔 찔끔 쓰고 그나마 집에서 밀린 잠 보충하느라 보내는 사람이 많다. 난 우리 나라 기업의 휴가 문화에 불만이 많다. 많은 상사들이, '나는 너 만할 때 그렇게 일하지 않았다.'며 장기 휴가원 내는 부하들을 압박한다. 가서 알려드리라.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창의력도 잘 발휘하는 시대라고.

떳떳하게 장기 휴가원 내고 배낭 여행 다녀오시라. 대신 다녀와서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하면 된다. 제일 바보같은 사람이, 일하면서, '제발 좀 놀고 싶다.'고 되뇌고, 놀면서 '나 없는 동안 일은 어떡하지?'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이다.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만 하자. 여행은 그런 점에서 인생의 편집점이다. 딱딱 정확하게 끊어줘야, 삶의 리듬도 생기고 활력도 생긴다.

배낭 여행은 가고 싶은데, 회사에서 장기 휴가 안 보내준다고? '나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니, 어쩔 수 없이 휴가는 포기한다.'? 미안하지만, 그건 상사가 당신을 소중한 인재 취급 하는 거 아니다. 그냥 부려먹고 마는 소모품 취급하는 거다. 우린 일회용품이 아니다. 더 잘 일하기 위해서는 더 잘 놀아야하는 사람이다. 용감하게, '배낭여행 가게, 휴가 열흘만 다녀오겠습니다!' 해라. 당신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휴가 보내준다. '너 휴가 갔다오면 책상 없어진다?' 이렇게 협박하며 안 보내주면? '내가 그동안 제대로 일을 안했구나',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하시라~^^ 그렇다고 '그런 회사는 때려치고 나오세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여행이든 뭐든 스스로를 위해 휴가는 꼭 챙기시라. 
일만 하고 살기에는 재미난 게 너무 많은 세상 아닌가?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숙진 2011.10.20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 죽음의 계곡으로 저도 생의 어느 순간이 될지라도, 한번쯤은 신나게 달려보고 싶습니다.

    짠돌이라 하면서도 세계여행은 다 하셨네요. ㅋㅋ

  2. 김민식pd 2011.10.21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돈 아끼는 방식, 간단해요. 남들 보기에 좋은건 안합니다. 비싼 시계, 비싼 옷, 비싼 구두... 그런 돈 아껴서 나 좋은거 합니다. 여행, 독서, 공연관람~ 여행도 혼자 다닐땐 거지처럼 살구요, 가족여행만 비싼데로 가요~^^

  3. 류명진 2011.10.22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욕의 저 거리 이름은 뭔가요 피디님 ㅠㅠ?

  4. 김민식pd 2011.10.23 2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진님, 뉴욕 브로드웨이 타임 스퀘어 광장입니다. 뉴욕의 랜드마크지요~ 모든 유명한 뮤지컬 극장이 이 거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안에 다 있어요. 꼭 한번 가보시길~

  5. 냠냠 2012.11.04 2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진기 선생님도 소비를 줄이면 풍족해진다 하셨는데 맞는거 같아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를 줄이고 나를 위해 쓰는 것.
    약간 두려움도 있지만돈도 없지만 어떻게든 벌어서 떠날 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