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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짠돌이 세계여행 5. 캐나다

by 김민식pd 2011. 9. 16.

Year 5. 1996

테마 : 캐나다 어학 연수 중인 여동생을 만나러 간 가족여행
경비 : 많이 들었다. 흠흠...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4학기 졸업 시험을 앞둔 마지막 여름 방학, 또 다시 여행을 떠났다.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 중인 여동생를 만나기 위해 어머니와 캐나다로 떠났다. 현지에서 차를 렌트해서 가족여행을 다녔다.

베스트 여행테마: 캐나디안 로키 국립공원
밴프의 루이즈 호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다. 가보면 안다. 3000미터 이상의 만년 설산과 빙하, 그리고 그 설산이 물위에 비치는 아름다운 호수까지! 캐나디안 로키 국립공원은 패키지 투어보다 자동차 렌탈 여행을 추천한다. 특히 가족과 함께 자동차여행을 기획중이라면! 아시아 지역은 자동차 여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유럽은 도시 여행이라 운전이 힘들고, 하지만 캐나다는 영어권 국가이고 비교적 안전하다. 로키 산맥을 차를 타고 달리다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몇 시간이고 쉬었다 가라.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루이즈 호수, 내가 평생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이번 여행에는 짠돌이 여행팁이 없다. 가족여행을 가서까지 돈을 아끼진 않는다. (마님이 Boooo!하는 소리 들린다.) 1996년 당시, 나의 통역 알바비는 시간당 5만원이었다. 하루 8시간 통역하면, 40만원. 2주간 열심히 일하면 한달 여행 경비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할 동기가 생기셨는지?^^

오늘의 여행 이야기, '배낭여행은 인생의 또 다른 선택지다.'

내 여동생의 이름은 김미리다. 내 블로그에 '좋아요'를 제일 열심히 다는 Milee Kim이 실은 친동생이다. 동생은 심지어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와 악플러랑 댓글 전쟁을 벌인다. 이래서 가족은 영원한 내 편이다. 

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했다. 회사를 그만 둔 후, 고민과 방황을 오가길래, 200만원을 쥐어줬다. '너 이 돈 갖고, 유럽 배낭 여행 다녀와라. 그럼 뭔가 새로운 게 보일거다.' 짠돌이 세계일주 유럽편을 보면 알겠지만, 1990년대 초반엔 이 돈으로 유럽 여행이 가능했다. 여동생은 한번도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어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불안해 했지만, 억지로 등 떠밀어 내보냈다.

동생은 유럽 여행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두려움이 없어졌다. 한국에서 아웅다웅 회사 다니는 삶 말고도 인생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된거다. 무엇보다 여행이 무척 즐거웠던 것이다. 곧 동생은 캐나다로 어학 연수를 떠났다. 연수 중인 동생을 만나 가족 여행을 다녔다. 연수에서 돌아온 여동생은 직장 생활하다 결혼을 하고, 몇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꼽히는 밴쿠버에서 아들과 즐겁게 살고 있다. 영어를 잘해서 교회에서 봉사 활동도 하고, 캐나다 사람을 대상으로 북한 기아 돕기 운동도 열심히 한다.

                                           (여동생과, 나, 그리고 어머니)

이것이 배낭여행의 힘이다. 도전 정신과 함께 세상 보는 시야를 키워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생활 말고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동생은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아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며 훌쩍 캐나다로 떠나버렸다. 동생의 도전 정신이 놀랍다. (물론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을 잃은 것 같아, 때론 '내가 너무 밀어줬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배낭여행의 꿈, 요술 할멈이 챙겨준 빨간 주머니처럼 당신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살아라. 그러다 정말 힘든 일이 있으면, 훌쩍 떠나라. 실연이건, 퇴직이건, 취업의 고배건, 한국에서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길 때,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더 사람 이상해진다. 사람을 만나면 더 힘들기만 하다. 괜히 남들이랑 비교되고... 그럴 때는 익숙한 장소와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훌쩍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갇혀있던 자신에게 떨어져나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세상을 다시 보면 답이 생긴다. 안 생기면 어떤가? 적어도 즐거운 시간을 가질터인데? 우린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말고, 더 즐겨야한다.

배낭여행,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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