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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새해엔 내 몸을 더 사랑해주기로~

by 김민식pd 2018. 1. 3.

믿거나 말거나, 집에서 저의 별명은 돼지입니다. 딸들이 저를 구박할 때, 하는 이야기는 아유, 저 뱃살 좀 봐. 살 좀 빼시지.’에요. 어제는 민서가 드라마에 나오는 송중기의 트레이닝 장면을 보고, “아빠도 저런 초콜릿 복근 좀 만들면 안 돼?”라고 하더군요. 저는 딸을 송혜교랑 비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ㅠㅠ 그래요, 항상 더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인거죠...

 

새해엔 몸을 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 저는 운동하러 헬스클럽으로 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책으로 배우기 때문에 일단 도서관으로 갑니다. <불량헬스>라는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적당히 벌고 잘사는 법>에서 언급된 책이었어요. 전자책 출판조합 롤링 다이스에서 만들어 대박이 난 책.

 


‘S라인과 식스팩에 돌직구를 날리다.

한 달 만에 10킬로 빼면 골병들어! 두 달 만에 식스팩 만들면 딱 두 달 간다. 누구도 말하지 않은 헬스클럽의 비밀.’

 

표지부터 눈길을 확 잡아끕니다. 맞아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TV 속 초콜릿 복근을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저의 뱃살을 향해 위로를 건넵니다. ‘괜히 주눅 들지 마. 저거 다 트레이너에게 비싼 PT 받고 가슴에 보형물 집어넣고(남자도 이런 수술 받으면 갑빠가 생깁니다.) 맛없는 닭가슴살만 먹으며 만든 거야. 부자연스러운 거야. 니가 거기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여기서 너란 뱃살입니다. 2012년 파업 때 단식 농성을 했는데요, 뱃살의 존재 이유를 그때 알았습니다. 위기 상황에 저를 지탱해주는 소중한 밧데리더군요.)

 

사람들은 빨리빨리 살 뺄 생각만 하지 자기 몸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지경이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적어도 지금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몸이 망가지는 데 걸린 시간만큼, 체중을 줄이는 데도 시간을 투자할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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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급하게 한 두달 안에 빼는 살은 금세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회화를 암송하면 몇 달 안에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평생 모국어만 하고 살아온 세월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영어가 빨리 느는 건, 한국어를 쓰며 살아온 세월이 적은 탓입니다. 나이 들어 외국어 공부를 할 때는 그만큼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좀 낮췄으면 좋겠어요. 원어민처럼 말하려고 하지 말고, 발음이나 문법은 좀 틀려도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영어 공부가 즐거워지는 비결이에요. 운동이나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TV 속 연예인을 목표로 삼지말고 10년 전 내 모습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영어도요. 잘 하는 사람 보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1년 전의 나와 비교하는 거지요. 운동도, 공부도, 기준을 낮추면 더 즐거워집니다. 지속하기 쉬워지고요.

 

책에는 이런 말도 나와요. 한 끼 식사로 빵과 고기와 채소와 지방(마요네즈 소스)이 적절하게 들어간 햄버거도 영양 균형이 잘 맞는 괜찮은 식사라고. 저는 혼자 배낭여행을 자주 갑니다. 그럴 때 가장 만만한 식당이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입니다. (혼밥의 성지!) 패스트푸드를 굳이 피하겠다고 유기농 식단을 찾거나 현지 식당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현지 식당에서는 전혀 예상치못한 가격이나 맛에 놀라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거든요.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이 햄버거입니다. 제게 행복한 식사의 기준은 그냥 맛있게 먹는 모든 음식이에요. 음식을 먹으면서 죄의식을 느끼지는 말자고 생각해요. 못 먹어서 굶는 게 탈이지, 먹는 게 뭐가 문제예요?

 

나이 50에 굳이 초콜릿 복근 만들려고 시간을 투자할 생각은 없습니다. 건강해보이는 몸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가급적 더 많이 걸으려고 해요. 가까운 버스 정류장보다 좀 더 먼 전철을 이용합니다. 더 많이 걷고,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거든요. 동네 뒷산을 더 자주 가려고요.

 

단기간에 살을 빼고 복근을 만드는 것보다, 오래 가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게 새해 목표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의 뱃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 아이들이 구박해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우리가 외모로 승부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

 

올 한 해, 저를 더 사랑해주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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