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꾸준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

by 김민식pd 2017. 6. 1.

어제 글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10대, 노는 것을 허하노라>는 책은 '놀아야 산다'는 말로 시작해서 결론에 가서 '삽질해야 큰다'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데이비드 갈렌슨은 천재 예술가들의 두 가지 유형 분석을 통해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찾고 있는데, 이를 삽질의 두 가지 특성으로 이해해도 좋겠다. 개념적 혁신자는 생각의 삽질을 하는 셈이고 실험적 혁신자는 행동의 삽질을 하는 셈이다. 생각의 삽질과 행동의 삽질 사이를 부지런히 왔다 갔다하면서 양자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240쪽)

 

 

삽질을 하라고 하면, '힘들게 그걸 왜 해? 성과도 없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열심히 삽질을 하면서 삽니다. 사람들이 하는 대표적인 삽질이 뭔지 아세요? 바로 컴퓨터 게임입니다. <엣지 오브 투마로우>라는 영화에 보면 톰 크루즈가 계속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하면서 미션을 수행합니다. 보면 삽질도 그런 삽질이 없어요. 게임을 들여다보면 항상 삽질의 반복입니다. 삽질을 통해 '아, 저 길로 가면 죽는구나.' '아, 보스를 만나기 전에 폭탄 3개는 모아야 하는구나.' '아, 이번 스테이지에서는 업그레이드를 꼭 해야하는구나.' 이런 걸 자꾸 시행착오를 통해 익힙니다.

게임의 즐거움은, 꾸준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에서 옵니다. 꾸준히 실패해도 두렵지가 않아요. 그냥 게임 속의 캐릭터가 죽는 것이니까요. 직장 일에서 꾸준히 실패한다면 직장 생활이 즐겁기 쉽지 않지요. 학교 공부도 마찬가지에요. 실패를 용인하기보다 한번에 정답을 맞추기를 바라는 것이 제도교육입니다. 

인생의 즐거움도 꾸준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에서 옵니다. 저는 20대 때 진로와 적성을 찾는데 있어 꾸준한 실패를 겪었어요. 대학 1지망 탈락, 입사 서류 전형 탈락, 첫 직장 중도 하차, 통대 졸업 후 진로 변경 등등. 꾸준히 실패를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왜? 내 인생이니까요. 안 된다고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실패가 두려워서 즐겁지도 않은 일에 적당히 타협할 수는 없으니까요. 꾸준히 실패를 거듭해야 우연한 성공을 만나고요, 그럴 때 우리의 인생은 성장합니다. 성공을 경험했을 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할 때, 우리는 성장합니다.

꾸준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 이것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조건은 놀이에요. 놀때 우리는 실패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우리가 가장 창의적일 수 있는 조건은 놀 때 만들어져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누가 물어요. 만약 제가 신문 기자로서 글을 쓴다면 분명 스트레스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취미 삼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요. 돈이 들지 않기에 부담이 없고, 읽는 이도 돈 한 푼 들지 않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이게 놀이라서 즐거운 거예요. 제가 교육 학자거나 사교육 종사자라면 이렇게 한가롭게 교육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학교에서 얼마나 잘 가르치는데?' 네, 그래서 저는 드라마 연출에 대해서는 글을 자제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얼마나 연출을 잘 하는데?" 하면 할 말이 없거든요. ^^ 독서가 취미고, 글쓰기가 공부이니 즐거운 겁니다. 학교에서의 공부는 지겹지만, 나이 들어 혼자 하는 공부는 부담이 없어요. 시험이 없고 경쟁이 없거든요. 단지 어제보다 하나 더 알고 깨우치고 싶은 내가 있을 뿐이에요.

대한민국 10대에게 놀이를 허용하기란 쉽지 않지요. 어른들이 더 잘 놀았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중년들에게 놀이를 허하라!" 일도 좋지만, 놀이와 공부를 늘렸으면 좋겠어요. 그게 앞으로 다가올 시대, 오래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