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올린 '당신 탓이 아닙니다.'라는 글에 정일수 님이 댓글을 달았어요. 올리신 분의 허락을 구해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지난번 글을 읽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2017/05/26 - [공짜 PD 스쿨] -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하 정일수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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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PD작가님께서 “세상에서 나눌 수 있는 일자리가 기본적으로 부족한 게 문제이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바깥에서 답을 구하지 말아요. 그 누구도 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쓰신 부분에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삶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답을 찾았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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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멋진 글이지요? 저는 특히 이 글을 읽고 정일수님의 세심한 배려에 완전 감동을 받았답니다.
원래 제가 쓴 글에서 저는
'힘들 때, 저는 제 몸을 굴려봅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2시간 동안 정신없이 달립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하남을 거쳐 남양주 다산 유배지까지 갑니다.'
라고 썼거든요. 그런데 정일수님은
'마음이 번다하실 때마다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다산 선생의 생가를 다녀오신다는 말씀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저 역시 힘겹고 지칠 때마다 가슴 속에 모셔둔 또 한 분의 아버지이신 다산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곤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다산께서 제 고향 강진으로 유배를 오셨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요.'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다산 생태공원을 저는 다산의 유배지로 착각하고 있었어요.
사진 속 팻말에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고 소개되어 있는데도 말이지요. 정일수님은 저의 착오를 바로잡아 주시려고 점잖게 에둘러 말씀해주신 거죠.
'피디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남양주는 다산 유배지가 아니라 생가랍니다. ^^'
라고 쓸 수도 있지만, 애써 장문의 글을 통해 제게 넌지시 일러주신 게 아닐까... 아, 그 마음씀씀이에서 또 배웁니다.
요즘 시대, SNS를 통한 글을 쓰기가 참 쉬워졌어요. 가끔 SNS의 글이 의도치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를 봅니다.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글의 짧은 오류만을 인용해 글쓴이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즉흥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제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글을 못 쓰는 사람이 글을 쓰려면, 오랜 시간을 두고 자꾸자꾸 다듬어야 합니다. 저처럼 생각이 짧은 사람이 짧은 글을 휙 올리면 탈이 날 수도 있어요. 우선 블로그에 긴 글을 비공개로 쓰고, 몇번씩 글을 고치고 다듬습니다. 처음에는 장황하게 말하듯 쓰고, 다음에는 글에서 단어와 문장을 계속 덜어내고 줄입니다. 올리기 전에는, 독자에게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핍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기까지 평균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읽는데 하루면 충분하지만 글쓰기는 한 달이 걸립니다. 한 달 정도 계속 리뷰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합니다. 그런 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글을 공개로 바꿉니다.
독자께서 올리신 질문에 급하게 답하느라, 교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역시 글은 오랜 시간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어요. 그리고 정일수 님에게서 다른 이의 실수를 일러주는 점잖은 방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의 허물을 지적할 때는 딴얘기하면서 슬쩍 찔러주는 거구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망신주기는 도움이 되기보다 상처가 됩니다.
오늘도 한 수 배웠습니다.
정일수 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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