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드라마 피디라고 하면 TV를 많이 볼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TV보다 책을 더 많이 봅니다. 이야깃거리나 원작을 책 속에서 찾거든요. 회사 사무실에서 근무 시간에 소설을 읽고, 만화를 봐도 뭐라 그러는 사람이 없어요. 기획중인 드라마 PD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거든요. 드라마를 위한 소재 발굴의 시간.

드라마에서는 많은 직업을 다룹니다.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그리는 경제 드라마를 연출한다면, 일단 주식에 관련한 소설과 책을 많이 읽습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독서가 최고지요. 인터넷 검색으로 단편적 지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완결된 내러티브를 가진 이야기는 책 속에서 자주 만납니다.

저는 아마 로또에 당첨 되어도, 그냥 회사를 다닐 겁니다. 드라마 연출은 제게 일이 아니라 취미니까요. 이 재미난 직업을 그만 둘 생각이 없어요. 로또가 되면, 아마 책이나 실컷 읽고 싶을 거예요.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굳이 로또를 사지 않아도 날마다 로또에 당첨되는 셈입니다. 동네 도서관에 들어설 때마다 그렇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책이 수십억원어치가 그곳에 있고, 원하는 책은 언제든 읽을 수 있어요. (상호대차, 도서예약, 신간구입 신청, 이 세가지 신공이면 세상의 그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어요. 책 읽기에 이렇게 좋은 시절이 또 있었을까요?) 제게는 도서관이 로또입니다. 매일 주어지는 로또 당첨. 매일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로또에 당첨될까? 그러다 또 한 권의 재미난 책을 만났어요.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 네오픽션)

무료 전자책 (리디북스나 교보문고 전자책 서점 등에서 무료 구입 가능합니다.) '한국소설이 좋아서'에서 보고 끌렸습니다. '친환경 SF 러브 로망'이라는 장르가 마음에 쏙 드네요. 저는 SF 덕후 출신 SF 번역가고요. 또 로맨틱 코미디 마니아 겸 연출가입니다. 그러니 제가 이 작품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지요.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이라고 믿었기에 모든 걸 버리고 2만 광년을 날아온 남자 경민, 지구를 다정하게 수선하는 사랑스러운 여자 한아, 그리고 우주의 꿑까지 가서야 뒤늦게 사랑을 배워버린 그 남자 엑스의 코믹하고 애절하고 흥미롭고 기막힌 우주 최고 러브 스토리.'

(소설가 조현 님의 추천사)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 장면은 이렇게 찍으면 재미있겠는데?' 언젠가 이런 SF 로맨틱 액션 멜로를 연출하고 싶어요. 책을 읽는 동안, 로또 당첨된양 행복합니다. 보통 드라마 PD들은 이런 작품을 만나면, 조용히 판권 조사를 하고, 회사 기획팀에 슬쩍 알려, 혼자 몰래 챙겨둡니다. 혹시 소문 나서 판권 경쟁이라도 날까봐. 그런데 저는... 당분간 연출할 기회가 없는지라... 아껴두느니, 추천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블로그에 올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SF, 독식하기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거든요.

어떤 편집자님이 제게 메일을 주셨어요. 만난 적이 없는 분인데,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 대해 이런 글을 주셨어요.

'피디님 책이 너무 좋아서 주위에 추천도 하고 선물도 합니다. 편집자들은 좋은 책이 나오면 자기 회사 책이 아니어도 다 기쁜 것 같아요. 멋진 책 내주셔서, 출판시장 파이를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 이런 글, 정말 고맙네요. 그래요,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니것 내것 따질 것 없이 시장을 키우는 게 우선이지요. 전 제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누군가 제 책을 읽고 느낀다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습니다.

SF와 로맨틱 코미디의 멋진 만남, 장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는 책이 될 것이라 믿고 추천합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첫머리에 정세랑 작가의 헌사가 나와요.

'정태화 아빠, 김상순 엄마께

아무리 해도 로또가 되지 않는 건

이미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기 때문일 거예요.'

 

아, 감동이네요.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런 헌사, 정말 설레고 감동입니다.   

 

정세랑 작가님께 드리는 헌사.

 

'정세랑 작가님께

아무리 해도 님이 로또가 되지 않는 건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도 책 속에서 즐거운 하루를 만나시길!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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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4.25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SF 영화는 봐도, SF 책은 잘 안읽게 되는데 이책은 끌리네요. '친환경 SF 러브 로망' 장르가 뭔지도 궁금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SF, 독식하기보다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거든요.'
    솔직히 저는 추리, SF 소설은 어떤 작가나 책이 재미있는지 몰라서 안 읽기도 했었는데 PD님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 소개해주시는거 적극 찬성합니다.

    오늘 글 제목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저에게 로또 당첨은 PD님...아니 김민식 작가님 블로그를 알게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앞으로도 블로그 활동 계속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2. 혜링링 2017.04.25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깨알같은 태그에 웃고갑니다^^ SF와 로맨스가 섞였다니 흥미롭네요~ 별그대같은 느낌이 날지 궁금하네요~ 전자책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ㅎㅎ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3. 미스사이공 2017.04.25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F 소설을 좋아하진 않지만 PD님 글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듭니다.
    작가님과 PD님의 로또에 대한 철학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
    고맙습니다!

  4. 동우 2017.04.25 16: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서울가면 꼭 갖고있는 천원짜리를 써서 로또를 사요. 댓글부대 모임때 서울을 가면서 사게된 습관중 하나입니다. 모임을 하고 내려올땐 왠지 모든게 다 잘될거같더라구요.
    전적은 세번중 한번 5천원 당첨이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계속 사보려구요. 그 날의 기분이니까요!
    저 또한 금전적인 복권로또는 거의가 꽝이지만
    피디님 블로그를 알게된 것이 행운입니다!
    저도 섭섭이님 말씀처럼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5. A 2017.04.25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세랑 작가님 저도 좋아해서 판권 조사해보니까
    이 작품은 이미 팔렸다고 하시더라구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니 괜시리 반가워 한마디 남깁니다.

  6. 2017.05.13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 난 뒤
    재밌다 정말 재밌다
    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한아를 만나 볼 수 있게 이 책을 추천해주신 PD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읽자마자 댓글 남깁니다 ㅎㅎ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
    연출을 전공한 제게
    정말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게한 이
    책 정말 지구에서 한아뿐♡

  7. 안녕 2017.05.24 14: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많으니그냥즐기믄서하고싶은거하고살지 돈많은부모만나 좋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