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16일차 여행기

파제 마을에서는 할 게 별로 없어요. 카이트 서핑 말고는. 정말 심심한 마을이더군요. 하릴없이 마을을 다닙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터만 남아있고 지붕 없는 집이 많아요. 왜 집을 이렇게 짓다가 말았을까? 의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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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랑 구조는 다 지어놓고 지붕은 안 지었내요. 건설붐이 일다가 갑자기 거품이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왜 집을 짓다가 말았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럴까요?

 

 

 

 

네, 답은...

 

짓다 만 것이 아니라, 저게 다 지은 겁니다. 우리하고 집짓는 방법이 달라요. 이곳은 사시사철 따뜻하니까 난방이 필요없어요. 방풍을 위해 담을 높이 쌓을 필요도 없고요. 시멘트와 벽돌로 방방마다 구역만 나누고 나무 기둥을 대고 초가지붕을 얹어요. 집이 낡으면 그냥 버리고 떠납니다. 나무 기둥은 가져다 재활용하고, 초가 지붕은 날아가고, 아래 구조물만 남는 거지요. 땅값이 워낙 싸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아예 빈 땅에 짓는 게 편한 겁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궁금증을 풀어보는 걸 좋아해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그가 들려주는 정형화된 해석, 정답만 듣습니다. 혼자 다니면 스스로 의문을 풀어야해요.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은, 모두의 정답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파제를 떠나 다시 스톤타운으로 돌아갑니다.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 이곳의 부가 어마어마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시골 해변 마을에선 초가 지붕의 전통 가옥이 많고, 이곳 스톤타운에선 부를 축적한 이들의 화려한 건축양식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잔지바르 건축양식에 특이한 점이 있어요.

문에 이렇게 뿔처럼 튀어나온 금속으로 장식을 해요.

집집마다 이런 뿔이 달려있어요.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프리즌 섬 투어 갔을 때, 가이드에게 물어봤어요. 문에 뿔은 왜 달았냐고.

옛날 잔지바르의 왕이 인도 여행을 갔답니다. 그곳 왕궁의 대문에 이런 뿔이 박혀있더래요. 보니까 서민의 집에는 장식이 없는데, 왕궁에만 있는 거지요. '아, 이것이 왕이 사는 곳이라는 징표인가 보다.' 돌아와서 자신의 궁궐 대문에 쇠로 만든 뿔을 답니다.

귀족들이 그걸 보고 흉내를 냅니다. '인도에서 온 최신 유행이라고 왕만 하란 법 있나, 에헴!' 나중에는 일반 백성들도 그걸 따라 합니다. '아, 요즘 좀 있어 보이려면 문에 뿔을 달아야하나 보다.'

 

 

인도 왕궁의 대문에는 왜 뿔을 달았을까요? 코끼리 때문입니다. 궁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인근 마을의 코끼리가 머리로 문을 밀고 들어와 부엌으로 가는 거지요. 덩치 큰 코끼리를 쫓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에요. 닫힌 문을 코끼리가 밀지 못하게 문에 뿔을 달아 놓은 겁니다. 그럼 코끼리가 함부로 무거운 문을 머리로 들이밀지 못하지요.

인도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잔지바르에는 코끼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뿔달린 대문이 유행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사치재는 보통재로 바뀌는 게 운명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이 시작하면 곧 일반 서민들도 따라한다는 거지요. 모든 사람이 하면 차별화가 없어요. 그럼 부자들이 또 새로운 사치재를 찾아나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소수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게 있고, 그걸 부자가 사기 시작하면 곧 대중화가 따릅니다. 자동차가 그렇고, 아이폰이 그렇고, 영어 조기 교육이 그래요. 돈 있는 사람이 시작하면, 곧 모두가 따라하지요. 이때 한번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길에 코끼리도 없는데, 문에 뿔은 왜 달지?'

이런 질문...

'애가 커서 유학을 갈지 안 갈지 모르는데, 영어 유치원은 왜 보내지?'

이런 질문...

   

요즘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도 살아보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는데요. 앞으로는 버리기를 잘 해야 합니다. 사 들이는 건 답이 없어요. 끝이 없거든요. 오히려 앞으로는 없이 사는 게 능력입니다.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배낭여행이에요.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다니며 한달을 살아봅니다.

속옷, 셔츠, 양말 각각 3벌만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빨고, 하나는 말리고.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매일 갈아입습니다. 어떨 땐 하루에 2번도 갈아입어요. 호텔에 세탁을 맡기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 샤워하면서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합니다.

배낭 여행 중 간단한 빨래 요령.


샤워한 후 벗은 옷은 비누칠한 후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옷이 잠기게 하고 1시간을 둡니다. 비누기가 빠지도록 몇 번 헹군 후, 다시 깨끗한 물에 담궈 둡니다. 1시간 후 잘 짜서 말리면 끝. 방안에서 밤새 말려야하는데 등산 바지나 스포츠 셔츠가 잘 마릅니다. 속옷은 유니클로 에어리즘 계열이 가볍고 잘 말라서 여행할 때 애용하는 편이고요.

배낭 여행을 하면서 깨달아요. 즐겁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은 의외로 적구나.

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남는 건 추억밖에 없으니까요.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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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스뽈 2017.04.10 0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에 미니멀리즘에 빠졌을때 읽었던 책에서 물건은 최소한의 것을 사되 최고 품질의 것을 사고 나머지는 경험에 투자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하기 시작한 생각들과 맞아서 무척 반가웠었습니다. 원래 저도 명품에 많은 투자를 하던 여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책을 많이 읽다보니 변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배우고 싶던거 배우고 여행을 더 많이하고 살다보니 행복하다를 더 많이 느낍니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들 커감에 따라 같이 하는 여행에 기대도 많이 되구요. 요즘은 그동안 배운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데 내가 준것보다 더 많은걸 받게 되더군요.
    아직 버려야할 물건도 버려야 할 마음도 많지만 살아있으니 차차 이루어가겠죠?
    회사일에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제가 자주 하는말인데 "일이랑 건강이랑 바꾸지마. 살아만 있어. 그럼 뭐든 할수 있어"

    오늘도 살아있어 행복한 아침입니다.

  2. 동우 2017.04.10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우니 새로운게 들어오더라구요
    첨엔 아깝기도, 미련이 생겨서 그러지 못했는데
    한번 하고나니 쉽더라구요
    일단 한번 해보는거 그게 젤 중요한거같아요
    그리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3. 섭섭이 2017.04.10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문 모양이 코끼리와 관련있다니 재미있네요. 단순히 문일뿐인데, 관찰력이 대단하셔요 ^^
    저도 PD님 처럼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여행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요. ^^

  4. 대구용산스카이 2017.04.10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도의 이유 있는 문장식이 잔지바르에선 이렇게 장식이 되는군요, 혼자 다니며 풀어보는 여행. 요즘 여행 중인데 피디님의 멋진 조언을 생각하며 돌아야 겠습니다:)

  5. 름보 2017.04.10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중이시군요~ 여행하다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데 하나하나 수수께끼풀듯 풀어가는 재미가 있으시겠어요 . 그런데 추측하신 답은 원주민에게 물어보는지... 어떤방법으로 답을 확인하시나요???

    • 김민식pd 2017.04.11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어보기도 하고요. (원주민이라고 정답을 아는 건 아니더군요.)
      그냥 혼자 책에서 읽은 걸 떠올리기도 하고요.
      정답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6. 첨밀밀88 2017.04.18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래법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