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영어 교사로 일하신 어떤 분이 퇴직하고 책을 쓰려고 준비중이었답니다. '영어 공부는 문장을 외우는 게 최고다'라는 내용으로. 그러다 제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좌절하셨답니다. 

'아뿔싸, 한 발 늦었구나!'

이 책을 읽고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1만권 독서법 (인나미 아쓰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작년 한 해, 250권의 책을 읽으며 다독 비결을 연재했어요.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어떻게 할까?'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 등등. 언젠가는 '다독의 즐거움'에 대해 책을 쓰고 싶었는데, 음... 한 발 늦었네요. 이 책을 보니, 당분간 안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 책에 다 나오거든요. ^^

1만권 독서법의 핵심은 책을 빨리 읽자는 것입니다. 저도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읽는데 집착하지 말고, 좋은 책을 몇 권만 꼼꼼히 정독하라'는 분도 있습니다. 유명한 고전이나, 어려운 인문과학서적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쉽고 재미난 책을 설렁설렁 취미삼아 읽자는 주의입니다.

좋은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 마치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저는 책은 다 좋다고 생각하는 극단적 책 애호가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또 읽을 때의 상황에 따라, 마음을 더 크게 울리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 거지요. 책의 잘못도 아니고, 독자의 잘못도 아니예요. 그냥 서로 인연이 아닌 거지요. 저는 어렸을 때 무협지랑 야한 소설도 즐겨 읽었는데요. 그때 속독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야한 장면을 찾아 휙휙 페이지를 넘기게 되거든요.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주인공의 운명에 집착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깨워주는 책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아이에게 재미없는 인문고전을 숙제처럼 읽히다보면 독서의 흥미를 잃을 수 있어요. 뭐든 오래가는 취미가 되려면 재미가 우선입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있다기 보다, 더 좋아하는 책과 덜 좋아하는 책이 있지요. 내가 어떤 책을 더 좋아하는지는 책을 읽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가볍게 읽은 소설에서 가슴 먹먹한 감동을 얻기도 하고, 모두가 좋다고 하는 서양 고전을 읽었지만 지루하기만 해서 시간과 의욕만 빼앗기기도 합니다. 많이 읽기 전에는 좋은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많이 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권의 책을 읽다 찾아낸 좋은 책을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지요. 그래서 저는 정독보다 먼저 다독과 속독을 익혀야 한다고 믿습니다.

책에는 다독과 속독을 위한 알찬 노하우가 소개됩니다. 1만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저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읽는다'라고 합니다.

'독서뿐 아니라 뭔가를 습관화하는 비결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실행하는 것입니다.

(중략) 독서리듬을 만들고 싶다면 일단 하루도 거르지 않아야 합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습관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작업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독서를 습관화하려면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천히 읽고 싶은 책뿐 아니라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도 자신의 독서 목록에 넣어둡니다. 이렇게 점차적으로 다양한 책을 읽는 환경에 조성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 읽은 책이 점점 늘어가는 기쁨은 독서를 습관화하는 데 빠트릴 수 없는 동기부여로 이어집니다.'

(47쪽)

 

 

1만권 독서법, 제목을 읽고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나름 다독한다고 하지만 1년에 250권이 한계더라고요. 이 분은 서평가로서 연간 700권을 읽는답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이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평생 1만권을 읽겠다는 각오로 달려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습니다. 정독에 목매지 말고, 설렁설렁 읽는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책 한 권에서 한 문장을 남기면 남는 장사라는 생각으로 도전해봐야겠어요.

1만권 독서법은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100퍼센트를 기억하는 독서에서 1퍼센트를 만나는 독서로' 가라고요. 

'독서란 수천의 문장 사이에서 나를 성장시킬 단 한 문장을 찾는 과정이다.'

 

어떤 책의 어떤 문장에 꽂힐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글귀를 읽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삶의 강렬한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이 책을 읽는 최고의 이유라고 믿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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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남매대디 2017.03.23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전 일년에 50권 도전중인데...부끄럽네요.ㅠㅠ
    현재까지 15권 읽었으니 정상 진도는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PD님 말씀처럼 정말 정독하면서 읽기는 힘든 것 같고 저도 속독으로
    읽으면서 맘에 드는 문구는 항상 표시했다가 블로그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 글귀를 읽으면 그 책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나지 않을까요?
    이 글 읽어보니 제 독서방식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도전의식이 샘솟네요...^^

  2. 섭섭이 2017.03.23 1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지나쳤던 책이었는데, PD님 통해 내용을 알게 되네요. ^^ 1만권 독서법이라고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빨리 읽자는것이 핵심이었군요. 저한테 필요한 조언 같네요. 제가 주로 정독으로 책을 읽는데 책 읽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 쌓여가는 속도가 빨라서 ㅋㅋㅋ .
    이제부터는 정독에 목매지 말고, 설렁설렁 읽는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쉽고 재미난 책들로 읽어봐야겠어요.

  3. 동우 2017.03.23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요즘 추천해주시는 책이 한권 한권 쌓여있다보니 사실 조금 아주조금 부담이 될뻔했지만
    1퍼센트를 만나는 독서! 라면 지금보다는 가볍게 책을 대할수 있을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알려주신 책 장바구니에 담아둘께요!

  4. 첨밀밀88 2017.03.24 0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일년에 30권도 만족인데요 그것도 쉽지는 않군요 ㅋㅋ

  5. jmommy 2017.03.24 0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한 권에서 내 맘에 와닿는 한 문장이라도 건지자고 생각하면 독서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것같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읽기도 좋은 방법이네요 당장 실천해봐야겠어요!^^

  6. 작은흐름 2017.03.24 0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를 성장시키는 단 한 문장! 공감합니다! 책 읽으면서 만났던 가슴에 와 박히는 문장들은 노트에 모아놓고 있어요ㅎㅎ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다가 요새는 다독에 회의를 느끼고 정독 후 독서노트에 정리까지 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느린 독서 중인데요. 각자에게 맞는 독서법 찾아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담없이 재밌는 책 다독하기도 무척 좋은 즐거운 책읽기 방법 같아요~ 매일 습관 들이기 부분도 깊이 공감하며 한마디 끄적이고 갑니다!

  7. akiramenai 2017.03.24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많이 읽기!

  8. 투썬플레이스 2017.03.26 2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너무나 많은 독서법 책들이 나와서 이 책 그냥 넘기려 했는데 꼭 읽어야 겠네요^^

    한권의 책을 읽고 한 줄의 문장을 실천하는 것. 그러면 그 책에서 얻고자 하는걸 다 얻는 것 같아요

  9. 조아하자 2017.03.29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지만, 나쁜 책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가벼운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이야기를 하는 자기계발서 같은 것들... 심지어는 회사에 복지가 필요없다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기를 권하는 자기계발서나, 인간에게 감정이 필요없다면서 싸이코패스를 옹호하는 자기계발서까지 있어요. 이런 책들이 버젓이 나오는 현실에서 나쁜 책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의도가 있는 책은 나쁜 책이죠.

  10. Simi 2017.04.14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있네요 ㅋㅋ
    I spoke too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