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을 다니는 재미 중 하나가 현지에서 그룹 투어에 합류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3박4일간 함께 다닐 다섯 명의 친구들을 현지 여행사에서 만났어요.
먼저 사샤(오른쪽)와 월터(왼쪽). 각각 20대 독일인, 네덜란드인 청년들. 프로 포커 플레이어랍니다.
"응? 포커를 치는 게 직업이라고?"
"선수로 뛰기도 하고, 강사로 일하기도 해."
"포커 치는 걸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고?"
정말 재미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네요.
ㅠㅠ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들어 버렸구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발랄한 두 아가씨, 시에라와 대니. 평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레스로 일을 하고,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닌다는군요. 두 달 간 아프리카를 여행한 다음에는 인도 고야로 날아간답니다. 아, 선진국 청춘들의 이런 삶, 부럽네요.
리사는 러시아 출신 IT 전문가인데요. 지금은 독일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저랑 모시 호텔에서도 만났어요. 탄자니아는 여행 경로가 빤해서 다니다보면 이렇게 자꾸 만나게 되요.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이끌 대장! 바로 운전사 겸 가이드, 힐러리 크리스핀입니다. 힐러리 대장을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우리 팀의 요리사는 닥터 찰스입니다.
"내 요리를 맛보고 나면 그냥 찰스라고 부르기 황송해질 거야. 박사님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싶어질걸."
그의 농담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그의 요리를 먹고 나서는 반응이 달라졌어요. 매일 저녁 색다른 수프를 내오고 채식주의자 아가씨들을 위한 채식 메뉴에, 남자들을 위한 푸짐한 고기까지. 거기다 식사 말미에는 바나나 타르트 등 별미를 내오는 정말 최고의 요리사였어요. 식사 시간에 그가 요리를 들고 올 때마다 우리가 외쳤어요.
"Doctor is here!"
야생 코끼리가 바로 코 앞을 지나갑니다, 어슬렁어슬렁. 동물원 우리에 갇힌 모습과 달리, 야생의 초원에서 자유를 누리며 천수를 누리는 삶, 좋네요.
지프를 개조해서 천장에서 몸을 내밀어 바깥을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세렝게티 사파리를 정말 좋아하네요.
코끼리나 얼룩말에게 길을 양보할 때가 많아요. 차가 서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천장 밖으로 몸을 내밀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디든 카메라만 갖다 대면 다 그림이거든요. 사방 천지가 다 동물들이에요.
얼룩말의 문양은 사람의 지문처럼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개성이 있답니다. 유심히 봤더니 정말 얼룩말의 무늬가 다 제각각이더군요. 얼룩말이 나타날 때마다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어요.
"랏땃따라다라닷땃 서커스, 랏땃따라다라닷땃 애프로, 서커스 애프로, 서커스 애프로~"
차를 몰던 힐러리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길 옆 관목숲을 가리켰어요.
잠깐, 심바라고? 그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아닌가?
"아빠, 제 이름은 뭔가요?"
"응, 넌 그냥 '사자'야. 심바." ^^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 캠프 사이트에 가서 텐트를 칩니다. 캠핑 사파리가 롯지 사파리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합니다. 혼자 여행다니는데 아껴야지요. ^^
텐트촌 한쪽에서 야생 얼룩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습니다. 귀엽다고 가까이 가면 안됩니다. 야생 동물인지라 뒷발로 찹니다. 닥터 찰스가 차려준 저녁 만찬을 먹고 텐트에 돌아와 곯아떨어집니다. 공해도 없고, 인공 조명도 하나 없는 아프리카 초원이라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박혀있네요. 그러고보니 다 낯선 별자리입니다. 여긴 남반구라, 평소에 보는 별들과는 다른 친구들이지요. 하루 종일 덜컹거리는 지프차를 타고 다녔더니 피곤하네요. 바로 잠에 빠집니다.
아루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타랑기르 공원, 사파리 여행의 입문 코스 격입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곳으로 당일치기 사파리를 오기도 한다네요. '뭐, 이 정도도 괜찮지.' 했거든요? 그건 다음날 응고롱고로와 세렝게티를 보기 전이었지요... ㅎㅎㅎ
내일 응고롱고로 사파리 편으로 돌아올게요!
오늘 경비는 미화 150불. (사파리 하루 경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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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이 2017.03.06 0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
드디어 사파리 여행기 시작이네요.
사진의 동물들을 보니 다 살아있는 느낌이네요. 눈앞으로 야생 동물이 지나가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모바일로 봤을때는 잘 몰랐는데 큰 화면의 PC 로 보니 휠씬 더 생동감 있네요. 근데, 사파리여행 갔다오면 정말 우리나라 동물원은 시시해서 못갈거 같은데요. ㅋㅋㅋ . 사파리여행을 전속 요리사와 같이 여행한다는게 색다른데요. 전세계 여행객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싶지 않을텐데.. 어떤 요리를 해주는지 찰스의 요리를 직접 먹고 보고 싶네요. 사파리여행 꼭 가봐야겠어요.
오늘처럼 아프리카 동물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웅얼거리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로 오늘 아침을 시작합니다. ^^
"리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이히히 음바베... " - <the lion sleeps tonight>
내일 또 즐거운 사파리 여행기 기대할께요. ^^
네, 제 사진 실력은 별로인데, 풍광이랑 주인공들 표정이 살아있어서 괜찮게 나왔네요. 여긴 사실 카메라를 갖다대면 다 앵글이 살아있어요. ^^
지나스뽈 2017.03.06 0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심바, 품바.... 그런 이름이었군요.
정말 성의 없네요.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 정말 멋지네요.
동물원 우리 속에 동물이 아닌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살고있는 동물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 ^^
Grace 2017.03.06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아프리카는 제 여행리스트에 없었는데.. 피디님 글을 계속 보다보니 엄청 가고 싶어졌어요^^ 진짜 사파리라니..!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ㅎㅎㅎ 동물을 좋아하신다면, 생경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동우 2017.03.06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진정 동물의 왕국!!
작년 처음으로 에버랜드 사파리에 가서 너무 좋았는데
길들여지지않은 야생이라..두근두군합니다
저도 위시리스트에 추가합니다!!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을 겁니다. LA 헐리웃에 간다고 영화배우를 만날 순 없는데요, 세렝게티에 오면 동물의 왕국에 나온 모든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
게리롭 2017.03.06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에버랜드 사파리만 가도 좋은데
실제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니요!!!!!! 와~~
마사이 족 말로 사자가 심바, 돼지가 품바, 미어캣이 티몬.. 이것도 첨알았네요 ㅎㅎ
이런 깊은(?)뜻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전 약간 배신감도 느꼈어요. 주인공 이름을 이렇게 쉽게 짓다니... ^^
✬ 2017.03.06 2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심바, 품바, 티몬... 그냥 가져다 붙인 이름이었군요ㅋㅋㅋ 생생한 여행기덕에 저두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ㅎㅎ
첨밀밀88 2017.03.07 2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아...
홀릭 2017.03.08 1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기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세렝게티 여행사 연락처 좀 알 수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