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4일차 여행기

 

킬리만자로 아래 자리한 모시를 떠나 사파리 여행의 출발지 아루샤로 향합니다. 모시에서 아루샤 가는 미니 버스는 많아요. 아프리카의 버스는, 사람이 가득 차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버스를 골랐어요. 사람이 꽤 많이 탄, 그렇지만 아직 앉을 자리는 남은 차로. 요금은 싸요.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아루샤까지 시외요금, 3000 Tsh 우리돈 1500원. 

(이 승합차가 시내버스입니다. 몸을 창밖에 낸 아저씨가 차장이고요. 행선지를 계속 외치면서 달립니다. 정해진 정류장 없이 대로변에 서 있다가 손을 들면 세워서 태웁니다.)

그런데 사람이 다 탔는데도 떠나질 않더군요. 미니 버스 한 줄에 의자가 세개인데요, 자리가 차도 더 태웁니다. 나중에 탄 사람은 가운데 보조석을 펼쳐 앉습니다. 이제는 가겠지. 웬걸 또 기다려요. 한 줄에 4명이 앉으면 정원인데, 곧 또 한 사람이 타서 두 명 자리에 셋이 앉습니다. 다들 그러려니 해요. 콤비 버스 한 줄에 다섯명이 타고 갑니다. 중간에 사람이 내리네요. 아, 이제는 좀 편하게 가려나? 웬걸 한 명 내린 자리에 두 명이 탑니다. 이제 한 줄에 여섯명이 앉았어요. 마지막에 탄 아저씨는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 반을 걸쳐놓고 가네요. ㅎㅎㅎ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  


 
아루샤는 사파리 여행의 메카라 여행사가 많고 길에 호객꾼도 많습니다. 가격과 상품이 천차만별이에요.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려고 보니 하루 200불, 5일짜리 상품이 1000불에서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예약하고 국제 송금한 후, 현지에 오면 사기라고 예약금을 날린 사례도 있대요. 현지에 와서 하는 걸 권한다고... 길거리 호객꾼에게 계약금을 줘도 안 되고 반드시 사무실에서 예약을 하라고 하네요. 차를 타고 자기네 사무실에 가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따라가면 가격 흥정이 쉽지 않아요. 계약을 하지 않으면 '갈 때는 니가 알아서 가라'고 나오거든요. 낯설고 외진 곳에서 헤매는 건 부담스러우니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예약을 하지요. 제일 좋은 건, 여행사 사무실이 밀집한 아루샤 시내에서 직접 발품팔면서 흥정하는 것입니다.

다녀보니, 5일짜리 사파리 800불에 가라는 곳도 있고, 4일에 700불을 내라는 곳도 있어요. 나오려고 하면 붙잡지요. "얼마면 되겠니? 불러봐." 저는 너무 깎는 것도 별로에요. 그럴 경우, 여행에서 필수 요소가 빠지기도 하거든요. 처음부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선호합니다. 일단 3곳은 들러서 가격을 물어보자, 이것이 저의 흥정 원칙입니다.

 

저는 연애지상주의자인데요, 결혼하기 전에 적어도 3번 이상은 연애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물과 사상' 2012년 7월호에 조준현 경제학 교수님이 쓰신 '위험하고 불확실한 세상'이라는 확률 이야기를 잠깐 보시죠.

 

'목숨 걸고 선 보기' 

 

당신은 선을 보기로 한다. 100명의 여자들이 저마다 지참금을 가지고 나오는데, 그 사람과 선을 보기 전까지는 누가 얼마를 가지고 나오는지 알 수 없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과 선을 볼 수 없으며, 되돌아가서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다시 선택할 수도 없다. 참으로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이 여자를 선택하려니 앞으로 만날 다른 여자가 더 많은 지참금을 가져올지 모르고, 선택하지 않으려니 혹시라도 지금 이 여자가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온 사람이 아닐까 걱정된다.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물론 그깟 지참금이야 좀 덜 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굴만 예쁘면 지참금 따위는 없어도 좋다는 남성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조금 바꿔보자. 당신은 아주 포악한 술탄의 신하다. 술탄은 당신이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온 여자를 선택한다면 살려둘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당신 목을 베겠다고 말한다. 이제 지참금이 아니라 목숨이 걸렸다. 당신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우선 35명까지의 여자들을 만나본 다음 그중 가장 많은 지참금의 액수를 기억해둔다. 그런 다음 나머지 65명 중 그보다 많은 지참금을 가져오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녀를 선택한다. 이것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목숨을 건질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라는 게 통계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이제 그 이유를 따져보자. 먼저 가장 많은 지참금을 가져오는 여자가 65명에 속할 확률은 65%로, 당연히 35명에 속할 확률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지참금이 많은 여자가 모두 65명에 속할 확률은 대략 40%다. 반대로 첫 번째 여자와 두 번째 여자가 다른 조합에 속할 가능성이 60% 가까이 된다. 그러니 대충 나는 살 가능성이 높다.

-후략...

 

자, 통계학자들의 충고를 따르자면, 첫번째 연애나 두번째 연애 상대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온전히 활용하지 않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10명을 다 만나본 다음에 선택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에요. 헤어진 사람 중에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최소한 세 명은 만나보고, 그런 다음 네번째 이후부터 사람을 만나는데 기존에 만난 3명보다 더 좋으면 진지하게 사귀는 거죠. 그게 확률상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여행지에서 가격을 흥정할 때도 비슷합니다. 숙소나 투어 상품을 선택할 때, 적어도 3군데 이상, 가격을 문의합니다.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기억해두고, 그 다음 간 곳에서 더 나은 조건이 나오면 바로 선택합니다. 두어군데 봤는데 다 조건이 나쁘면 처음 장소로 돌아가기도 해요. 4~5곳 둘러보고 결정하면 바가지 쓸 일은 없습니다.

 

(장기같은 걸 하는데 자세히 보니 장기말이 페트병 뚜껑이에요. 재미있어보여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촬영에 좀 민감합니다.)

"너네 게임하는 장면,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

"응, 그래. 단, 나는 마사이족 추장인지라, 사진을 찍으면 니가 나에게 뭔가 선물을 해야해."

"알았어. 나는 아시아에서 온 왕자야. 한국 왕족의 정중한 인사를 선물로 받아줘."

프랑스 귀족이 귀부인에게 하듯 허리를 숙여 팔을 늘어뜨리며 과장되게 인사를 했더니, 웃으며 넘어가더군요. 이 개구쟁이들! ^^

  


모시에서 묵을 때, 네덜란드인 노부부를 만났는데, 그들은 이미 사파리를 했어요. 자신들이 했던 여행사와 가이드가 참 좋았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기에 명함을 받아뒀거든요. 아루샤에서 알아본 가격보다 이 회사가 처음 부른 가격이 더 저렴했어요. 4일에 600불(숙식 포함). 믿음이 갑니다. 숙소로 돌아와 메일을 띄웠어요. '혹시 모레 출발하는 5일짜리 패키지에 빈 자리가 있을까요?'

 

답장이 왔어요.
'5일은 너무 길어 지루할 수 있으니 4일짜리 상품을 추천합니다. 내일 당장 떠나는 4일짜리 팀에 한자리가 비는데 예약하시겠습니까?'

 

조건도 딱이고, 가격도 딱이네! 냉큼 물었어요. 나중에 사파리에 가서 보니, 제가 일행 중 가장 싼 가격에 왔더군요. 똑같은 패키지인데... ^^ (아마 동양인이라 유럽인보다 좀 싸게 해 준 걸수도...)  

자, 드디어 세렝게티 사파리를 떠납니다! 사자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일일 경비

택시 10불 (호텔에서 모시 버스터미널까지.)

오토바이 3불 (아루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버스 2불

과일 3불

점심 2불

저녁 4불

숙박25불

(합계 59불 - 65,000원)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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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01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잠보

    맞아요. 흥정을 위해서는 여러군에 정보를 모아서 비교하면서 내가 협상을 이끌어가야 하는거 같아요.
    한국에서는 흥정을 그럭저럭 하긴하는데, 해외여행가서는 가격 흥정한 기억이 별로 없네요.. 이유는 언어가 안통하니 흥정하려는 시도를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껄하는 후회를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내일부터 시작되는 세렝게티 사파리 여행 ..저도 벌써 설레이는데요. 세렝게티 모습 많이 보여주세요.

    • 김민식pd 2017.03.01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짜로 공부한 영어 덕에, 여행 다니면서 돈을 많이 아꼈어요. ^^
      영어공부야말로 정말 남는 장사같아요~

      사진 풀 방출하겠습니당!

  2. 첨밀밀88 2017.03.01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근데 이 말씀은 영어로 하신겁니까?
    그나라 영어가 통하나요?

    "알았어. 나는 아시아에서 온 왕자야. 한국 왕족의 정중한 인사를 선물로 받아줘."

    작가님의 공짜정신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 같으면 베낭 뒤져서 콜라라도 한병 줬을듯한데요 ㅋㅋㅋ

    • 김민식pd 2017.03.01 1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스와힐리어를 공부하다가 탄자니아 가서는 공부 그만뒀잖아요. 영어랑 스와힐리어가 공용어인데요, 영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저렇게 농을 거는 사람은 다 영어를 좀 하는 친구들이지요. 어쩜 친구들 앞에서 영어 하는 티 내고 싶은데 마침 외국인이 기회를 준 걸 수도... ^^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돈주고 하지 말자!
      저의 평생 지론입니당~^^

  3. jshin86 2017.03.02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연애는 최소한 몇번은 해보고 배우자를 결정 하세요.
    연애 못해보고 결혼 하면 좀 후회가 된답니다. 비록 결혼 생활이 원만하고 행복할 지라도.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랄까요.^^

  4. 체질이야기 2017.03.02 1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네요^^..잘보고가겠습니다 즐거운하루보내세요~~!

  5. Ju 2017.11.12 1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사파리투어하신 회사 홈페이지나 이메일정보등을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