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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로보파이낸스의 시대

by 김민식pd 2017. 2. 22.

몇 년 전, 이화여대에 출강한 적이 있어요. 방송 PD 지망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였는데요, 처음엔 조금 민망하더군요. '신문방송학 전공자 앞에서 공대를 나온 내가 과연 미디어 연출론을 강의할 수 있을까?' 그때 저의 절친이신 이강환 박사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님)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박사님은 제게 과천과학관에서 과학 강연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거든요.

"엑? 저같은 딴따라가 천문학 박사님들 앞에서 강연을 하라고요? 쫄려서 어떻게 해요...ㅠㅠ"

그때 박사님의 말씀.

"과학자들 앞에서 과학자가 강연하면 잘 안 듣습니다. '나도 다 아는 얘기인데 뭘...' 하면서요. 하지만 드라마 PD가 와서 '한국 드라마 속 SF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 다들 들을 겁니다. 그건 피디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이강환 박사님은 참고로, 용인술의 대가이십니다. 사람에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와 인사이트를 심어주시지요.)

생각해보니, 공대를 나와 예능 연출과 드라마 연출을 다 경험해 본 사람도 흔치는 않으니까, 나만의 연출론을 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강의를 수락했습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책 출간 소식이 떴는데요. 저자의 이름이 낯익었어요. 저자 소개를 보니 강의할 때 만났던 학생이네요. 이대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KAIST에서 석사를 밟고, 전자신문사에서 '금융 IT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김지혜기자. 그가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금융지도' (김지혜 지음 / 한스미디어)를 냈습니다.

'금융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어떤 신세계를 만들 것인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로보 파이낸스의 실체와 선제적 대응법!'

지난 1년간 은행 점포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엄청났어요. 동네 대로변 1층에 있던 지점이 사라져 '응?'했는데, 알고보니 1층에는 현금지급기만 남기고 2층으로 올라갔어요. 인근에 두세곳 있던 곳은 하나로 통합한 지점도 많고요.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은 늘어나고 오프라인 점포와 직원은 줄고 있는 거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 서비스이지 은행이 아니다."

인터넷이 막 태동하던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남긴 말이랍니다. 20년 전 그가 했던 말이 핀테크가 부상한 요즘에 다시 회자되고 있어요.

로보파이낸스의 시대, 금융의 미래가 궁금한 금융업 종사자분이라면 한번 눈여겨 볼 만한 책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속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은 누가 알까요? 내가 압니다. 스스로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의 일을 찾아가는 게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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