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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by 김민식pd 2017. 2. 20.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 한겨레 출판)

 

최순실 정국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현실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주식회사 대한민국', 아닐까요?

 

박노자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조폭 정치라 비유합니다. 대기업이 주문한 정책을 정치권이 힘으로 실행에 옮긴다고요. 조폭의 특징은 삥뜯기지요. 최순실이 삼성의 삥을 뜯은건지, 삼성이 국민연금의 삥을 뜯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만 챙기지, 임금노예를 돌보지 않아요. 

 

'(주) 대한민국의 주된 특징이라면, (정말 악질기업답게!) 오로지 주주들의 배당금 극대화만을 위해 분투한다는 것이다. 피고용자, 즉 (주) 대한민국의 주주가 될 가능성이 없는 임금노예들은 그저 주주 배당금 극대화의 '재료'쯤으로 여긴다. 예컨대 청해진해운의 대주주나 임원이야말로 (주) 대한민국의 주주다. 그러하기에 청해진해운을 포함한 해운기업들은 노후 선박을 운용할 권리를 손쉽게 따낼 수 있었다. (...) 가습기 살균제라는 살인적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외국계자본인 옥시가 합류했다. 그 돈벌이에 100여 명이 '살해'당하는 동안 (주) 대한민국의 질병관리본부나 환경부 등이 열심히 한 것이라곤 수수방관 뿐이다. '주주'들이 그 본연의 역할인 배당금 극대화에 열중하는데, 그들의 대표격인 국가가 왜 참견을 하겠는가?'

(11쪽)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가혹한 세상입니다. 일단 이곳의 청년들은 일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고요. 3,40대 정규직 노동자는 쉬운 해고로 내몰립니다. 이른 나이에 퇴직한 가장들은 카페며 식당을 차리지만 한국 자영업의 실패율은 80%이며, 자영업자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임금 노동자의 두 배인 160%입니다. 

'빚에 시달리는 가난뱅이들은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장사가 안 될 때는 저임금 노동으로 겨우겨우 생계를 꾸린다. 가면 갈수록 더 많은 대졸자들이 취업에 실패해 도시빈민 대오에 합류한다. (...) 그들에게 언젠가 계급적 각성의 순간이 오지 않겠는가?

체제가 장기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종북 사냥'을 대대적으로 벌여 체제에 대한 모든 반대에 미리미리 '종북'과 같은 색깔을 뒤집어씌우려 한다.'

(...)

결국 양심수 양산의 정치는 공포정치다. 현직 국회의원이나 전국 노조의 수반, 아니면 유명한 인권활동가마저도 언제든지 투옥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안심하고 표현이나 결사,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 인권을 상습적으로 유린하는 정권에 대한 저항만이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인간이 그나마 살아 숨 쉴 수 있는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94~101쪽 정리)

국회의원 이석기나 노조위원장 한상균, 인권활동가 박래군을 감방에 집어넣은 것은 결국 반대 세력의 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거지요.  

 

 

저는 박노자의 책을 좋아합니다. 러시아 태생으로 한국에 귀화한 후,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그가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 소중한 의견이 많아요. 세월호나 옥시 가습기 살균제 등을 겪고 나면 한국 사회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헬조선'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모두가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떠난다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본주의 세계의 일반적 문제인 착취나 소외, 차별 등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노동자'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국내에서도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게 그래도 더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85쪽)

20대 시절, 연애를 하며 깨달았어요. 연애는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걸.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을 만나야 사랑이 가능한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야 사랑이 가능하더군요.

'주식회사 대한민국' 분명 문제는 있지요. 하지만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어요. 이민자로 살면서 그 나라의 문제를 (예컨대, 브렉시트나 트럼프, 테러, 반이민 정서 등등) 고치려고 애쓰는 것보다 내 나라에서 민주시민으로 살면서 정치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 벙커원 특강을 통해 박노자 선생의 강연을 들어보셔도 좋지만, 가급적 책으로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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