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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by 김민식pd 2016. 12. 30.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 홍지수 / 원더박스)

 

'내가 세계를 다스리는 유일한 통치자가 된다면?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라는 믿음으로 저자는 상상속의 실험을 합니다. 세계인을 다스리려면 체제와 이념도 필요하고, 돈과 경제도 알아야하고, 인구와 종교도 알아야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류 사회에 대해 하나둘 알아갑니다. 깨알같은 재미와 굵직굵직한 메시지가 공존하는 만화인데요. 아, 이젠 학습만화도 진화를 하는군요.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수호자는 교육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48쪽)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한국의 교육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중3인 큰 딸과 광화문 집회에 나가서 희망을 발견했어요. 자유발언대에 올라오는 중고생 친구들이 정말 똑똑하더라고요. 교사 중에 최고의 교사는 반면교사인데요. 최순실과 정유라가 아이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함께 정치적 각성을 안겨주었네요. 이번 일은 민주 시민 교육의 확실한 기회가 되었어요. 

만화다보니 모든 것을 그래픽으로 설명합니다. 빈부격차에 대해 말들 하지만 잘 와닿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말 그대로 파이 반쪽을 나누어보여줘요.


파이의 반은 세계 인구 2%가, 나머지 반은 98%가 차지합니다. 세계 전체 부의 50% 미만을 나머지 인구 98%가 소유하는데, 그 중 5분의 1 이상이 극빈층이랍니다. (약 15억명) 
 

하루 1400원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을 극빈층으로 분류하는데요. 세계일주 배낭여행자 중에 '5불 생활자 클럽'이 있어요. 인도나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를 다니며 장기 여행하는 이들인데요. 몇백만원만 들고 나가서 6개월 이상 여행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세상을 공부하는데 있어 배낭여행도 좋은 방법이라 믿습니다.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도 많거든요. 


'이 만화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에 속해! 왜냐하면 이 책을 살 돈이 있으니까! 이 만화책을 읽을 수 있으니 교육도 받았을 테고...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충분하다는 거지. 푼돈을 받으며 공장에서 노동할 필요도 없었을 거야. 간단히 말하면 당신은 세계 인구의 2%에 속하거나 적어도 앞으로 2%에 속하게 될 기회가 있다는 얘기.' 

74쪽 


책을 읽는다는 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부유함의 상징이었군요.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라디오 PD 후배가 하나 있어요. 그 친구가 몇 년 전 프랑스에 프로방스 자전거 투어 갔답니다. 영국인 가이드의 인솔하에 세계 각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들과 열흘간 투어링을 했는데요. 미국에서 온 80세 노인이 있는데,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라는 얘기에 깜짝 놀라더랍니다. 자신이 한국전쟁 참전 용사라고. 1950년대 한국의 모습을 기억하는데, 그 가난한 나라에서 어떻게 하루에 100불씩하는 프랑스 여행을 올 수 있냐고... (네, 미국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외국의 사정을 잘 몰라요. ^^)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선조들은 너무 가난해서, 혹은 먹고 사느라 바빠서 독서도, 해외 여행도 즐길 수 없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정말 복받은 세대인지 몰라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회가 주어진 우리가 대신 열심히 즐겨야겠지요. 독서도, 여행도 말입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가정하에 모두를 위한 (상상속의) 유토피아 건설 실험을 계속하는데요, 갈수록 반대자가 많아지자 당황합니다. '난 분명 모두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왜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막강한 권력을 쥔 사람들은 뇌의 안와전두피질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어. 공감 능력과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관장하는 부위지.  그곳이 손상된 사람들은 충동적이고 무모해져. 다른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지. 지엽적인 걸 일반화하고, 미묘한 차이를 식별하지 못하고 상투적으로 생각하지. 사실을 알아보지 않고 판단하지. 그리고 도덕적인 법칙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137쪽)

권위에 중독된 권력자의 종말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손을 잡고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건 아빠로서 교육의 일환입니다. 정치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청와대 구중 궁궐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에서? 판검사들이 일하는 법원에서? 진짜 정치는 토요일 오후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외치고 파도타기를 즐기는 지금 이 순간 말입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읽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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