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내가 싱가포르에서 파견근무 하느라 아이들과 2년 정도 산 적이 있습니다. 가끔 가족을 만나러 갔는데, 마님이 저보고 여기 와서 살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군요. 절대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너무 더워서요. 걷기 여행과 자전거 타기, 등산이 취미인데 사시사철 더운 싱가포르에서는 못 살겠더라고요.

 

지난여름, 무더웠지만 더위가 한 풀 꺾이니 바로 선선해지네요. 사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지난 주말, 당일치기 강화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아라뱃길 자전거길로 서해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었지요.

2016/06/08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 서울 근교 자전거 여행 베스트 3

 

그때 아쉬웠어요. 기껏 바다를 보겠다고 자전거를 달려 왔는데 텅 빈 아라뱃길 항구만 보고 왔거든요. 제대로 된 바닷가 자전거 길을 달려보고 싶어 토요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공항철도 자전거 휴대 탑승은 주말에만 가능합니다. 청라역에 내리니 오전 710. 여기서 2킬로만 가면 아라뱃길입니다. 바다와 만나는 아라뱃길 종점에서 다리를 넘어 북단으로 가면 강화 방면 표지판이 보입니다.

 

주중에 네이버 지도로 자전거 경로를 검색해봤어요. 청라 국제도시역에서 초지대교까지 바다를 왼 편에 끼고 달리는 경로가 뜨더군요.

 

20킬로미터, 1시간 20분 거리. 전철역에 내려서 강화도까지 이 정도면 해 볼 만하겠군! 하고 야심차게 길을 나섰는데, 자전거 도로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왼 편에 보이는 바다를 낙으로 삼아 거친 도로를 달렸는데, 그 부실한 자전거 도로도 조금 지나니 없어져버리고 왕복 2차선 도로와 합쳐져 버립니다. 물류항 근처라 그런지 화물차랑 콘테이너가 많아 차도에서 자전거를 달리기가 겁이 납니다. 갓길도 없고 보도도 없는 상태로 한참 달렸어요. 간이 조마조마...

초지대교에 도착하니 8시 반. 자전거로 바다위를 건넌다는 기분에 셀카도 한번 찍고

 

 

함허동천 방향으로 길을 잡고 동막 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해수욕장에 간다는 게 왠지 기분이 설렙니다.

 

 

해변, 모래사장, 태양! , 다 좋은데 앞이 뻘밭이군요. , 갯벌이라 해수욕은 힘들고요. 그냥 바다 온 기분만 냅니다.

강화도 자전거 여행을 검색했더니 후포항에서 외포리가는 구간이 자전거 타기 좋다고해서 후포항으로 향했습니다. 강화도 내 자전거 도로의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요. 중간 중간 끊기기도 하고,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나무 가시에 정강이를 긁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 바다! 좋네요. 강화도 자전거 여행 중 최고의 코스는 후포항에서 외포리 가는 10킬로 정도인데요, 자전거 도로가 잘 나있고 바다 경관도 참 멋있어요. 원래 바다가 망망대해보다는 건너편에 뭔가 있어야 보는 맛이 있는데 맞은편에 석모도가 있어 바다 풍경을 살려줍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전 1120. 살짝 고민을 합니다.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갈까? 3시간이면 자전거로 석모도 일주를 할 수 있다는데... , 다음 기회로 넘깁니다. 저는 포기가 빨라요. 이유는 두 가지.

하나,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물리적 거리와 라이딩 시간을 올 때 갈 때 똑같이 배분하면 오는 길에 고생합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엉덩이가 배기고 다리가 풀려서 자전거 버리고 싶어집니다. 항상 체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반환점을 찍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3시간이 걸렸다면 올 때는 4시간 이상을 잡아야합니다. 속도도 떨어지고 중간에 더 자주 쉬게 되거든요. 특히 2차선 차도를 달리는 경우, 다리에 힘이 풀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여행을 가서 한 번에 싹 다 보려고 욕심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어집니다. 다음을 위해 하나 정도는 남겨둬야지요. 지난번에 아라뱃길 자전거 여행을 왔다가, ‘? 20킬로만 더 가면 강화도인데, 가볼까?’ 했지만 참았어요. 미련이 남아야 또 오거든요. 이번엔 강화도를 잘 봤으니 석모도는 다음에 가면 되지요.

 

라고 구구절절 써보지만... 실은 체력이 약해져서 마음이 여려진 탓이지요. 예전에는 죽을 각오로 놀았는데, 나도 그새 늙었나봐요, 쿨럭.

 

강화도 자전거 여행, 초보 라이더에겐 권하고 싶지 않아요. 남한강이나 북한강 자전거 길이 안전도나 풍광이 더 좋아요. 특히 주말에는 차가 많아 차도 라이딩이 위험합니다. 만약 굳이 가신다면, 차에 자전거를 싣고 외포리까지 간 다음 선착장 인근에 주차하고 석모도로 가거나 후포항까지 왕복 라이딩을 즐기셔도 좋습니다.

코스 총정리

청라역 - 초지대교 (18킬로) - 동막해변 (15킬로) - 후포항 (15킬로) - 외포리 (10킬로)

오전 6시에 나가서 하루 왕복 120킬로 정도 달리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 살짝 넘었어요. 좋네요, 가을 자전거 강화도 여행.

 

어느덧 선선한 가을입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날씨, 자전거로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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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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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8.30 0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물리적 거리와 라이딩 시간을 올 때 갈 때 똑같이 배분하면 오는 길에 고생합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엉덩이가 배기고 다리가 풀려서 자전거 버리고 싶어집니다. 항상 체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반환점을 찍습니다.

    이건 정말 삶의 지혜이군요.

    저는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될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쓰을 곳이 없느니다

    이런 가곡 "사랑"을 부르며 죽어라 하고
    자전거 버리는데 ㅋㅋㅋ

    진득하게 하려면 너무 서두르지 않고
    기운도 좀 남기고
    아쉬움도 좀 남기는게 방법이군요^^

  2. Grace 2016.08.30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왔네요^^ 피디님처럼 이번 주는 꼭 라이딩을 가봐야겠습니다~

  3. 2016.08.30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