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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서울 근교 자전거 여행 베스트 3

by 김민식pd 2016. 6. 8.

자전거를 타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자전거로는 당일치기 여행이 좋지요. 숙박비 절감. 소중한 휴가 보존. 마님 구박 회피. ^^ 문제는 자전거로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방식은, 갈 때는 자전거로 가고, 올 때는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는 겁니다. 그렇게 다니면 힘들지도 않고 여유롭게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서울에서 기차를 활용한 자전거 여행 코스 3개를 소개합니다.

 

1. 가평 자라섬 + itx 청춘 = 북한강 자전거길 (편도 80킬로 5~6시간 소요)

작년에 춘천가면서 처음 탄 북한강 자전거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 여행 코스입니다. 길도 좋고 풍광도 좋아요. 다만 당일에 왕복하기엔 쉽지 않은 거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itx 청춘의 자전거 좌석을 이용합니다. 코레일 앱을 이용해 기차표를 끊을 때, 자전거 좌석으로 예매하면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한강 자전거길로 옥수역까지 갑니다. 옥수역에서 오전 9시 10분 기차를 타면 9시 55분에 가평에 내립니다. 자라섬이나 남이섬을 둘러보고 점심 먹고 서울로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어요.

가평, 청평, 대성리 등 예전에 경춘선 타고 MT 다니던 곳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맛이 있어요. 저는 대학 시절의 낭만을 되새겨보느라 대성리에 들러 놀다가 나왔어요.

ㅋㅋㅋ

이런 플래카드, 귀여워요. ^^

북한강 자전거길은 안내 표시가 잘 되어 있어 초행자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어요. 중간에 경춘선 자전거길과 북한강 자전거길로 나뉘는데 이때 북한강 길을 선택하는 편을 권합니다. 경춘선 옛길의 경우, 오르막 내리막도 꽤 있고, 중간에 공사 구간이 있어 길이 끊기기도 해요. 자전거 여행은 강을 따라 가는 게 맛이지요. 물길은 평지를 따라 나 있거든요. 강물이 갑자기 산을 오르지는 않으니까요. ^^

숙련자라면 춘천까지 한번에 기차로 갔다가 돌아오는 것도 욕심 내볼 만 합니다. 다만 이 경우, 중간에 쉬엄쉬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여유롭게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

 

2. 양평 들꽃 수목원 + 경의중앙선 = 남한강 자전거길 (편도 60킬로 4시간)  

제가 좋아하는 서울 인근 여행지 중 하나가 양평입니다. 어렸을 때는 팔당댐으로 차로 드라이브도 자주 다녔지요. 요즘엔 자전거로 가는 편을 좋아해요. 4대강 자전거 길로 통하는 남한강 자전거길 덕분에 길이 좋아졌어요. 아침에 집을 나서서 한강을 타고 하남시 방향으로 달리다 팔당대교를 건넙니다.

주변 풍광을 즐기면서 경춘선 옛길을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다산 유적지가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정약용 선생의 삶을 본받고 싶습니다. 유배지에서 꽃피운 유배문학! '출세길이 막혔으니, 읽고 싶은 책이나 원없이 읽어라.' 아, 이런 삶, 본받고 싶어요. ^^

인생이 재미있는게 때론 의도치 않았던 전개가 나중에 돌아보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삶에서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응하는 나의 태도입니다. 유배길에 오른 정약용의 삶에서 좋은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어요. 

다산 유적지도 좋고, 다산 생태공원도 좋아요. 예전에 드라이브 다닐 때는 세미원도 즐겨찾았지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점심을 먹고, 강을 보며 앉아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청하다 갑니다. 양평에는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 코스로 좋은 곳들이 참 많아요.  

집에서 나온지 5시간만에 (중간에 다산 유적지에서 1시간 휴식 포함, 라이딩 시간 4시간) 오빈역에 도착했습니다. 경의 중앙선에는 평일 낮 시간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요.

이렇게 자전거도 자리 하나 차지하고 갑니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싣는 사람이 많아서 좀 힘들 때도 있어요.

 

3. 서해 바다 + 공항 철도 = 아라 자전거길 (편도 50킬로 약 3시간 반 소요)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는 길도 있습니다. 한강 자전거 길로 나와 잠실에서 여의도를 지나, 안양천도 만났다가, 행주대교 아래를 지나면 아라뱃길 자전거길이 나옵니다. 바닥에 '국토종주'라고 된 표식을 따라갑니다.

아라 자전거길, 길이 참 좋네요. 한강 자전거길 반포 지구나 여의도 지구의 경우, 피크닉 나온 가족이나 아이들이 있어 신경을 좀 써야합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툭 튀어나올 수도 있어요. 사고의 위험이 있지요. 하지만 아라자전거길은? 사람이 없어요. 김포에서 인천까지 그냥 썰렁하니 아라뱃길 뿐입니다.  

사람이 없어 자전거 타기는 참 좋은데, 속은 좀 상하네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아라뱃길, 중국에서 오는 유람선이 한강까지 바로 들어오네, 어쩌네 하더니 지금은 오리배 한 척 안 보입니다. 중간중간에 웅장한 유람선 터미널들만 텅텅 빈 채 버티고 있지요.

치미는 화를 참으며, 웃으면서 자전거를 탑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이라고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 생각나는군요. 화를 내봤자 나만 손해에요. 바보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거든요.

3시간을 달리면 이렇게 서해 바다에 도착합니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청라국제도시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로 돌아옵니다. (공항철도는 주말 자전거 휴대 승차 가능) 네이버 지도에 자전거 경로가 나와있어요.

 

바다라고는 하지만, 풍광을 기대하진 마세요. 아기자기한 해변 마을 대신 화물선 터미널이 있으니까.  

자전거 여행의 경우, 목적지가 중요하진 않아요. 페달을 밟는 매 순간, 코너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풍광, 옆에 피어난 꽃들, 멀리 보이는 산자락, 등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과정이 다 여행이지요.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살면서 무엇이 될까?'는 중요하지 않아요. 하루 하루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지요. 

 

목표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자전거 여행, 즐기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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