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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불행한 나라에서 행복한 인생 찾기

by 김민식pd 2016. 6. 22.

2016-131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후루이치 노리토시 / 이언숙 오찬호 / 민음사)

 

지난 주에 소개한 경향신문의 기사가 있었어요.

[청춘직설]좋아하는 걸 하게 해줍시다, 이젠

김성찬 |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그 글 중에 책 한 권이 소개됩니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쓴 일본의 젊은이론이다. 저자는 일본의 청년들이 장기불황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더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자 소소한 일상을 중요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에 기대하지 않는 대신 느슨한 위로의 공동체를 만들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세대가 이른바 ‘사토리 세대’, ‘달관 세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42100005&code=990100

(기사 원문 링크)

그 글을 읽고 궁금해서 책을 찾아봤어요.

 

'노리토시의 사회학적 시대 진단은 간단하다. 첫째, 일본 사회는 절망적이다. 둘째, 일본 사회에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인과관계로 엮어 있다. 즉, 절망적인 사회 덕택에 개인이 행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의 책 8쪽 한국어판 해제)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경제 발전 기치 하에 온 국민이 단결했습니다. 수십년간 이어진 경제 성장 덕에 자민당 장기 집권도 가능했지요. 이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잊은 게 있습니다.

'이제껏 일본은 경제 성장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달려왔는데, 돌연 경제 성장이 멈춰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 전통이 없는 일본은 모두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게 된 것이다.'

(위의 책 307쪽)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 없이,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작정 달려오기만 한 결과입니다.  일본의 젊은이들도 경제성장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지 절실히 느꼈지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소박하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위의 책 135쪽)

 

희한하지요? 미래를 절망적이라 보는데, 어떻게 현재는 행복할 수가 있을까요? 저자는 전후 일본 세대를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1950년대의 젊은이들은 비참한 상황에서 희망을 꿈꾸었다고 말입니다.  운 좋게도 일본은 30년 이상 초고도 성장을 이룩합니다. 그 결과 모두가 바라던 풍요로운 시대가 왔지요. 더이상 출세에 목매지 않고, 회사 인간이나 사축으로 살지 않아도 배를 곯지 않는 시대가 온 겁니다. 이제 일본에는 달관세대라고 연애, 취업, 결혼, 출산 등을 고민하지 않는 사토리 세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 행복한 겁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맞이한 현재,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거라는 생각에 조금 우울했습니다.

책을 보고 놀란 대목이 있습니다.


'고작 26년이라는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위의 책 318쪽)

그래요, 저자의 나이가 겨우 스물 일곱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 저자는 자신이 속한 세대론을 써냅니다. 어린 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깊이 있는 책을 쓸 수 있을까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에필로그에 실린 저자의 글.

 

'인문학 연구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반드시 '특별한' 연구 기기나 연구 자료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인터넷에서 통계 자료를 그러모아 열거하고 조합하면, 바로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연구'는 즐겁다. 어디에나 있는 자료를 통해서 '상식'을 의심해 볼 수 있고,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지금까지 믿어 왔던 세계가 싹 바뀌는 일도 경험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어느 누구도 그 전체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거대한 모습을 '연구'를 통해 조금씩 밝혀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자신'과 '내 주변' 세계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재미있다. 그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인문학 연구가 모든 사람의 길이 될 수는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 스물 일곱의 청년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절망의 시기라고 하지만 지금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풍요로운 시기입니다. 책이나 인터넷을 보면 독서를 하고 연구를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절도 없었어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 그게 저자가 찾은 행복 아닐까요?

이제 행복의 정의를 바꿔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고 평생 한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과거의 방식입니다.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새롭게 행복을 정의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내일은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라는 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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