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 중심의 시대에, 세계화가 온다는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고, 종신고용의 시대에, 구조조정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통역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정말 두려운 책 한 권을 읽게 된다. 이름하여, 제레미 립킨의 '노동의 종말'
(나를 MBC PD로 만든 단 한 권의 책?)
이 책을 보면, 19세기 산업 혁명의 여파로, 20세기는 육체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 20세기말 정보 혁명은 어떤 세상을 가져다 줄까? 21세기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기기가 정신 노동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인류가 처음으로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자본가가 산업을 독점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노동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내가 96년 여름에 읽은 이 책은 이제와 돌이켜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미래 예견서이다. 미래라고 하지만, 98년 IMF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동 소외 현상을 그대로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더 두려웠던 대목은 따로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자동 번역 프로그램과 자동 통역기가 나와 통번역사 역시 실직하게 될 것이다." 소사, 소사, 맙소사! 겨우 공부해서 통역대학원에 들어왔더니, 이 직업이 곧 없어진다고?
그럼 과연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일까? 책을 뒤져보니,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종은 예술가다. 지식의 2차 유통이나 재생산은 정보화 기기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나, 영상 정보나 미디어의 1차생산자는 컴퓨터가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21세기 영상 문화를 선도할 MBC에서 창조적인 미디어 일꾼을 찾습니다." 그렇게 나는 통역사에서 PD로 직종을 선회했다.
물론 단순히 책 한 권 때문에 인생을 바꾸진 않았다.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직업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영어는 무언가 일을 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만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책에서 읽은 세상의 흐름을 통해, 21세기에는 방송 PD가 각광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으니, 결국 책 때문에 인생이 바뀐 셈이다.
(블로그 사진 촬영을 위해 서재에서 책을 찾아 펼쳐보니, 96년 캐나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사온 책이다. 2011/09/16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일주] - 짠돌이 세계일주 5. 캐나다 편 참조.)
독서로 인생을 바꾸는 법... 보기보다 단순하지는 않다. 책 한 권을 읽고 인생을 바꾸는 예는 없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어야, 세상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 말콤 글래드웰의 3부작,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를 읽었다면 알 것이다. '블링크'는, 충분한 정보의 양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내리는 직관적 판단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아웃라이어'는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10만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티핑 포인트'는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세상은 순식간에 변한다고 말한다. 대중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다 필독서이다.
책 한 권 읽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많이 읽어라. 그러다 어느 순간 눈 앞에 미래가 펼쳐진다. 그때는 현실을 박차고 나와 그 미래를 향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라. 물론 그러다보면 당연히 실패도 겪게 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마라. 실패에는 나름의 치료제가 있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든 백신 치료제를 맞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들로 베스트셀러 코너는 언제나 만원이니까.
한가지 명심할 것. 따뜻한 위로라는 백신을 너무 자주 맞으면, 몸이 나른해지고 유약해질 수 있다. 책의 위로는 꼭 필요할 때만 챙기고, 일단은 세상의 가혹한 현실에 더 자신을 던져보자. 책은 언제나 그대 곁에 있는 최고의 친구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그대를 대신해 인생을 살아주지는 못한다.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것은 온전히 그대의 몫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떡 책을 읽어야 할까?
다음 시간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 여러분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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