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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한 권에 푹빠져 있다. 배명훈 작가의 '타워'. 우와와아아아! 이 책은 걸작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나를 이렇게 절망시킨 책은 처음이다. 테드 창을 읽으며, 나하고 동년배인데 벌써 이런 책을 내다니, 난 그동안 뭐하고 산거야? 반성 했는데, 심지어 배명훈이란 작가는 나보다 10살이나 어리고, 같은 한국이란 공간에서 살면서 이런 놀라운 책을 쓰다니... 새삼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SF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가끔 가만히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글들이 나온다.
이하 본문에서 발췌...
스물여덟 살에 쓴 글을 꺼내 보았다. 나는 불만에 가득 찬 젊은이였다.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다 기성세대의 잘못이었다. 나는 기성세대를 욕하고 비난했다. 열정을 가지고 부딪히고 도전하라는 말에, 열정을 바쳐 일한 만큼 돌려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두었나고 반문했다. 또박또박 따져 물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바로 그 세대가 되었다. 그렇게 이십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이제는 다른 누구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었다. 내 잘못이었다. 내가 잘못했다.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바로 내 책임이었다.
후략.........
몇년 전, 내가 평소 따르는 송창의 선배와 주철환 선배를 모시고 홍대 입구에서 술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두 분 다 MBC 예능국에서 탁월한 연출가로 이름을 날린 후, 회사를 떠나신 분들이다. 술 기운을 빌어 투정을 했다.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좋은 선배들이 그렇게 조직을 떠나시면 남은 우린 어떻게 하나요?' 그때 어느 선배가 그랬다. '네가 그런 불평할 나이는 지났지. 네가 후배들이 믿고 따를 좋은 선배가 되면 되잖아.' 오늘 배명훈 작가의 타워를 읽으며 그 순간의 부끄러운 각성이 되살아 났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MBC 예능국 선배와 동료들이 하나 둘 종편으로 떠난다. 그들을 붙잡지 못한 회사의 처우에 화가 나다가도 다시 생각을 고쳐 먹는다. 앞으로 MBC를 더욱 즐거운 일터로 만들기 위해 나 스스로 더욱 노력해야겠다. 이젠 누구에게 핑게 댈 나이는 지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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