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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2016-7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by 김민식pd 2016. 1. 11.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시절부터 이권우 선생의 책을 좋아한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때 느낌이 왔다. '아, 이 양반, 고수로구나.' 이런 고수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해두고 그의 근황을 살핀다.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했다.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아,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공부로구나!

책을 워낙 많이 읽는 분인지라, 고전 곳곳에서 독서의 미덕을 찬양한 구절을 찾아내 소개한다. 그중 율곡이 권하는 독서법이다.

'대체로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놓고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글의 의미와 뜻을 깊이 터득하고 글 구절마다 반드시 자기가 실천할 방법을 구해본다. - 격몽요결, 63~64쪽.'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77쪽 이권우 지음/ 한겨레 출판)

유배를 떠난 다산 정약용이 자제들에게 '이제 집안이 망해 니들은 출세길이 막혔으니 과거 시험 걱정말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마음껏 읽으라'고 말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이건 내가 새겨들어야 할 글 같다. ^^

저자가 독서 강연을 가면 부모들이 아이가 만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그때 만화를 보는 것도 책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단다. 공감한다. 나도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만화 '슬램덩크'와 '미생'의 그림 콘티를 가지고 드라마 연출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이렇게 나눈다. 재미있는 책과 재미없는 책. 재미 있는 책은 독서에 흥미를 붙여주는 좋은 책이고, 재미 없는 책은 독서가 숙제처럼 지겨운 것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는 나쁜 책이다.

방학이면 아이들에게 방학 중 읽을거리로 추천도서 목록이 나오는데, 억지로 다 읽으라고 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을 먼저 읽게 하여 독서가 즐거운 경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게 우선이다. 제일 좋은 것은 방학 때 학원 다니는 시간을 좀 줄여서, 방학 동안이라도 마음껏 책을 읽게 해주는 것인듯. 

저자는 책읽기는 글쓰기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나도 글쓰기를 즐긴다. 매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블로그에서 한 편 씩 올리는데, 글감이 떨어질까봐 요즘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린다. 다른 이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의 글을 쓰고 싶다.

'읽기가 의미의 수용이라면, 쓰기는 의미의 창조입니다. 쓰기는 능동적인 행위이잖아요. 남에게 설득당하기보다 남을 설득하려는 일이니까요. 무슨 일이든지 능동성을 띈 행위는 좀 더 기쁘고 행복하기 마련입니다. 그 어떤 희열보다 창조적 행위를 능동적으로 했을 때의 기쁨이 제일입니다. 바로 이 점을 주목하자는 겁니다. '읽자'를 강조하기보다 '쓰자'를 강조해보자는 거죠. 수동보다는 능동을, 수용보다는 창조에 방점을 찍자는 말입니다.'

(같은 책 136~137쪽)

글읽기는 누가 생각해도 쉽다. 그냥 읽으면 되니까. 하지만 글쓰기는 웬지 어렵다. 어려울 땐 고수들에게 배우면 된다. 독서의 달인답게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 책을 읽고 그중 고갱이를 소개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킹'을 가상의 인터뷰로 불러내 그에게서 글쓰기 비법을 듣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덕분이다. 인터뷰 중에 소개한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도 인상적이었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강조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손을 계속 움직여라. 그러지 않으면 쓰는 글을 조절하려고 머뭇거리게 된다. 둘째, 편집하려 들지 말라. 설사 쓸 의도가 없는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라. 셋째, 철자법이나 구두점 등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넷째, 마음을 통제하지 말라. 마음 가는 대로 내버려두어라. 다섯째, 생각하려 들지말라. 논리적 사고는 버려라. 여섯째, 두려움이나 벌거벗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도 무조건 더 깊이 뛰어들라.'

문득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도 읽고 싶어졌다.

****** 다독 비결 7.

독서의 달인들이 낸 책을 읽으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속의 책에 끌리게 된다. 로쟈 이현우의 책도 그렇고, 서평가 금정연의 책도 그렇다. 다독의 미덕을 아는 이들에게서, 다독의 동기부여를 받는다.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좋아하는 책을 소개받으니 이야말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황홀한 유혹이다.

'쓰려고 읽으면 잘 읽게 되고, 잘 읽으면 제대로 쓰게 된다.'

책을 그냥 읽기보다, 책에 대해 쓰려고 마음먹고 읽으면 훨씬 더 잘 읽게 된다. 정말 와닿는 말씀이다. 만화로부터 시작한 나의 독서편력은 소설과 경제, 인문학까지 넘어갔는데, 가장 어려운 분야가 과학책이었다. 나 스스로 이과보다는 문과 체질이라고 생각한 탓일까? 과학에 대한 책은 읽기 힘들었다. 과학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뉴스타파'에 과학책 소개 칼럼을 연재했다. 좋은 책을 소개해야한다는 책임감에 더 많은 과학책을 읽게 되었고, 과학책의 재미를 잘 전해야한다는 책임감에 더 열심히 쓰게 되었다.

올 한 해, 책을 읽는 해로 정했는데, 그냥 읽고 넘어가면 혼자만의 기록 갱신일 뿐이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글로 남긴다면, 좋은 책의 핵심을 블로그 독자와 공유할 수 있다. 일단 제대로 쓰기 위해 열심히 읽게 되었다. 영어와 마찬가지로 독서는, 얼마나 능동적인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달라진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공짜로 무언가 나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얻는 사람은 역시 나다. 

새해 벽두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한 해의 시작, 이것으로 충분하다. 

'책일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것이 올 한 해 나에게 주어진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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