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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누군가의 재능자석이 되고 싶어요

by 김민식pd 2013. 2. 18.

드라마 피디에게 캐스팅은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는 일이다. 몇 년 전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을 작업한 편집자에게 누가 잘했어요?” 하고 물었더니, “윤상현이요!” 라고 했다. 배우 윤상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그 말에, ‘그 좀 찌질하게 나오는 친구?’하고 의아해했다. 그런데 편집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찌질한 것 같은데, 자꾸 보면 그게 오히려 매력이에요.”

그 다음해 내가 공동연출을 맡은 드라마가 내조의 여왕이었다. 대본을 보고 캐스팅을 하는데, 극중 윤태준 사장 역할이 제일 난관이었다. 여주인공을 몰래 도와주는 재벌 2세인데 김남주에게는 찌질한 백수로 오해받아 늘 태봉씨!” 라고 구박받는 캐릭터였다. ‘언뜻 보면 찌질한 백수지만, 알고 보면 매력남이라! 윤상현이 딱이겠네?’ 그랬더니 주위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친구, 여러 번 주연했는데 아직 안 뜬 거 보면 힘든 거 아닌가?’ 배우는 뜬 배우와 안 뜬 배우로 나누는 게 아니라, 뜬 배우와 뜰 배우로 나눠야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을 만난다면 누구나 뜰 수 있다. ‘내조의 여왕을 통해 윤상현은 그걸 입증해보였다.

 

 

배우에게 딱 맞는 역할을 찾는 것이 캐스팅이라면,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는 것은 구직이다.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으면 뜰 수 있다. 자신의 적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최근에 읽은 멀티플라이어라는 책에서 좋은 방법을 배웠다.

멀티플라이어란 사람의 능력을 몇 배로 끌어내는 사람을 뜻하는데, 그들이 인재를 찾는 방법은 네 가지다. 첫째, 어느 곳에서든 인재를 찾는다. 둘째,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다. 셋째, 재능을 충분히 활용한다. 넷째, 방해자를 제거한다. 이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해 자신의 적성을 찾아보자.

첫째, 어느 곳에서든 인재를 찾는다는 것은 모든 종류의 재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무한도전을 만드는 김태호 피디는 캐스팅할 때, ‘호감이냐 비호감이냐로 나누는 세속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다. 비호감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면 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나의 개성이 곧 나의 장점이라고 믿는 것,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첫 번째 비결이다.

둘째,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다른 일보다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가를 받지 않고도 기꺼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내가 선택해야 할 인생의 길은 이 질문에 대한 답 어디엔가 숨어 있지 않을까?

셋째, 사람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관리자의 목표라면, 우리 삶의 과제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장 초년병 시절 아무리 힘들어도 일 년은 열심히 일해보기를 권한다. 발만 슬쩍 담가서는 그 물이 내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머리끝까지 푹 빠져볼 수 있는 시절, 그런 때가 20대 청춘이다.

넷째, ‘멀티플라이어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조직 내 방해자를 제거하는데, 구직을 하는 개인에 있어 훼방꾼은 바깥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취업에 방해되는 나쁜 습관이나 버릇 같은 것, 특히 어떤 일을 해보기도 전해 해도 안 될 거 괜히 지원했다가 마음의 상처만 입을 필요 없잖아?’하고 속삭이는 마음이 있다면 단 칼에 베어버리자.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으로 일한 후, 피디란 직업에 관심이 있다고 했더니 누가 그러더라. “너처럼 방송 연출에 대해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을 피디로 뽑아줄까?” 이렇게 대꾸했다. “피디로 뽑아줄지 아닐지는 원서를 내보기전에는 모르는 거지.” 20대는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들이대는 시절 아닐까? 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든다.

 

2013년 새해에는 멀티플라이어의 자세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여, 내가 가진 재능과 열정을 한껏 발휘하는 한 해 되시기 바란다.

 

(행복한 동행, 1월호 '김피디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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