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누군가의 슈퍼 히어로가 되는 법

by 김민식pd 2012. 6. 11.

나에게 요즘 최고의 영웅은 더이상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이 아니다.

 

내가 요즘 가장 선망하는 최고의 영웅은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다.

 

나는 최근 MBC 경영진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되어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내가 MBC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오히려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이 MBC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공정방송을 하려는 기자와 피디들의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고?' 

 

자칫하면 구치소에서 몇달간 콩밥을 먹어야하는 신세였는데, 나를 구해준 게 신인수 변호사님이다.

13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MBC 노조 집행부 다섯 사람에 대한 영장 청구, 두 번 다 전원 기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판사님들의 현명한 판단 덕분이고, 아울러 민주노총의 신인수 변호사님이 애써주신 덕분이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멋있다는 둥, 차가운 도시 남자가 최고라는 둥, 이야기를 하지만, 단언컨대 내가 만드는 드라마 속 그 어느 배우도 신인수 변호사만큼 멋지지 않았다.

 

3시간의 영장 실질 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검사들의 주장을 듣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졌다. '내가 저렇게 나쁜 사람인가? 오늘 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유치장에 몇달 동안 갇히는데, 그럼 어떡하지? 곧 방학이라 딸들과 캠핑 가기로 약속 했는데, 유치장에서 애들 면회해야 하는 거야? 지난달에 암수술을 받은 아버지는 어쩌지?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데, 내가 들어가면 아버지 뒷바라지는 누가 하지? 아니 무엇보다 아버지는 내게 구속영장이 나온 사실도 모르시는데, 갑자기 아들이 구치소에 있다는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갑자기 잘못했다고 검사들의 가랭이를 붙잡고 눈물로 애원하고 싶어졌다. '한번만 살려달라고. 나를 가두지 말라고.'

 

그때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가 일어나서 변론을 시작했다.

 

나는 그때 피터 파커가 거미줄을 날리며 뉴욕의 빌딩 사이를 누비며 나를 구하러 오는 환상을 보았다.

 

 

 

신인수 변호사의 변론! 질기고 촘촘하기로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같았고, 지치지않고 이어지는 논리정연한 변론은 끝없이 재생되는 울버린의 금강불괴 신체와 같았고, 기소 사유 사이 사이 날아다니며 검사의 논리에 융단폭격을 퍼붓는 모습은 하늘을 뒤덮는 아이언맨의 철갑 미사일 같았다. 

 

영장기각으로 풀려나오면서 물었다. '신인수 변호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변론을 잘 하신대?' 강지웅 선배가 답해줬다. '지난 몇달 우리와 함께 싸운 거지. 검사는 위에서 시키면 하기 싫어도 영장을 쳐야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거든.'

 

그렇구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운 법이구나.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판사 출신의 실력있는 법조인이다. 로펌에 취직해서 더 많은 돈을 받으며, 재벌을 변호하거나 기업 편에 서서 일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그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의 공익을 위해 싸운다. 

 

누군가의 슈퍼 히어로가 되는 방법? 간단하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면 된다. 신념 대신 권력이나 금전적 보상을 위해 사는 사람은 결국 한 줌 명예도 지킬 수 없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같은 신념을 가진 이들을 지켜주는 삶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 영웅담이다.

 

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피디를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면, 판검사의 삶도 권하고 싶다. 나는 기껏해야 드라마 속에서 가짜 영웅밖에 못만든다. 하지만 세상은 약한 자의 편에 서서 법률을 집행하는 진짜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