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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브뤼헤 자전거 여행

by 김민식pd 2024. 4. 3.

2023년 여름에 다녀온 유럽 여행기, 이어올립니다. 브뤼헤에 가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기차를 탔어요.

커다랗게 아시아나 항공 광고판이 있어 반가웠어요. 1992년에는 드물었는데, 이젠 유럽 어딜 가나 한국의 브랜드를 만납니다.

독일 고속 철도 ICE를 타고 벨기에로 갔는데요. 좌석이 역방향이라 좀 불편했어요. 저는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를 즐겨탑니다. 다 좌석이 순방향이거든요. 비결은? 종점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일일이 좌석을 돌려서 뒤집습니다. 한국이 살기 편리한 건 늘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브뤼헤로 가려면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기차를 갈아타는데요. 점심도 먹을 겸, 잠시 도시 구경도 할 겸, 내렸어요. 1992년에도 잠깐 들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나 봐요.


브뤼셀의 궁궐, 그랑 플라스 앞 광장입니다. 92년에 여기는 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웅장한 장소가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처음 유럽에 가면요, 유명한 나라나 도시, 유적지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일정을 빡빡하게 잡고 끊임없이 이동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보고도 기억에 남지 않거나, 그냥 휙 지나치는 곳도 많아요. 작년의 유럽 여행이 좋았던 이유, 퇴직하니 욕심은 줄고, 여유가 늘었어요.  

그랑플라스, 브뤼셀 센트럴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잠깐 들를만 하네요.

광장에서 5분거리에 오줌싸개 동상이 있어요. 사람들이 몰려 가는 쪽으로 따라 가면 됩니다.

브뤼셀의 명물, 오줌싸개 동상. 벨기에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같은 강대국에게 수모를 많이 당했어요. 작은 나라가 주위 강대국들에게 어지간히 시달린 거죠. 말을 탄 장군 동상보다 이런 게 더 좋아요. 소소한 저항. ^^ 벨기에는 사실 세계 1차 대전 때 독일의 진군을 막아 슐리펜 계획을 망친 걸로 유명해요. 독일은 슐리펜 작전이라고 약체 벨기에를 단숨에 통과하여 프랑스로 진격한다는 계획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약소국인 벨기에가 응전을 선언하면서 골치를 썩습니다. '아니, 이기지도 못할 싸움인데, 왜 버티는 거야?'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12

 

1차 세계대전⑥…벨기에서 묶인 슐리펜 작전 - 아틀라스뉴스

1914년 8월 4일 오전 8시, 독일 1, 2 ,3군이 벨기에 국경을 넘었다. 한시간 후 벨기에 국왕 알버트 1세(Abert I)는 군복 차림에 말을 타고 의회로 향했다. 브뤼셀 시민들은 국왕을 열렬히 환영했다. 국왕

www.atlasnews.co.kr

 

요즘으로 치면 고춧가루 부대인 거죠. 우승할 전력은 아니지만, 우승 후보를 골탕먹일 수는 있는...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게 오줌싸개 동상에서 느껴지는 벨기에의 국민 정서같아요. 


31년만에 온 브뤼헤. 1992년보다 더 화려하고 더 붐빕니다. 2023년의 유럽은 어딜가나 사람이 많았어요. 

고령화 시대, 유럽의 은퇴자들이 다 패키지로 여행을 다녀요. 노후에는 여행이 최고의 도락입니다.

브뤼헤는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도심을 벗어나면 이렇게 운하를 따라 시골길을 달리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어요.

1990년대 한국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었어요. 전국에 고속도로를 깔기 바쁜 시절이지, 한가하게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는 없었거든요. 당시 이 길을 보고 반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 자전거 같은 도로의 약자를 우선 배려해주는 곳, 여기가 선진국이구나.' 이젠 한국에도 자전거 여행 다니기 좋은 길이 늘어났어요. 우리도 선진국의 일원이 된 겁니다.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도 만나요.

이렇게 지도에서 보듯 브뤼헤는 물로 둘러쌓인 운하의 도시고요. 물길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요. 

20대에 달렸던 자전거 길을 나이 50에 다시 달리니 좋으네요. 언젠가 나이 80에 다시 오고 싶어요. 

사방팔방으로 난 브뤼헤 근교 자전거 여행을 다니며

풍차도 보고요. 

이웃 마을도 들러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며 생긴 자신감이 있어요. '자전거 한 대만 있다면 나는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랬기에 유럽에 와서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 거지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으로 나갑니다. 매일 전지 훈련하는 기분으로 삽니다.

유럽 자전거 여행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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