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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힘들 땐 목포 여행

by 김민식pd 2023. 10. 25.

2020년 겨울에 퇴사를 결심하고 무척 힘들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회사를 내발로 걸어 나올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럴 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도시 중에 목포가 있어요. 

호남선 종착역, 목포.

제가 목포에 처음 왔던 건 1987년도, 자전거 전국일주 할 때였어요. 그때 목포역 앞에서 처음 먹어봤어요. 뼈해장국이란 음식을. 고기가 그렇게 푸짐하다는데 놀랐고, 가격이 너무 싸서 놀랐고,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어서 세 번 놀란 기억이 있어요. 혹시 그 집인가? 살펴보니 해남 해장국 Since 1972, 아 맞네요.

스무살의 추억과 함께 다시 먹는 해남 해장국, 9000원. 여전히 맛있네요! 푸짐한 고기양에 또 감탄합니다. 

목포 근대문화역사관. 목포는 1897년 고종의 칙령으로 개항한 최초의 국제 무역항입니다. 그때 세워진 일본 영사관 건물이에요.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하고 느끼셨다면...

네, 호텔 델루나의 촬영 장소였어요.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의 진격에 대비해 파놓은 일본군 참호도 있어요. 당시 우리 선조들이 고생 많이 하셨지요. 

목포 구시가지에서는 일제 시대의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아요.

저는 목포 유달산을 좋아합니다. 기차역에서 가까워 걸어서 갈 수 있고요. 둘레길이 있어서 걷기도 좋아요.

정상에 올라가면 이렇게 목포 앞바다가 보입니다. 산을 오르자 바다가 보이는 풍광! 목포의 매력입니다.

이제 발걸음을 돌려 삼학도로 갑니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있어요.

한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한 어른의 삶을 되새겨봅니다.
"나를 공산주의자라, 지역감정주의자라 매도했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부끄러워할 날이 올 것이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선생님의 어록이 가득한 방에 혼자 앉아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상념이 많아지면, 다시 목포 바다를 걷습니다. 저는 바닷가 산책로를 정말 좋아해요.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거든요.  

영화 <1987>의 촬영장소인 연희네 슈퍼를 찾아갑니다. 저 슈퍼가 나오는 장면에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볼때마다 주책맞게 자꾸 울게 되는 영화입니다. 87학번이지만, 저는 당시 운동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빚진 마음이 들어요.  

여기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 달몬트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라 그런지 제가 간 날엔 사람이 없었어요. 이곳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쉽니다. 
갑자기 2020년 겨울의 목포 여행이 떠오른 이유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중 <닥터프렌즈>라고 있어요. 얼마 전 <술 드시는 분들 꼭 보세요>라는 영상을 열심히 봤어요.
https://youtu.be/VLxL0HY1IzA?si=3CHp_eEU8eyisUTN 

그랬더니 유튜브 알람이 떴어요.
'안녕하세요. 우창윤(닥터프렌즈 진행하시는 의사 선생님)입니다. 
오랜만에 고향 목포에 내려 왔는데, 좋고 편안한 곳에 오니 좋네요. 
이곳은 목포 대반동 까페 나리옥입니다. 바다 건너 목포 대교가 보이고, 
고하도를 배경으로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배들이 보입니다.'

어? 목포 전망 좋은 카페? 나도 하나 아는데? 이름이 뭐였지? 하다가 2020년에 쓴 메모를 찾아냈어요. 블로그를 쉬던 기간에 쓴 메모, 이제서야 그 여행기를 올립니다. 목포 카페를 떠올리게 해주신 우창윤 선생님, 감사해요~^^
블로그를 닫고 칩거하는 시간에도 길을 걷고 책을 읽으며 메모를 했어요. 다만 그 글이 언젠가 블로그 글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이지만, 나를 위해 썼고요. 나를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힘든 순간이 오면 무엇을 할까요? 나는 나를 위로해줍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바닷가 산책을 가고요. 새벽 기차를 타고 혼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납니다. 목포 근대문화거리를 걸으며 일제 식민지 시절 선조들의 삶을 생각하고요. 김대중 기념관에 들러 좋은 어른의 삶은 무엇일까 고민도 했어요. <1987> 영화 촬영지에 들러 역사는 어떻게 한걸음씩 나아가는 지 되새겨봅니다.  
힘든 순간이 오면, 기나긴 시간의 틀 속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목포 여행을 추천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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