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인공지능 시대, 미래의 교육

by 김민식pd 2023. 8. 7.

올해 초, 새 책 <외로움 수업>을 내고 가장 먼저 한 활동이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 촬영입니다. 솔직히 저는 겁이 좀 났어요. 3년만의 활동 재개인데, 혹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누가 또 악플이라도 달면 어떡하나... 다시 칩거에 들어가야 하나... 이렇게 겁이 날 때, 제가 하는 게 뭔지 아세요? 저는 불안을 즐거움으로 중화시킵니다. 그래서 <지식인사이드> 첫 편을 촬영하고는 바로 쿠바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중에는 악플이 떠도, 마음이 조금 덜 다치거든요.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과 최대한 물리적 거리를 확보한다... 그게 여행이 주는 편익입니다. 다행히 영상 반응이 좋았어요. 출판사를 통해 다시 섭외가 들어왔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제가 평생 붙들고 산 세가지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진로, 글쓰기, 영어 공부. 

저는 유튜브 출연하기 전에 제작진이 보낸 질문지를 보며 답변을 작성합니다. 그래야 생각이 정리되거든요. 오늘은 그 인터뷰 원고를 공개합니다.

<김민식 PD - 인공지능 미래 교육편>

1. 자기소개
a. 지식인사이드 구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대, 영업사원, 동시통역사, 예능 피디, 드라마 피디,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로 진로 특강을 다니고요.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로 일하는 김민식입니다.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고민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드리겠습니다.

2. 인공지능 시대, 변화하는 환경
a. 요즘 화제인 챗GPT,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어요. 이렇게 헷갈리는 시대가 왔구나. 이게 사람이 쓴 건지, 기계가 쓴 건지 구분이 안 가는구나. 앞으로 사람을 쓸 일은 갈수록 줄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a-1. 직접 사용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 처음 보는 사람 만났어요. 살짝 겁이 나요. 이 친구 세 보이는데. 함부로 하다 다치겠는데? 그럴 때 엄포를 놓치요.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챗지피티한테 물어봤어요. 김민식 피디는 누구인가? 물으니 SBS 피디라고 뜨더라고요. 화들짝 놀라서 진짜 동명이인이 있나? 검색해보니 없더라고요. 날 놀린건가? 싶어요.

b. 챗GPT,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챗GPT가 가져다줄 기회?

제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데요. 학생들은 난리가 났어요. 이거 안 쓰는 학생 없어요.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거든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눈깜짝할 새 수천 수만개의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중에서 광고 거르고, 페이크뉴스 거르고, 엄청 신경 쓰여요. 챗GPT는 딱 하나의 답만 내놓습니다. 엄청 효율적이지요. 답이 마음에 안 들면 추가 질문을 계속 하면 되고요. 심지어 한글과 영어에 대한 답이 달라요. 많은 공부가 됩니다. 

c.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요?

3가지 기준을 생각해봅니다.
단순한 일, 많은 사람이 하는 일, 임금이 비싼 일.
단순 기술일수록 빨리 대체되고, 더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일수록 빨리 사라집니다.
챗지피티는 3가지 다 해당됩니다. 인터넷 검색은 단순 작업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하고요, 고급 정보 검색의 경우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지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인데, 많은 사람이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일. 무엇일까요?
교통체증이 심해 꽉 막힌 도로에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다리에 쥐가 나도록 운전하는 일.
이제 자율주행 기능이 나온 차를 타면, 그런 고생은 안 한다면요? 앞으로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올 겁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평한 게 있어요. 바로 시간입니다. 재산은 수백, 수천배 차이가 나도, 수명은 배 이상 차이는 안 나요.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시간을 삽니다. 자신이 하기 싫은 귀찮은, 그럼에도 시간이 들어가는 일은 다른 사람 시키는데요. 앞으로 그런 일을 기계가 하겠지요. 운전이나 보고서 작성 등 단순작업. 

3. 새로운 시대, 자녀 교육이 가야할 방향
a.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성공의 법칙이 어떻게 바뀔까요?

역량은 지식 기술 태도의 합입니다.
지식, 기술로 승부하는 업종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 
이제 인간에게 남은 역량은 태도. 좋은 태도를 길러야합니다.

a-1.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직업은? 가장 먼저 사장될 직업?

예측은 의미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계속 하세요. 다만 재미도 없는데 꾸역꾸역하지는 마세요. 영혼을 담을 수 없는 일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b. 세상의 룰이 바뀌어가는데, 미래의 인재상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이라 보나요?
b-1. 10년 후, 취준생들은 취직을 위해 어떤 역량을 기르고 있을까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화제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건양대 의대 김종엽 교수님께 여쭈어봤어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쓰인다면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잘 묻는 겁니다. 인공지능은 영상분석을 잘 할 겁니다. 사람이 놓치는 미세한 변화도 잡아낼 수 있으니까요. 실수가 없겠지요. 다만 이때 의사의 역할은 환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 인공지능에게 입력할 정보를 찾는 것입니다."

질문을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잘 듣는 것입니다. 환자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은 후속 질문을 잘해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겠지요. 질문과 답변을 입력하면 의료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환자의 진단명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대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 갔습니다. 모든 질환명과 예후와 처치 방법을 머리에 넣어야하니까요.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보조기억장치 역할을 하고 의사는 더 많은 시간을 질문을 하고 환자의 답에 귀를 기울이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잘 듣는 사람이 미래의 인재입니다. 



c. 10대 자녀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것’만은 꼭 가르쳐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

참을성입니다.
요즘은 즉각적인 만족에 쉽게 길들어집니다.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 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어요.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납니다.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SNS 등등, 오늘날 쾌락이라는 보상을 주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습니다. 손쉬운 쾌락을 추구하다 쉽게 중독되는 세상.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건 참을성입니다. 아이가 짜증을 내고 운다고 원하는 것을 바로 주는 대신, 스스로 답을 찾거나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어렵습니다. 어른도 이게 안 되는 세상이니까요. 부모가 세상을 너무 쉽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 힘들어도 주말에는 아이랑 나가서 근처 공원 산책을 하고, 재미가 좀 없어도 아이랑 캐치볼 연습을 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d. 현재 한국 교육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이건 정말 저도 답이 없네요. 그런데 한국 교육에 답이 없다고 해외 유학을 보내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 맞는 특성을 길러야 합니다. 한국의 학교가 경쟁이 치열하다면, 회사는 더해요. 한국 학교를 피해 달아나도 한국 직장까지 피하기는 쉽지 않아요. 차라리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낫습니다.  

e. AI 시대, 부모들이 가져야 할 태도?


조금 더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놀기 좋은 세상이 옵니다.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안 해도 됩니다. 공부는 머신러닝하는 인공지능이 더 잘 합니다. 하기 싫은 일 억지로 안 해도 됩니다. 인공지능 장착한 로봇이 더 잘 합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일, 부모가 대신 찾아줄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세요. "너 하고 싶은 일 마음껏 도전해 봐. 엄마 아빠를 믿고." 하고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시어요. 절대 앞에서 끌고 가려고 하지 마세요. 

f. 해외 사례 중 한국이 꼭 배워야할 사례가 있다면?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입니다. 자본주의 세계에 빠르게 적응한 사례지요. 인류 역사상 변방에서 제국의 중심으로 이렇게 빠른 시간이 부상한 나라는 몇 안 됩니다. 외국이 우리를 보고 배워야지요.  

g. 변화하는 시대,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

저는 답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추격의 시대에 답을 찾으며 살아온 사람이에요. 이제는 추월의 시대, 미래는 미래 세대에게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형 인재, 우리아이에게 어떤 직업을 찾아줄까. 이런 고민하지 마세요. 100세 시대에요. 지금 나이가 40, 50이라면 아이 공부 참견할 시간에 본인 공부 하세요. 앞으로 당장 10년, 20년 후에 위험한 건 아이의 일자리가 아니라 당신의 노후입니다. 부모가 나이 40, 50에도 공부해서 나이 60, 70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전문가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고요, 최고의 노후대비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이야기하면 또 댓글에, 한가한 소리 하고 앉아있네, 지금 하는 일로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노후대비냐,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맞아요. 우리는 다 바쁘고 힘들게 삽니다. 근데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학원에서 과제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미래 대비는 힘들 거에요. 지금 하는 공부에 지쳐서. 그런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