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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드라마 연출론 4

by 김민식pd 2011. 11. 21.
드라마 PD를 뽑는 면접에서 꼭 묻는 질문, '당신은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

멜로 드라마냐? 로맨틱 코미디냐?

먼저 두 장르의 특성부터 찾아보자. 
내가 생각하는 두 장르의 차이는...

두 남녀가 처음부터 미치도록 사랑하면 멜로 드라마다. 1회 시작부터 이미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죽도록 사랑하는데, 알고보니 헤어질 운명이다. 여주인공이 기억 상실증에 걸리거나, 시한부 인생이 되거나, 이복남매라는게 밝혀지거나, 집안의 원수라거나... 뭐 그런 식이다. 사랑에 닥치는 가혹한 시련...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보는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게 멜로 드라마다.


두 남녀가 처음부터 죽일듯이 미워하면 로맨틱 코미디다. 1회 시작부터 만났다하면 일이 꼬인다. 악연으로 마주치니 첫인상은 최악이다. 서로 내 스타일은 아니라고 우기는데, 갈수록 마음은 끌린다. 심지어 상대를 좋아하게 된 자신이 창피하고 괴롭다. 이 사랑, 숨기고 싶다. 지켜보는 시청자는 배꼽잡고 웃는다.  죽도록 미워하던 애들이 죽도록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게 로맨틱 코미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

디테일하게, 리얼하게 그리면, 시청 몰입도가 커지면서 비극이 된다. 
황당한 상황이 반복되면, 허구로 거리두기가 가능해져서 희극이 된다.  


"당신은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는 멜로 드라마냐, 로맨틱 코미디냐를 묻는 게 아니다.  
진짜 질문은 "그 이유는 무엇인가?"에 있다.


정답은 없다. 그대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내야한다.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 글쎄... 나는 무조건 로맨틱 코미디다. ?

내가 그런 사랑 밖에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내게 사랑이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다. 서로가 첫 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 웃기지 말라고 그래! (버럭)

나는 항상 첫눈에 반했는데, 상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들이대고, 까이고, 매달리고, 차이고, 웃겨보고, 울어보고, 어르고, 달래고...
 
내게 사랑은 고난이다.
외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고, 주위의 반대를 극복하는 지난한 과정... 
20번 연속 소개팅에서 차이고, 기껏 고백했다가 후배한테 뺏기고, 여자들 빵셔틀이라고 소문나고... 
그러나 나는 항상 그런 고난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내 청춘은 로맨틱 코미디다. '엔딩에는 반드시 사랑이 찾아올거야!'라고 믿었다. 믿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연출하는 로맨틱 코미디? 다 소심한 복수다. 이쁜 것들이 짝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뉴논스톱') 사장인데 외모만 보고 백수라고 오해했다가 구박받거나, ('내조의 여왕') 이쁘다고 튕기기만 하다가 외롭게 늙거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다 그런 식이다. 왜? 내가 살아온 삶이 그랬으니까! 


결혼하고, 이쁜 딸도 낳고, 이제는 시련 끝인 줄 알았는데...
4살 난 딸도 나한테는 튕기더라... 아, 인생...

역시 사랑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하지만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  여러분의 답을 기다린다.
 
사랑에 대한, 드라마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준비해주기 바란다.

그 답은, 머리로 찾지 말고, 가슴으로 찾아라.
만들고 싶어, 그대의 가슴이 쿵쾅거리는 드라마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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