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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광고 수익과 재미의 거래

by 김민식pd 2019. 3. 24.

(주말엔 외부 필진 초대 코너입니다.)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서 나오는 <채널 예스>를 즐겨 읽습니다. 잡지에 나온 인터뷰를 읽고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거나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독서로 이어집니다. <김현성의 어쿠스틱 노트>라는 칼럼이 있어요. 가수 김현성씨가 쓰는 음악 이야기인데요. <유튜버가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글을 읽고, 세게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아요. 몇번을 되새기며 읽고 있어요. 글을 간략하게 소개할게요.


요즘 대중음악 분야의, 그 안의 다양한 업종을 망라하고, 종사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가지 화제가 있다. 하나는 BTS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다. (중략)

BTS 현상을 비롯한 현재 진행 중인 문화 게임의 배후이자 진정한 승자인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집어삼킬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1980년대 MTV를 떠올리게 하는 절대적인 플랫폼이다. 주위의 동료 뮤지션들 중에 인디와 메이저, 언더와 오버를 막론하고 유튜브를 하지 않거나 여기에 관심이 없는 아티스트는 없다. 물론 안 하는 사람은 있지만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 뛰어드는 젊고 어린 작곡가들은 영상 촬영과 편집기술 배우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유튜브에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것을 안다.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활동한 가수들도 나름대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으며 아직 뛰어들지 않은 다수는 이제라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2005년에 미국의 젊은 개발자 셋이 론칭한 유튜브는 일 년 뒤 구글에 매각되었다. 이후 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생산자)에게 광고와 조회 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기술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기업은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실리콘밸리의 철학이 낳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이 민주적인 플랫폼을 통해 세상의 어떤 문화 콘텐츠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K-pop은 BTS에 이르러 팝음악의 한 장르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고, 우리 대중음악은 이전과 다른 차원의 범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팝음악 역사에서 한 나라의 음악 신(scene)이 이 정도의 파급과 영향력을 갖게 된 경우는 미국, 영국, 스웨덴, 프랑스, 스페인 정도만이 손에 꼽힌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사건이다. K-pop이 왜 이렇게 인기를 끌고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나 논평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여기서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유튜브의 역할이 지대하지만 그전에 우리 뮤지션들, 산업 종사자들의 역량이 근간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K-pop의 성장과 세계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와는 별개로 그 생산기지 격인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뮤지션들이 너도나도 유튜브로 뛰어드는 것은 우리 음악 산업의 생태계가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선순환의 구조와는 한참 멀다. 음반 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제 기능을 잃었고 그것을 대체한 음원 사이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위 조작 의혹, 차트 100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의 수익 배분 문제 등 여러 잡음이 있다. 대중음악 산업에서 아이돌 음악의 비중이 너무 커진 탓에 그 외 장르의 뮤지션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조차 얻기 어렵고, 밴드들은 음악성과 상관없이 항상 해체 위기에 내몰려 있다. 대부분의 기획사들은 육성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스무 살 이상의 가수는 오디션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솔로 가수는 음악성이 뛰어나도 외면 받는다. 해외에서 잘 팔리는 K-pop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뮤지션들은 적어도 민주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유튜브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물론 유튜브 세계에도 자본의 논리와 그로 인한 계급 차가 존재하며, 이것이 공평하기만 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유튜브가 민주적이라 여겨지는 이유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더 높은 성공의 확률을 보장하고, 자본의 체급에 따라 비교적 공정하게 수익이 배분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유튜브에서는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노력, 플랫폼에 대한 기여가 자본의 크기보다 중요한 성공의 조건인 것이다. 우리 음악 산업이 건전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튜브에 잘 적응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뮤지션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음악을 계속할 수가 없다. 그러니 어떻게 유튜브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략)


글의 원문 전체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ch.yes24.com/Article/View/37001


대도서관이 지은 <유튜브의 신>을 보면, 유튜브의 수익 배분에 대해 극찬하는 대목이 나와요. 다음 TV팟이라든가 여러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활약하지만, 대도서관이 콘텐츠 창작에 대한 지분을 제대로 수익으로 돌려받기 시작한 건 유튜브를 시작한 후랍니다. 사람들이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유가 뭘까요? 유튜브에 재미난 게 많기 때문이죠. 왜 재미난 게 많을까요? 재미난 걸 올리면 광고 수익이 발생하니까요. 만드는 사람에게는 돈을 주고, 보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주고 양쪽에 만족을 주는 플랫폼인 거죠. 

유튜브도 그렇고, 아이폰도 그렇고, 결국 중요한 건 하나의 상품이나 하나의 컨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자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거죠. 아이튠즈가 그렇고 구글 마켓이 그렇듯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진 이들에게는 기회의 시대입니다. 일단 즐기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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