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독서는 당근과 채찍입니다. 자기계발에 있어 동기부여를 위해 책을 읽습니다. <노후파산> <2020 하류 노인이 온다>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이런 무서운 제목의 책들을 읽으면 채찍으로 맞은 양 정신이 퍼뜩 듭니다. 퇴직 이후에도 오래오래 일해야 노후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잘려도 자본금 한 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전업 작가예요.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같은 책을 읽으며 작가의 삶을 꿈꿉니다.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 북스피어)같은 책은 작가 지망생에게 최고의 당근입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벌고 얼마를 버는지를 보여 주는 데이터이다.’ <작가의 수지> 표지에 나오는 말입니다. 일본 국립대학 부교수로 일하던 모리 히로시는 나이 마흔이 된 1996년에 처음 소설을 씁니다. 평소 프라모델 수집을 즐기는데, 교수 월급으로는 취미 생활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용돈이나 좀 벌어보려고 늦깎이 작가 데뷔를 합니다. 이후 19년간 278권의 책을 쓰고요, 인세로만 약 155억 원을 벌었대요. 이 정도 돈이면 프라모델로 성을 짓겠네요. 모리 히로시 씨의 요즘 일과는 정원에서 자신이 만든 철도 모형을 타고 노는 것이랍니다. 저택의 정원에 레일을 깔고 모형 열차를 타고 마당을 한 바퀴 도는 게 취미라니, ‘성공한 덕후라는 게 바로 이런 사람이겠지요?
어지간한 일본 작가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리 히로시라는 이름은 생소했어요. 크게 유명한 작품을 남긴 것도 아닌데 155억 원 이상의 인세 수입을 올렸다는 게 놀라웠어요. 일본의 출판 시장이 그렇게 큰가? 살짝 부럽습니다. 저는 정원 열차까지 타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그냥 언젠가 인세를 받아 손주에게 토마스 기차 레일만 사줘도 좋겠어요. 딸들은 짝퉁만 사줬는데 손주에게는 정품 토마스 세트를 사주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판매 부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늘려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작가 스스로 궁리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출판사는 거기까지 생각해 주지 않는다. 그 사람보다 더 잘 팔리는 작가를 찾아내는 쪽이 더 쉽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 PD20년째 일하고 있는데요, 캐스팅을 할 때 무조건 좋은 배우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를 데려다 연기를 끌어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실력이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의 삶에서 절로 우러나는 것이거든요. 드라마 PD로서 저의 역할은 좋은 배우를 찾는 것이지, 연기 지도가 아니에요. 이건 직장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조언입니다. 상사에게 가서 제가 일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어보지 말라는 거지요. 회사 입장에서는 일 못하는 직원을 더 잘 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직원을 찾는 게 쉽거든요. 자기계발은 결국 우리들 각자의 몫입니다.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라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분야든 일을 잘 하는 정해진 노하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색깔대로 밀어붙이는 게 중요해요. 인생의 행복은 꾸준한 실패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성공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어요. 책의 끝에서 모리 히로시 씨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저도 분발하렵니다.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한때라도 좋으니 자기가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아름다움을 향해 전진할 것. 좌우지간 자신에게 근면함을 강제할 것.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가 전부다. 최적의 건투를!’

 

 

(비즈 한국 연재 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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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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