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4.04 혼자 즐기는 잔지바르 파제 해변 (4)
  2. 2017.03.30 잔지바르 파제의 카이트 서핑 (2)
탄자니아 14일차

아침에 맨발로 길을 나섭니다. 파제 마을은 길이 다 고운 모래예요. 해변까지 500미터, 맨발로 갑니다. 지갑이고, 휴대폰이고, 신발까지, 숙소에 다 두고 나왔어요. 트렁크 반바지 수영복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 걸어가서 그 차림 그대로 바다에 입수. ^^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1시간은 모래사장을 걷습니다.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걷다 내키면 바다로 들어가고, 지치면 나와서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아, 이런 신선놀음이 또 없네요.

 
이곳 파제 해변이 카이트 서핑의 성지가 된 이유가 있어요. 파도가 없어요. 돌이나 자갈처럼 뾰족한 것도 없이 고운 모래가 쭉 깔려 있어요. 카이트 서핑을 하다 넘어져도 다칠 염려도 없고, 비싼 카이트가 찢길 걱정도 없어요. 조종 미숙으로 넘어져도, 서면 바로 물이 허리 아래라 위험하지 않아요.

해변에서 물로 10미터 걸어들어갔는데, 아직도 깊이가 저 정도에요.

95년에 호주 배낭여행 갔다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노클링하다 죽을 뻔했어요. 그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배영과 평영을 제일 좋아합니다. 항상 얼굴이 물 밖에 있으니까요. 다만 수영장에서 배영은 힘들지요. 어디로 가는지 안 보여서 민폐랍니다. 바다에서 배영을 하면 파도가 칠 때 짠물이 코로 들어가 힘들어요. 이곳 파제 해변은 파도가 없어 배영을 하기 딱 좋네요. 바다 위에 드러누워 발로 물장구만 치면서 마음 편히 둥둥 떠 다닙니다. 이른 아침이라 카이트 서퍼도 없이, 넓은 바다를 혼자 독차지하네요.

모래사장 크기로 보면 거의 해운대만 합니다. 한 여름날, 해운대 해수욕장을 혼자 독차지한 기분~^^ 유러피안 아드레날린 정키들은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대낮까지 늦잠을 자고요. 오후 3시 넘어 카이트 서핑하러 나옵니다. 킬리만자로라는 현지 맥주가 우리 돈 천원이니, 서퍼들이 밤늦도록 맥주 파티를 열 만 하지요. 저같은 아침형인간이 해변을 오전 내내 독차지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날이 더워 숙소에서 쉽니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을 청합니다. 귀여운 이탈리아 아가씨가 있어, 말을 걸었어요. 저는 항상 여행자를 만나면 물어봅니다. '그동안 가 본 곳 중 어디가 좋았어?' 이곳 잔지바르도 그런 질문 속에서 찾아낸 곳이고요.

20대 중반의 어린 아가씨인데 꽤 많은 나라를 다녔더군요. 심지어 중동 요르단이나 사우디까지. 오홀? 여행의 고수를 여기서 만나네? 저더러 이제껏 가본 나라 중 어디가 좋았냐고 묻더군요. 짠돌이인 제게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난 네팔, 라오스, 태국, 이런 나라들을 좋아해."

"그래? 난 태국이 별로였는데." 

어라? 유럽 배낭족치고 태국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의외였어요.

"어디 어디 가봤는데?"

"방콕이랑 파타야. 둘 다 별로였어." 

이 친구, 엉뚱한 곳만 골라 다니고 있네요. 저도 방콕, 파타야, 푸켓 같은 태국의 관광지도 가봤지만, 태국의 진짜 매력은 치앙 마이나 코 사모이같은 시골에 있거든요. "왜 그렇게 큰 도시만 다녀?" 하고 물어봤더니, 에티하드 항공의 여승무원이네요. 비행기가 내리는 큰 도시만 본 겁니다.


사람들은 촬영이 끝나면 장기 휴가를 낼 수 있어 드라마 피디처럼 여행다니기 좋은 직업이 없다고 하는데요. 저는 정작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가 부러워요. 일 자체가 여행이니까요. 그런데 나름의 애환이 있네요. 테레지아의 경우, 기착지에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전부이고, 이렇게 휴가를 내는 것도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매일 비행기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이 부럽기만 하다고.

 

여행하기 좋은 직업은 따로 없어요.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직업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다닙니다.

 

파제 숙소에 아시아인 여행자는 저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친구를 쉽게 사귀게 됩니다. 다들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대해 궁금해하거든요. 어려서 영어를 공부한 덕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혼자 보내는 파제 해변의 하루는 심심하게 흘러갑니다. 수영과 독서와 낮잠,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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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4.04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해변을 독차지한 기분 정말 좋으셨겠어요. 스튜어디스는 전세계 어디든 여행하니 좋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여행하기 좋은 직업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오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좀 바꿔야겠어요. ^^

  2. 첨밀밀88 2017.04.05 0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정신이 온통 회뜨는데 가 있어서 이제야 봅니다. ^^ 아직도 여행중이시군요 ...

  3. 징기스 2017.04.05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바로 거기에 가고싶습니다. 피디님 글보면 안가고는 못 배길것 같습니다.언젠가 직접 보기로하고 이 순간은 피디님 사진으로 즐깁니다.^^

  4. 2018.10.21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탄자니아 13일차 여행기

 


오늘은 잔지바르에서 가장 번잡한 스톤타운을 벗어나 반대편 동쪽 해안에 있는 파제를 찾아갑니다. 이 섬에서 가장 조용한 동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톤타운의 경우, 가는 곳마다 호객꾼을 만납니다. 택시 일일 관광, 일일 뱃놀이, 투어, 다양한 상품을 권하지요.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까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여행 막바지에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푹 쉬다 가고 싶은 마음에, 파제로 향했습니다.

 

파제 해변입니다. 넓고도 얕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요.

이 넓은 해변에 사람이 없어요.

파제가 유명한 건 카이트 서핑입니다. 서핑 보드를 타고 커다란 연을 조종해 바람을 타고 바다위를 날듯이 달립니다. 해변에 사람도 배도 없으니 가능하지요.

아드레날린 정키로서, 익스트림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레슨을 받아 카이트 서핑에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요.

초보자의 경우, 서서 균형잡기도 힘들어요. 3일 동안 제대로 배울 자신도 없고, 떠나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겠어요.

잘 타는 사람은 공중에 휙휙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구경만 하다 갑니다. 예전엔 이런 장면을 보면 직접 하고 싶어 피가 끓었는데, 이제는 구경만 해도 그냥 좋네요. 나이 들은 건 못 속이나봐요. ^^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맛이 어떠냐고?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이곳에는 식당이 많지 않아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크지 않을 거라고.

스웨덴에서 왔는데, 어머니와 여행중이라는군요. 어머니는 중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더군요. 데니 드한 혹은 젊은 날의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 분위기가 풍긴다고 말을 걸었더니, 어머니가 놀라시더군요. 실은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 아역 탤런트였다고. 영화 주연도 했답니다.  

아역 배우를 하다 탁구 선수로 변신해서 스웨덴 국가대표까지 했다는군요. 중국과 스웨덴은 양국 다 탁구 강국인데, 혹시 어머니가 탁구 선수였냐고 물어보니, 어머니는 통역사랍니다. 중국어 스웨덴어 통역사.


아역 배우로 일을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운동 선수가 되었냐고 물었지요. 연기는 아무리 해도 느는 게 안 보이는데, 탁구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 군요.

탁구 선수로 평생 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직업 배우를 하려고 LA 헐리웃에도 갔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지금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미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미국에는 라틴계 배우가 많아 혼혈 배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중국의 경우, 그처럼 중국 혈통을 가진 스웨덴 배우에게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요. 미국 영화를 선망하는 그에게 중국은 변방으로 느껴져 매력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앞으로 문화 산업의 기회는 중국에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문화적 욕구가 분출할 거거든요. 지금은 한국 등 외국에서 콘텐츠를 사가고 있지만, 곧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울 겁니다.      

오늘의 숙소는 파제 호텔입니다. 싱글룸이 1박에 25불하는 저렴한 숙소에요. 아침은 제공이 되지 않는 게 좀 아쉽네요.

아침은 개당 300원하는 망고와, 개당 200원하는 빵으로 대신합니다.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잠보! 하바리 가니? 은주리 싸나!'하고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네요. 어딜 가나 그 나라말로 인사를 하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와힐리어 인사를 가장 쉽게 배우는 법이 있어요.

'잠보'라는 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가사가 인삿말이거든요.

'잠보? (안녕하세요?)

하바리 가니? (어떻게 지내요?)

은주리 싸나. (잘 지내요.)

하쿠나 마타타 (아무 문제 없어요.)

이 네 문장만 알아도 되거든요. ^^

 

외국어 회화를 쉽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문법과 단어를 다 배울 시간이 없을 땐, 기초 회화 몇 문장만 암기해도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고요. 그게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비결입니다.

 

'싸파리 은제마!' 즐거운 여행을!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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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30 0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카이트 서핑 사진만 봐도 시원한 바다에 온거 같네요. 카이트 서핑 볼때는 조그만 배우면 바로 타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3일이나 배워야 한다니.... 쉽게 볼 스포츠는 아니군요. 지나가는 외국인도 전직 배우인걸 알아보시다니.. 역시 PD님은 사람보는 안목이 예리하셔요. ^^
    알려주신 노래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제보니 이게 스와힐리어 단어를 가지고 만든 노래였군요. 오늘도 새로운 내용 배우고 가네요. ^^

    아산떼!!!

  2. 첨밀밀88 2017.04.06 0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이트서핑
    저는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지만 혹시 만들면 카이트서핑 한번 적어놔야 하겠습니다.
    하늘로 휘익 올라갈때 진짜 짜릿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