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17일차 여행기

 

스톤타운으로 돌아왔으니, 아침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역시 파제보다는 스톤타운의 해변이 볼 게 많아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해상 레스토랑도 있고요.

 

쇼핑가도 있고요.

혼자 놀러다니는 저더러 하는 말인지 팍팍 찔리네요.

노 라이프, 위드아웃 와이프. 나름 각운도 맞췄고요.

 

와이프 해피, 라이프 해피. ^^

 

이 가게 주인이 이런 금쪽같은 말씀을 가게 옆에 적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합니다. 이건 왜 이럴까?

혼자 다니니까 워낙 심심해서 그런가봐요.

 

 

여긴 기념품 가게에요. 예쁜 아프리카 민속공예품이 많은데요.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라 가격은 좀 셉니다. 부인들이 사려고 하면, 남자가 옆에서 투덜거리겠지요? '뭘 이런 걸 사?' 하고 말이에요. 그때 남편에게 타이르는 겁니다. '부인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 살짝 장삿속이 엿보이긴 하지만 귀엽네요.

 

마님에게 드릴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사서 나왔어요.

스톤타운에는 바닷가에 힐튼 등 유럽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비싼 호텔이 많아요. 전망 좋은 비싼 호텔 대신 싼 호텔을 전전하며 다닙니다. 전 장기 배낭 여행을 선호하는데요, 비싼 호텔에서 지내면 여행 기간이 짧아집니다.

비싼 호텔과 똑같은 전망을 가진 바닷가 카페에 들러 책을 읽습니다. 서울에서도 똑같아요. 비싼 한강 조망권 아파트에 사는 대신, 출퇴근 길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한강의 경치를 즐깁니다.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오늘 점심은 좀 비싼 곳에서 먹습니다. 사파리를 같이 했던 사샤와 월터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두 친구는 사파리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등산을 다녀왔어요. 둘 다 정상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킬리만자로 산행은 무척 고생스럽네요. 춥고 배고프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마을이 많아 롯지에서 묵으면 되는데, 킬리만자로는 오로지 캠핑으로만 갈 수 있어 5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고생이 심하답니다.

사샤는 집이 뮌헨인데, 나중에 옥토버페스트할 때 한번 놀러오라고 했어요.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는 메일을 교환합니다. 서로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이 친구, 사파리 할 때, 제가 자는 모습을 찍었군요. ㅋㅋㅋ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자꾸 졸아요. 이래서 젊어서 놀아야 하는 건데...^^

저는 잔지바르 피자를 시켰어요. 제가 음식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어디서든, 그곳에서만 시킬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네,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게 좋아요. 잔지바르 피자는 많이 낯서네요. 크게 그립지는 않을듯... ^^ 

낚시를 좋아하는 사샤가 수산물 시장을 가자고 해서 시장 구경도 가고

전통 시장을 둘러 본 후,

셋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이번 여행, 사샤와 월터를 만나 더 즐거웠어요. 나이 오십에 20대 청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즐거웠어요. 영어를 할 때, 즐거움이 있어요. 존댓말이 없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유쾌한 친구들, 훗날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제가 묵는 35불짜리 호텔의 옥상 테라스입니다. 오후에는 볕이 뜨거워 이곳 그늘에서 열대과일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쉽니다. 여행 다닐 때, 저는 몇시간 씩 빈둥거리면서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 빈둥거림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사랑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아껴줍니다. 나를 아끼는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혼자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혼자 멍하니 오후를 보내다보면, 문득 책을 읽고, 또 문득 글을 씁니다.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그래서입니다. 남미 배낭 여행을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원고를 쓰고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음 책의 원고를 구상하고 쓰고 있고요. '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게 작가의 삶을 꿈꾸게 된 이유에요.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몰라요. 해야할 일만 하고 살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가끔 혼자만의 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배낭여행에서 찾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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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4.11 0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NO LIFE WITHOUT WIFE
    WIFE HAPPY, LIFE HAPPY'
    내용이 재미있는데요. PD님 말씀대로 가게주인의 고도의 전략같네요. ㅋㅋㅋ . 사파리여행 같이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셨군요. 재미있는 시간이셨겠어요. 근데 PD님 여행기에서 음식 얘기는 잘 안하시는데 피자가 많이 낯설다고 하시는걸 보니 정말 맛이 없으셨나봐요. ^^ 잔지바르 피자는 기억해둬야겠어요. 여행지에서 친구 사귀는거 넘 부럽네요. 저도 얼른 영어실력 키워서 외국인 친구 꼭 만들고 싶네요.

    '나를 아끼는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혼자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혼자만의 시간 갖는게 좋은건 알지만, 시간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거 같아요.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함 노력을 해봐야겠네요. ^^

    오늘 여행기 잘 봤습니다.
    크와헤리

  2. 미드 2017.04.11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많은 깨달음도 받고요^^
    궁금한것은 4/9일 강연은 여행중 귀국해서 한신건가요? 참석못해서 시간적으로 여행중이신데 이해가 안되서요

  3. 지나스뽈 2017.04.11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장 절실한게 혼자만의 시간이더군요.
    가끔 애들이랑 남편한테 외칩니다.
    "나도 외롭고 싶다고~~~!" ^^
    여자가 가장 여행하기 좋은 나이가 50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때나 되야 외로워 보겠죠?

  4. 동우 2017.04.11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로 대화할땐 따로 존댓말을 하지않아도 되니 거리낌없이 친구가 될수있을거같아요
    서울에서 내려오기전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에게 말걸어봤어요
    물론 제가 하고싶은말만하고 아직 그의 얘긴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저에게 생긴 변화에 즐거웠습니다
    영어책 한권 외워봤다 저에게도 기회가 생길수도 있겠지요?ㅋㅋ ㅋ

  5. 프라우지니 2017.04.15 0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십니다. 마눌님 선물 챙기시는 센스까지!!^^

  6. 첨밀밀88 2017.04.18 1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젠 피디님 말고 작가님으로 부르는게 당연하군요 ㅋㅋㅋ

탄자니아 16일차 여행기

파제 마을에서는 할 게 별로 없어요. 카이트 서핑 말고는. 정말 심심한 마을이더군요. 하릴없이 마을을 다닙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터만 남아있고 지붕 없는 집이 많아요. 왜 집을 이렇게 짓다가 말았을까? 의아했어요

.

벽이랑 구조는 다 지어놓고 지붕은 안 지었내요. 건설붐이 일다가 갑자기 거품이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왜 집을 짓다가 말았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럴까요?

 

 

 

 

네, 답은...

 

짓다 만 것이 아니라, 저게 다 지은 겁니다. 우리하고 집짓는 방법이 달라요. 이곳은 사시사철 따뜻하니까 난방이 필요없어요. 방풍을 위해 담을 높이 쌓을 필요도 없고요. 시멘트와 벽돌로 방방마다 구역만 나누고 나무 기둥을 대고 초가지붕을 얹어요. 집이 낡으면 그냥 버리고 떠납니다. 나무 기둥은 가져다 재활용하고, 초가 지붕은 날아가고, 아래 구조물만 남는 거지요. 땅값이 워낙 싸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아예 빈 땅에 짓는 게 편한 겁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궁금증을 풀어보는 걸 좋아해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그가 들려주는 정형화된 해석, 정답만 듣습니다. 혼자 다니면 스스로 의문을 풀어야해요.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은, 모두의 정답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파제를 떠나 다시 스톤타운으로 돌아갑니다.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 이곳의 부가 어마어마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시골 해변 마을에선 초가 지붕의 전통 가옥이 많고, 이곳 스톤타운에선 부를 축적한 이들의 화려한 건축양식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잔지바르 건축양식에 특이한 점이 있어요.

문에 이렇게 뿔처럼 튀어나온 금속으로 장식을 해요.

집집마다 이런 뿔이 달려있어요.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프리즌 섬 투어 갔을 때, 가이드에게 물어봤어요. 문에 뿔은 왜 달았냐고.

옛날 잔지바르의 왕이 인도 여행을 갔답니다. 그곳 왕궁의 대문에 이런 뿔이 박혀있더래요. 보니까 서민의 집에는 장식이 없는데, 왕궁에만 있는 거지요. '아, 이것이 왕이 사는 곳이라는 징표인가 보다.' 돌아와서 자신의 궁궐 대문에 쇠로 만든 뿔을 답니다.

귀족들이 그걸 보고 흉내를 냅니다. '인도에서 온 최신 유행이라고 왕만 하란 법 있나, 에헴!' 나중에는 일반 백성들도 그걸 따라 합니다. '아, 요즘 좀 있어 보이려면 문에 뿔을 달아야하나 보다.'

 

 

인도 왕궁의 대문에는 왜 뿔을 달았을까요? 코끼리 때문입니다. 궁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인근 마을의 코끼리가 머리로 문을 밀고 들어와 부엌으로 가는 거지요. 덩치 큰 코끼리를 쫓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에요. 닫힌 문을 코끼리가 밀지 못하게 문에 뿔을 달아 놓은 겁니다. 그럼 코끼리가 함부로 무거운 문을 머리로 들이밀지 못하지요.

인도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잔지바르에는 코끼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뿔달린 대문이 유행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사치재는 보통재로 바뀌는 게 운명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이 시작하면 곧 일반 서민들도 따라한다는 거지요. 모든 사람이 하면 차별화가 없어요. 그럼 부자들이 또 새로운 사치재를 찾아나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소수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게 있고, 그걸 부자가 사기 시작하면 곧 대중화가 따릅니다. 자동차가 그렇고, 아이폰이 그렇고, 영어 조기 교육이 그래요. 돈 있는 사람이 시작하면, 곧 모두가 따라하지요. 이때 한번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길에 코끼리도 없는데, 문에 뿔은 왜 달지?'

이런 질문...

'애가 커서 유학을 갈지 안 갈지 모르는데, 영어 유치원은 왜 보내지?'

이런 질문...

   

요즘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도 살아보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는데요. 앞으로는 버리기를 잘 해야 합니다. 사 들이는 건 답이 없어요. 끝이 없거든요. 오히려 앞으로는 없이 사는 게 능력입니다.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배낭여행이에요.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다니며 한달을 살아봅니다.

속옷, 셔츠, 양말 각각 3벌만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빨고, 하나는 말리고.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매일 갈아입습니다. 어떨 땐 하루에 2번도 갈아입어요. 호텔에 세탁을 맡기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 샤워하면서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합니다.

배낭 여행 중 간단한 빨래 요령.


샤워한 후 벗은 옷은 비누칠한 후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옷이 잠기게 하고 1시간을 둡니다. 비누기가 빠지도록 몇 번 헹군 후, 다시 깨끗한 물에 담궈 둡니다. 1시간 후 잘 짜서 말리면 끝. 방안에서 밤새 말려야하는데 등산 바지나 스포츠 셔츠가 잘 마릅니다. 속옷은 유니클로 에어리즘 계열이 가볍고 잘 말라서 여행할 때 애용하는 편이고요.

배낭 여행을 하면서 깨달아요. 즐겁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은 의외로 적구나.

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남는 건 추억밖에 없으니까요.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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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스뽈 2017.04.10 0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에 미니멀리즘에 빠졌을때 읽었던 책에서 물건은 최소한의 것을 사되 최고 품질의 것을 사고 나머지는 경험에 투자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하기 시작한 생각들과 맞아서 무척 반가웠었습니다. 원래 저도 명품에 많은 투자를 하던 여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책을 많이 읽다보니 변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배우고 싶던거 배우고 여행을 더 많이하고 살다보니 행복하다를 더 많이 느낍니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들 커감에 따라 같이 하는 여행에 기대도 많이 되구요. 요즘은 그동안 배운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데 내가 준것보다 더 많은걸 받게 되더군요.
    아직 버려야할 물건도 버려야 할 마음도 많지만 살아있으니 차차 이루어가겠죠?
    회사일에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제가 자주 하는말인데 "일이랑 건강이랑 바꾸지마. 살아만 있어. 그럼 뭐든 할수 있어"

    오늘도 살아있어 행복한 아침입니다.

  2. 동우 2017.04.10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우니 새로운게 들어오더라구요
    첨엔 아깝기도, 미련이 생겨서 그러지 못했는데
    한번 하고나니 쉽더라구요
    일단 한번 해보는거 그게 젤 중요한거같아요
    그리고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3. 섭섭이 2017.04.10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문 모양이 코끼리와 관련있다니 재미있네요. 단순히 문일뿐인데, 관찰력이 대단하셔요 ^^
    저도 PD님 처럼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여행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요. ^^

  4. 2017.04.10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도의 이유 있는 문장식이 잔지바르에선 이렇게 장식이 되는군요, 혼자 다니며 풀어보는 여행. 요즘 여행 중인데 피디님의 멋진 조언을 생각하며 돌아야 겠습니다:)

  5. 름보 2017.04.10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중이시군요~ 여행하다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데 하나하나 수수께끼풀듯 풀어가는 재미가 있으시겠어요 . 그런데 추측하신 답은 원주민에게 물어보는지... 어떤방법으로 답을 확인하시나요???

    • 김민식pd 2017.04.11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어보기도 하고요. (원주민이라고 정답을 아는 건 아니더군요.)
      그냥 혼자 책에서 읽은 걸 떠올리기도 하고요.
      정답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6. 첨밀밀88 2017.04.18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래법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ㅋㅋㅋ

탄자니아 8일차 여행기

3박 4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세렝게티 초원을 달렸더니 힘들군요. 이제 며칠 푹 쉽니다. 2년 전, 파타고니아 트레킹 할 때도 그랬어요. 배낭을 메고 하루에 7~8시간 산을 탄 후, 하루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어요. 

(파타고니아, 또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타다보면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리하게 매일매일 일하듯 여행 다니면 피로 말고는 남는 게 없어요. 쉬엄쉬엄 다닙니다. 쉬면서 본 시트콤의 한 장면이 마음을 쿵! 하고 울렸어요. '아, 산을 오르다 힘들 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구나.' 쉬엄쉬엄 여행을 다니면 생각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씁니다. 그 여행 덕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나왔고요. 

장기 배낭 여행 가서 트레킹이나 사파리같은 빅 이벤트 다음 하루 이틀은 그냥 쉽니다. 무언가 바쁘게 할 때 재미를 얻는다면, 의미는 그 사이 느린 쉼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루샤 시장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이 떠올라요.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

며칠 쉬게 될 숙소입니다. 싱글 룸 하나가 조식 포함 25불입니다.

시장 근처 식당에서 꼬치구이랑 감자 프라이를 먹었어요. 이게 가장 제 입에 잘 맞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 (2천원) 저는 어딜 가나 저렴한 현지식을 즐깁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은 하나같이 비쌉니다. 아루샤에 있는 중국집의 경우, 서울 물가랑 별 차이가 없어요. 볶음밥 한 그릇이 7000원입니다. 1인당 GDP가 700불인 탄자니아에서 말이지요. (한국은 25,000불) 관광객 대상 물가가 너무 비싸요.

베트남 쌀국수, 인도 카레, 라오스 닭죽 등등 어디서든 현지 음식을 먹어요. 여기 와서 우갈리나 차파티로 식사를 한다고 했더니 서양인 여행자들이 놀라더군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위험할텐데?'

 

아루샤의 거리 레스토랑. 자신의 집 앞에 식당을 차렸어요. 주방이 거리에 나와있어 일하는 모습이 다 보여요. 삐까번쩍한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 아줌마가 조리하는 과정은 다 보입니다. 전 이게 오히려 위생적일 거라 믿습니다. - 말도 안되는 짠돌이식 논리. 싼 것은 언제나 옳다! ^^

 

현지 음식을 고르는 저만의 소소한 노하우.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술꾼 선배에게 배운 건데요. '술집에 갔을 때, 사람이 붐비면 생맥주를 시키고, 손님이 없다면 병맥주를 시켜라.' 생맥주는 신선도가 생명인데요. 손님이 없는 집은 맥주의 순환이 느려 오래되고 김빠진 생맥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거리음식을 먹을 때도 요령은 같습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가게에 갑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요리를 시킵니다. 제일 잘 나가는 요리의 재료가 가장 신선하거든요. 현지 사람들에게 별 인기없는 서양식 메뉴를 시키면 30년된 닭고기가 냉동고 안에서 소환되어 나올 수도 있어요.

예전에 인도 네팔 배낭여행 갔을 땐, 한달 동안 채식만 했어요. 힌두교는 소고기를 먹지않는데,
함부로 비프 요리를 시키진 않아요. 요리사가 먹지 않는 음식은 저도 안 먹습니다. 전기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잦은 네팔의 경우, 냉장고가 자주 꺼지기에 고기가 상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힌두교도 요리사가 고기가 상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요. 인도에서 한 달 간 소고기는 먹지 않았어요. 그곳 사람들이 평생을 먹지 않고도 버틴다면, 한 달 정도야 나도 버틸 수 있겠지요. 대신 다양한 난과 카레, 달밧에 맛을 들렸어요.


 

여행 갈 때, 김치를 싸가지 않습니다. 김치가 떨어지면 한식당을 찾게 되거든요. 가급적 현지식만 합니다. 그게 제일 싸요. ^^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메뉴는 공급도 많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 경쟁으로 싼 식당도 있거든요. 귀한 메뉴는 가격 결정권이 식당 주인에게 있습니다. 흔한 메뉴를 먹어요. 노점상에 현지인들과 어깨 나란히 앉아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외국인보다 시장 국밥집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가 더 반갑지 않나요?

 

오늘 하루 경비

숙박 25불

점심 3불

과일 3불

저녁 2불

총 32불

지속가능한 배낭여행자로 살고 싶어요. 그 길은 경비를 낮추고 현지화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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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14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오늘은 배낭여행에서의 중요한 먹는거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셨네요. 재미있게 써주셔서 이해가 쏙쏙되네요.

    [음식 먹는 팁]
    - 식당 위생이 걱정되면 사람이 많은 가게에 가서,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요리를 시킨다.
    - 요리사가 먹지 않는 음식은 안 먹는다.
    - 가급적 현지에서 흔한게 먹을 수 있고, 수요가 많은 메뉴로 먹는다. 그러면 덤으로 가격도 싸다.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사파리 여행이 힘드시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몇일간 쉬시는건 잘 하신거 같네요. ^^

  2. 동우 2017.03.14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순 한국인 입맛이라 특히 동남아 현지식은 향 때문에 먹기가 힘들더라구요
    그 나라의 음식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특히 향은 없는지요..

  3. 2017.03.14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현이 2017.03.15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보니 배가 고파지.... OTL 따님분 글씨가 예뻐요! 저 쪽지에 얽힌 일화가 궁금해요 ^^

Year 11. 2002년 스위스 + 프랑스 
테마 : 골든 로즈 TV 페스티벌
경비 : 전액 회사 지원

 

한동안 잊고 지내던 여행 이야기, 이어간다.

 

많은 이들이 파업 5개월째,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다. 비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MBC 직원들 중 대다수가 아내 몰래 모아온 비자금이 싹 털렸다. 나도 이번에 거지됐다. ㅠㅠ 

 

나에게는 꿈이 있다.

MBC에는 안식년 제도가 있다. 전직원에게 재충전의 기회, 재교육의 기회를 위해 자기주도적인 방식으로 1년을 안식년으로 쓰게 해준다. 나는 안식년에 1년간 세계일주 가는 게 꿈이다. 이 블로그는 지금은 파업일지이지만 언젠가는 세계일주 여행기가 될 거다. 그런데... 세계일주 자금으로 모아온 적금을 이번에 깼다. 월급 대신 적금으로 버티고 있다. 적금은 깼지만, 세계일주의 꿈은 깨지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으니까.

 

1992년 첫 배낭여행을 떠난 후, 20년 째 매년 해외여행을 다닌다. 이유는 하나다. 그렇게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마음 먹은대로 사는 것, 인생에 그 외에 무엇이 있나?

 

돌아보면, '매년 해외 여행을!' 이라는 목표가 깨질 뻔한 적도 많다. 이를테면 2002년,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만들고, 논스톱3까지 이어서 연출하던 시기다. 일일 시트콤을 만드느라 단 하루도 쉬는 날 이 없었다. 일일 시트콤 피디의 일주일?

 

월요일, 대본 리딩 + 촬영 스케줄 준비

화요일, 세트 촬영 콘티 작업

수요일, 야외 녹화 (보통 새벽4시까지 한다.)

목요일, 스튜디오 녹화 (오전 10시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하고, 편집을 마치면 새벽 5시에 퇴근한다.)

금요일, 더빙 및 완제 편집

토요일, 대본 각색 회의 (오전에 대본 읽고, 오후 2시에 회의 시작하면 일요일 새벽에 끝난다.)

일요일, 늦잠자고 일어나 오후 반나절 쉰다. 밤이 되면 다시 다음주 대본이 나오니까.

 

이렇게 일해야 25분짜리 시트콤 다섯편을 일주일만에 만든다. 이런 생활을 2000년 8월부터 2003년초까지 2년 반을 했다. 말그대로 논스톱으로 계속 일했다. 그래서 2002년에는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적이 일어난다.

 

뉴논스톱이 스위스 골든 로즈 페스티벌이라는 국제 TV작품전에 본선 진출했다. 아시아 지역 시트콤 최초! 피디에게는 최고의 영예인지라 회사에서 출장을 허락해주었다. 휴가까지 보태어 2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같이 일하던 선후배들이 내 자리를 메워준 덕이다. 조연출들은 2주간 고생했지만, 당시 MBC 조직문화로는 이게 가능했다.)

 

1992년, 대학 졸업반 때 유럽으로 첫 배낭 여행 갔을 때,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갔다가 산악열차 표를 살 돈이 없어 융프라우는 못 올랐다. 멀리 정상이 보이는 언덕까지 하이킹으로 걸어서 오른 게 끝이다. 눈 앞에 융프라우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며 다짐했다. '기필코 10년 내 다시 오리라.' 

 

2002년, 꿈은 이루어진다.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열차로 오르고 탠덤 패러글라이딩도 했다. 알프스 산 언덕배기에서 융프라우 전경을 바라보며 인터라켄 호수로 날아가는 패러글라이딩은, 내 인생 최고의 추억 중 하나다. 패러글라이딩, 평생에 딱 한번 해야한다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하시라.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20년째 매년 여행을 갈 수 있죠? 힘들 것 같은데...' 난 이렇게 반문한다.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나요?' '에이, 당연히 불가능하니까 포기하고 살죠.' '시도도 안하면 모든 일이 다 불가능하죠. 해보지 않고서 그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어떻게 아나요?'

 

간만에 여행기를 올린 이유? 여름 방학이 온다. 대학생 여러분께는, 꼭 권하고 싶다. 배낭여행, 무조건 떠나시라. 돈이 없다고? 난 작년에 한달간 인도 네팔 배낭여행 하는데 백만원 들었다.

 

2011/03/15 - [짠돌이 여행일지/2011 인도 네팔 배낭여행] - 인도 네팔 배낭여행 일정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떠나는 게 배낭여행이다. 작년 인도 여행할 때, 한국에서 온 여대생 둘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첫날 뉴델리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 모든 경비를 잃었단다. 결국 한 명의 경비로 둘이서 한 달을 버티더라. 정말 감동적인 우정이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하는 게 배낭여행이다. 쫄지말고 일단 떠나시길. 배낭여행은 삶의 경험치를 순식간에 배가시켜주는 최고의 배움터니까.

 

배낭여행의 초보 입문 코스로는 유럽이 최고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스위스, 스위스에서도 인터라켄을 강추!

 

짠돌이 세계여행, 다른 글이 궁금하시다면~

 

2011/09/07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여행] - 짠돌이 세계여행 2. 유럽

 

2011/09/05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여행] - 짠돌이 세계여행 1. 서문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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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듀파워 2012.06.14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 먹은데로 사는 것! 인생 그 외에 뭐 있나?" 란 글을 읽는 순간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마음 먹는 것 조차 왜 그렇게 겁내며 살고 있을까....

  2. 주르날리스트 2012.06.14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식PD님 오늘도 PD님 블로그 정기구독(?)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네요. 아침에 남긴다는 게 점심 시간 이용해 댓글 남겨요. 길어지는 파업에 용기 잃지 마시고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p.s. PD님 조언에 힘입어 1인 중계를 좀 더 갈고 다듬어 보려고요. 오늘 퇴근 후 오랜 친구와 함께 K리그 중계하러 상암 갑니다. 서로 자신의 팀만 노골적으로 응원하는 편파 중계 컨셉으로 기성 언론 중계와 맞짱(!) 뜰 거예요.^^

  3. 2012.06.15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덕분에 좋은글많이 읽고 힘을 받습니다. 삶의 활력소 무한도전을 못보고있는현실이 밉지만 피디님의 좋은글 볼수있어 위안이 되네요 ㅠㅠ 오늘 드디어 저희가족 서명서도 보냈습니다. 꼭 승리하시기를. 서늘한간담회도 잘듣고 있습니다^^

  4. mrdragonfly1234 2012.06.16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92년도에 유럽 배낭여행 했습니다.유레일 패스 가지고..기차에서 한달동안 잤지요.. 하루종일 걷고.. 김피디님이 7-8월에 가셨다고 그러셨나요? 저는 10 월에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소는 (프라하를 가지 않앗습니다.) 베니스 였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길수 있는 기회였다고나 할까요,, (할말이 좀 있는데 너무 거창해서 그만 두겠습니다. ^^~)

    • 김민식pd 2012.06.17 0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베니스, 못가봤습니다. 저는 로마만 찍고 나오느라... 다시 갈 수 있다는 것이 여행자의 꿈이죠. 다 가 본 인생, 재미없잖아요. ^^

  5. 제제 2012.06.18 0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있습니다!!!
    힘이 납니다!!!!
    세계일주 여행기 쓰실 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