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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29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16)

가끔씩 후배들이 저를 찾아와 물어요. 
“선배님,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그럴 때 정말 난감합니다. ‘야, 그걸 알면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살겠니?’ 일단 시침 뚝 떼고 되묻습니다. (답이 궁할 땐, 질문으로 돌려줍니다.)
“왜? 요즘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땐 그냥 하루하루 재미나게 지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책을 읽습니다. 살아보니 독서가 제일 재밌어요. ^^
어쩌다보니 먼저 태어났고, 그러다보니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선배 소리를 듣지만, 저보다 더 훌륭한 후배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권성민 피디지요. 2014년 MBC 세월호 관련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징계를 받고, 다시 그 상황을 웹툰으로 그렸다가 해고를 당한 후배인데요. 이번에 책을 냈습니다.

<서울에 내 방 하나> (권성민 / 해냄)

연대 신방과를 다니며 신촌의 비좁은 고시원과 하숙방에서 이십대를 보낸 저자는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와 일을 병행해요. 서울에 방 한 칸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네요. 글 잘 쓰는 예능 피디답게 재치 있는 글들이 가득한 책이에요.

‘닿을 수 없는 리스트
대학교 2학년 즈음, 어느 교수님이 강의하다 말고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여러분 되게 바쁘죠? 그래서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뭐 그런 리스트 만들어놓고 나중에 여유 생기면 해치워야지, 그렇게 쟁여놓고 있죠? 그런데 너무 마음 쓸 필요 없어요. 그런 날 영영 안 와요.”
그 말이 엄청 와 닿아서 그때부터 악착같이 미루지 않고 틈나는 대로 그런 것들을 챙겼다. 새벽 두 시에 퇴근해 몸이 천근이어도 하루가 아까워 책 몇 글자라도 어떻게든 눈에 쑤셔 넣고 나서야 잠을 청했다. 그런 생활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나는, 잠이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104쪽)

정말 부지런하게 많이 보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권성민을 만날 때마다 물어봐요. 
“그래서 요즘은 뭐가 재밌어?” 감이 떨어진 아재 PD가 최신 유행을 쫓아가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평소 그와 나누는 수다는 늘 즐거운데요. 이 책을 읽는 시간도 그랬어요. 읽는 내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어요. ‘아, 정말 아름다운 청년이로세.’ 
한때 권성민이라는 이름이 언론사 입시 준비 인터넷 카페에서 화제였던 적이 있어요. 그가 쓴 MBC 합격 후기가 전설의 명문이었거든요. 이번 책에서 해주는 조언도 솔깃합니다. 결국 합격은 운이라고요. ^^

‘애초에 언론사 공채에 ‘고시’란 별명이 붙은 건 저 경이로운 경쟁률 때문이다. 내가 지원했을 때는 1000대 1이었다. 정답도 없는 시험에 경쟁률이 1000대 1이라니. 의자 하나 놓고 천 명이 링가링가링 도는 의자 뺏기 게임인 셈이다. 과연 의자에 앉은 사람이 천 명 중에 달리기가 제일 빨랐을까. 노래가 멈췄을 때 마침 의자 가까이 있었을 뿐이다. 바로 주변 열댓 명보다야 빨랐겠지. 실력이란 그 정도 의미다. 이게 운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그래서 PD 시험을 준비하는 지망생들이 고민 섞인 이야기를 들고 오면 열심히 들어주고 나서 꼭 덧붙인다. 이건 그냥 복권 사는 거랑 비슷한 거라고. 되면 좋겠지만 더 열심히 준비한다고 유리할 것도 없고,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그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PD가 되고 싶은 거라면 차라리 시험 준비할 시간에 자기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기회를 더 가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게 더 매력적인 이력이 될 수도 있다고.’

(138쪽)

저도 같은 조언을 합니다. 10년 전부터 PD 지망생들에게 블로그와 유튜브를 하라고 권하다가, 오히려 제가 빠져버렸지요. 역시 공부는 남한테 권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게 맛입니다.

 
권성민을 볼 때마다 늘 궁금했어요. 저토록 단단한 삶의 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서울에 방 한 칸 마련하는 과정에서 연철은 무쇠처럼 담금질이 되었구나. 배울 점 많은 후배를 만난 것도 인생을 사는 복이지요. 지혜와 통찰을 꾹꾹 눌러 담은 책을 만나는 건 행운이고요. 이 멋진 저자를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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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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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대문의 2020.05.29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Obviously good luck is important.

    However, no pain, no gain.
    Since he worked hard, he was able to get it.
    A chance comes to the prepared.

    In conclusion, wish me luck PD Kim.
    Have a good day~!

  2. 아솔 2020.05.29 0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권성민작가님 정말 멋진 분인 것 같네요. 저도 요즘 방 한 칸 마련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라 그런지 제목이 참 와닿습니다.. 한 번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3. 최수정 2020.05.29 0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멋진분이 쓰신 책이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4. 섭섭이짱 2020.05.29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우~~~~~~~ 그 머시냐. 긴머리가 잘 어울리시는 권피디님이 책을 쓰셨군요 ^^ 뭔가 모르게 피디님과 닮은게 많다는 생각이 들긴했는데.... 가시나들 컨셉 예능을 만들고.. 두권이나 출간한 작가에.. 마음이 따뜻한 글을 쓰시고..

    피디님 추천책이니 바로 읽을책 목록에 찜해두고 읽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p.s) 브런치 글을 읽어보니 권피디님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알게되네요

    ‪https://brunch.co.kr/@kwsungmin/25 ‬

  5. 아리아리짱 2020.05.29 0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날마다 귀한 양식과도 같은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지혜와 통찰을 꾹꾹 눌러 담은 책' 저도 피디님
    덕분에 만나는 행운 가지렵니다.
    기쁜 주말되세요! ^^

  6. 바람향기 2020.05.29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에 직장에 도착하면 젤 먼저 아침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피디님 글읽기입니다. (제 컴퓨터의 즐겨찾기 메뉴1번입니다)
    오늘 피디님의 후배에 관한 글을 보니 피디님같은 훌륭한 선배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나이에 맞는 어떤 책임감을 무시못하겠더라구요.
    주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선배의 모습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금요일이라 좋은 날입니다.
    늘 피디님게 감사를 전하며~~^^

  7. 꿈트리숲 2020.05.29 1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명을 제쳐야 한다면 도전도 하기전에
    그 부담감에 짖눌릴 것 같은데요. 내 주위에
    한 열명정도 제친다면 살짝 만만해 보입니다.
    그러고 운 한스푼 더해지면 언론고시를
    통과하는 거고요.^^
    이십여년을 실력이 없서 그 고시를 통과못했다
    생각했는데, 전 운 한스푼이 없었던 거네요.

    새벽 두시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퇴근하더라도 눈에 글자를 쑤셔넣는 열정이
    권성민 작가의 통찰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이 글 읽다가 권성민 피디를 검색해봤습니다.
    마음만 아름다운 청년이 아니라 외모도
    아름다우시던데요^^

    닿을 수 없는 리스트만 계속 쌓지 말고
    그때그때 바로바로 챙겨야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8. GOODPOST 2020.05.29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권성민작가의 단단한 삶의 태도가 서울에 방 한칸 마련하는 과정에서
    연철은 무쇠처럼 담금질 되었다.

    저는 왜이리도 이문장이 슬프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 방 하나를 위해...얼마나 독하게 이겨 냈을까?
    작가님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오늘 서점에서 책으로 작가를 만나고 싶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9. 오달자 2020.05.29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력이란 링가링가 놀이하다가 의자에 가까이 있었을때 앉을 수 있는 운.
    그 정도 차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지나고보니 그렇더라구요.
    아등바등 성실히 살아왔는데....결국에는 운좋은 사람만 살아남게 되더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껴 본 사람으로써,
    악착같이 무얼 이루리라~~~ 라는 삶의 태도보다 피디님 말씀처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아라~고 말씀 하신것처럼
    먼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10. 휘게라이프 Gwho 2020.05.29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당~ :-)
    벌써 금요일이네요 .. !! T T ..
    (시간 참 빠르네요~)
    오늘 하루도 파잇팅팅 입니당~ㅎㅎㅎ

  11. 김한소 2020.05.29 14: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12. 아빠관장님 2020.05.29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공부는 남한테 권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게 맛입니다."
    태어나고 40년쯤 지나서 처음 깨달은 사실입니다!

  13. 샬롱영어 2020.05.29 1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포스팅입니다 !!
    꾸준히 포스팅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
    영어회화 블로그인데 정말로 유용한 영어패턴, 표현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어요.
    구독하고 영어요리도 해보세요 !!

  14. 나겸맘 리하 2020.05.30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젊은 철학자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PD가 되면
    보통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자'의 길로 들어서도
    누구 하나 비난할 사람 없을 듯 한데 말이죠.
    이립의 철학자께서는
    그 자리를 의자뺏기로 얻은
    행운 당첨이라 말하시네요.

    내가 가진 재능과 실력을 객관화해서
    타인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들려주는
    기품있는 태도와 인성.
    이런 훌륭한 분을 놓친 MBC가
    운이 없었던 거네요.
    철학자님의 멋진 행보에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15.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5.30 1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루지 말자
    그냥 지금 하자
    우리에겐 마냥 오늘 뿐이니까.."

  16. 그래, 두근두근 책이야 2020.05.31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왔어요.. 작가님^^
    늘 이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시는군요. 습관처럼..
    매번.. 저도..
    결심합니다. 작심3일이 계속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