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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26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17)

학교에서 진로 특강 요청이 오면, '미래형 인재와 창작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합니다. 다가올 미래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활약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남이 시킨 일을 하는 건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따라가기 힘들어요. 미래형 인재가 되는 길은 창작의 즐거움을 익히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딸 민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알투스의 서재'라는 곳에서 글쓰기와 그림을 배웠어요. 어린 시절에 창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민지는 자신의 손으로 그림책을 완성했어요. 힘들지만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해요. 공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있어요.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 / 카시오페아)

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아 선생님은 서점에 갔다가, 문득 수많은 어린이 책들이 어른의 목소리로 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들을 설득하고,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고민에 결론을 내린 책이라는 걸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에 그림책 창작 수업을 시작합니다. 학급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듭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을 만들어주려고 선생님은 소량 인쇄와 독립출판을 공부해요. 교무실과 행정실의 빈 복합기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의 그림을 스캔하고, 포토샵 작업하고, 편집하고, 인쇄까지 해나갑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어엿한 그림책 작가가 됩니다.  

'그림책 창작 수업 시간에 자기 손으로 끝까지 만들어낸 그림책을 손에 들고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림책을 다 완성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뭘 깨달았을까?"

"제 이야기 방식이 틀렸다는 사실이요."

순간, 아이를 쳐다보던 내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 어떡하지? 이미 인쇄까지 다 마쳤는데...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다시 수정해보자고 말해야 하나?'

마음속으로 걱정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나를 쳐다보면서 아이가 다시 입을 뗐다.

"근데 그걸 깨달았다는 것 자체가 제가 조금 더 성장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쉽지 않았어요."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의 다른 이름이 '성장'이라는 사실을 아이는 그림책 창작 과정을 통해 몸소 이해했다. 하나의 과정을 자신의 몸으로 통과해보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삶의 진리를 아이는 그림책 창작 수업을 통해 깨우쳤다.' 

(14쪽) 

창작에 어찌 즐거움만 있겠습니까. 좌절도 있고, 시련도 있고, 고난도 있어요. 그걸 하나하나 겪어내면서 성장하고 결국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요. 창작의 즐거움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저는 블로그 예찬론자입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미디어 중 가장 쉽고 편한 것이 블로그거든요.  

그림책을 공부하는 선생님답게 좋은 그림책을 여러권 소개해주십니다.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민서가 어렸을 때 재미난 책을 더 많이 읽어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블로그가 있어 다행이에요. 다른 독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는 부모님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

'아이들은 가슴속에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구나.'

아이들이 자신의 말과 글로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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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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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20.05.26 06: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정규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동화책을 만들 '시간'을 주면 좋겠어요. 만화그림만 보고 옷본을 뜨고 옷을 만들어내는 스무살 작은딸을 보며 기쁨과 안도를 느낍니다.

  2. ☆찐 여행자☆ 2020.05.26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가 굉장히 현명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게 기특하네요 :)

  3. 나겸맘 리하 2020.05.26 0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방식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그 깨달은 지점이 바로 성장이라는 걸
    말하는 초등생이라니...놀랍네요.
    그림책수업을 통하지 않았다면
    이런 빛나는 순간이 늦게 오거나
    혹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아이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보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주입하는 방식말고
    아이들 내부에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통한다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실패는 없는거죠. 오로지 경험만 있을 뿐이죠.
    그렇게 여기면 세상 모든 도전이 만만해 보일 듯 합니다.
    피디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4. 김주이 2020.05.26 0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스로 깨닫는 과정도 멋지고
    부족한 것을 인정하는 용기도 멋지네요👍👍👍
    정말 멋지고 좋은 수업같아요.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들을 이끌어내고 독려해주는 일

    저도 그럴수 있었으면 합니다

  5. lovetax 2020.05.26 0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이 글을 읽고 또 반성하게 됩니다 !ㅜㅠ 저의 첫째가 책만들기을 무척 좋아해서 매일 그림그리고 글을 써서 책을 만들고 있어요 ㅎㅎ 예를 들면 층간소음으로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혼났을때(?)ㅜㅠ 귀가 밝으신 아랫집 아주머니 라는 제목으로 한권...기르던 햄스터가 탈출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을때는 햄스터 탈출기.. 뭐 등등 10권정도를 만들었는데 엄마는 그것을 어떻게 해줄까 고민만 하고 (처음엔 포토북으로라도 만들자 했는데^^;;) 아무것도 실천을 못했어요! 다시한번 반성하고!!! 책으로 탄생항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연구하겠습니다 ㅎㅎ 이책을 어여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6. 인대문의 2020.05.26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ear Kim PD

    Brilliant!
    I like the theacher's teaching method.

    I remember an experiment.
    Someone put a computer in a poor neighborhood and children learned how to use computer without a teacher.

    I don't think we have to go to the Ivy league universities to get the best lectures.

    We can learn anywhere if we have a passion to learn not only children but also adults.

    Thank you and have a good day!

    • 2020.05.26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20.05.27 0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민식입니다. 영어 댓글도 좋은데요? 아마 그루님이 비밀댓글로 쓰셨나봐요. 제가 독자의 댓글을 함부로 변경하지는 않거든요. ^^ 영어로 댓글을 쓰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최고의 영작 공부지요. 화이팅입니다!

  7.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5.26 08: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인간적일 수 있는 삶은 곧 창의적인 일을 해나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됩니다.^^

  8. 꿈트리숲 2020.05.26 08: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책 한권의 힘이 엄청 나군요.
    백마디 말보다 더한 감동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림책은 아이건
    어른이건 언제 보아도 좋다 싶어요.

    수많은 어린이 책이 어른의 목소리로
    쓰였다는 것,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선생님은
    그걸 캐치햐셨네요?
    그러므로 그림책이 한단계 진화환거겠죠.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정말 그림책 다운
    그림책으로요.

    창작의 즐거움을 나이 사십이 넘어 블로그
    하면서 느끼고 있는데, 일찍이 자기 손으로
    그리고 오리고 편집하고 인쇄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재미를 갖고 있을까요.
    그 아이들에겐 세상이 참 풍요로워 보일 것 같아요.

  9. 아리아리짱 2020.05.26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아이들은 가슴 속에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구나!
    이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힙니다.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획일화 시키려 했던 무지막지했던
    잘못들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10. 샘이깊은물 2020.05.26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말과 글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는 건 그 아이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지요. 그런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른이고 싶습니다.^^

  11. 휘게라이프 Gwho 2020.05.26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앙 .. !!
    사진과 글이 참 편안하게 보이네요~ㅎㅎ

    좋은 글 잘보고 가요 !! :-)
    제가 공감까쥐 누르겠습니당 >_< ㅋㅋ

  12. 호랑이 가면을 쓰고 다니는 고양이 2020.05.26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슬아맘 2020.05.26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작하면서 좌절과 힘듬을 극복하고 얻는 기쁨을
    이른 나이에 알게되는 어린이들이 부럽네요 ^^
    저의 애가 어려서 책 만들기를 알았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50이 ㅋ 다된 저는 어떤 창작의 기쁨을 배워야 하나?
    하고 고민 들어 갑니다. ㅋㅋㅋ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 2020.05.27 0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20.05.27 06: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솔님, 반갑고도 고맙습니다. 다음에 뵐 때는 꼭 닉네임을 말씀해주세요. 댓글에서 자주 뵙는 분을 실제로 만나면 정말 반갑거든요. 실은 제가 정토회 행자고요. 깨장도 다녀오고 불대도 다녔습니다. ^^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드러내고 이야기는 잘 못하지만요. ^^ 스님께 함께 배우는 도반이라 더 반갑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