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71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버지는 평생을 못난 아들 걱정하며 사신다. 어려서 내 글씨는 지렁이 기어가듯 악필이었다. 아버지는 글씨를 잘 써야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하셨다. 직장에서 보고서를 다 손으로 쓰던 시절이다. 중학교 때 서예학원에 가서 펜글씨까지 배웠지만 발전이 없었다. 문과에 가면 악필이라 먹고 살기 힘들다며 아버지는 내게 공대 진학을 강요했다. 훗날 컴퓨터 덕분에 글을 쓰는 게 아들의 취미이자 부업이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모르셨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방송 노조 부위원장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염려하실까봐 사실을 숨겼다. 하필 검찰이 나를 업무방해로 고발하고, 경찰에서 출석 요구서를 집으로 보내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아버지는 혀.. 2020. 3.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