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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부담감

2019.04.23 06:21
오랜만에 고민 상담 시간입니다. 

Q: 안녕하세요~
최근에 저는 공무원시험을 응시했습니다. 나이는 올해30, 남자이구요. 올해도 결과가 좋지못하네요ㅠㅠ 요새는 의욕을 잃고, 이것마저도 해내지 못하는 제가 원망스럽고 최근에는 전화도 일시중지할 정도로 사람 만나는 것조차 꺼려집니다. 갑자기 나이도 29에서 30으로 앞자리가 부지불식간에 바뀌었고 뭔가 성과를 내야하고 앞으로 나가야하지만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 제가 너무 무능하게 느껴지는데 혹시 pd님께서 제게 해주실 인생선배로서의 조언, 짧게라도 구하고 싶습니다.

A:

질문이 올라온지 한참 되었습니다. 계속 고민했어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살아온 시절보다 요즘이 훨씬 더 어려워서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걷기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얼마 전, 태릉백세길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시에서 펴낸, <서울, 테마 산책길>이라는 책을 샀거든요. '아, 이런 곳도 있구나! 한번 걸어보고 싶다', 해서 태릉백세길로 갔습니다. 2시간 정도 불암산의 능선을 따라 산책한 후, 집으로 돌아왔어요. 삼육대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요. 몇 정거장 지나 안내가 나왔어요. 

"이번 정거장은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공원입니다. 다음은 화랑대 사거리입니다."

저는 6호선 화랑대역에서 전철로 갈아탑니다.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야할까요?


1.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공원

2. 화랑대 사거리


여러분의 선택은?

여기가 태릉 백세길입니다. 

1번, 2번 중 답을 정하셨나요?


네, 정답은... 3번입니다. 

"뭐야?" 싶지요?

네, 그 다음 정류장이 '화랑대역 1번 출구'더군요. 


버스 안내 방송은 이번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까지 알려주지, 그 다음에 화랑대역 1번 출구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죠.


잘못 내렸어요. 화랑대역 공원에 내려서 아무리 둘러봐도 전철역은 안 보여요. 이미 두 시간을 걸어서 다리가 아픈데, 세 정거장을 걸어 전철역까지 가려니 갑자기 바보같은 짓을 한 나자신에게 짜증이 솟습니다.

  

화가 날 때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여행자의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봅니다.

처음 정류장에 내려서 전철역을 찾아 주위를 스캔했다면, 이제는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둘러 봅니다.

그제야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공원입니다. 폐선 부지에 걷기 좋은 공원을 조성했어요.

기차도 있고 철길도 있어요.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은근 즐길 게 많은 곳입니다.


'내가 이런 멍청한 짓을?' 하는 순간, 주위를 둘러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찾습니다. 자기합리화의 방편을. 내가 여기에 내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내 눈앞에 보기가 한정된 탓입니다.
87년 대학 1지망에서 떨어졌을 때, 적성에 맞지 않는 과에 갔어요. 그때 힘들어하는 제게, 아버지는 2개의 보기를 제시하셨어요.

1. 재수를 한다. 성적을 올려 의대에 진학한다.
2. 재수를 한다. 성적이 안 오른다. 그럼 군대를 간다. 갔다 와서 마음 잡고 공부해서 다시 의대를 간다.

2개의 보기 중에 제가 원하는 답은 없었어요. '그냥 적성에 안 맞는 공대를 계속 다닌다. 전공을 포기하는 대신, 영어를 공부한다.'라는 3번 보기를 선택했지요. 

위기가 닥쳐오면 우리의 시야는 좁아집니다. 마음이 급하거든요. 그럴 땐, 조금 물러나 거리를 두고 다시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나 걷기, 명상, 운동, 취미 활동을 통해 조금 마음을 편하게 한 후, 다시 보면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던 보기가 보일지도 몰라요. 

질문을 보고, 한참을 고민했어요. 나이 먹는 부담감을 어떻게 할까? 
나이 30에 방송사 입사했을 때, 동기들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이었어요. (96년에는 그랬어요.) 나이 40에 드라마국으로 옮겼을 때, 조연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이 50에 유배지에서 일하며, 피디로서의 경력은 끝났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사는 건 매 순간이 그냥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떡하나요. 내 인생인데. 꾸역꾸역 살아야지요. 

나이는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그런 일을 찾을 때, 제게는 조건이 있습니다. 오로지 내가 마음 먹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독서든, 영어 공부든, 글쓰기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님에게는 그런 일이 무엇일까요? 공무원 시험의 결과는 내 뜻대로 할 수 없어요. 취미든 운동이든, 공무원 시험준비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정하고, 그 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으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명쾌한 답을 드리지못해 죄송합니다. 삶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답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길 밖에 없는 것 같아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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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9.04.23 0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해진 답도 정해진 길도 없고 오로지 내가 선택한 순간 나의 길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두렵고. 그래도 피디님말씀처럼 하루하루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다보면 나의 길이 분명 나온는 순간이 있을테니 힘내세요!

  2. 꿈트리숲 2019.04.23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아버지는 언제나 기승전 의대!! 셨군요.^^
    보기에 없는 답을 선택하신 용기 덕분에 오늘
    피디님 글을 볼 수 있는거겠죠.

    저도 고민남 처럼 29에서 30 넘어가는 그 나이에
    엄청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해놓은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 그때의
    고민들이 제 글감이 많이 되고 있어요.
    아직은 몰라요. 지금은 눈앞이 안개로 뒤덮였더라도
    계속 가다보면 눈이 맑아집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의 하지현 선생님이 알려주신
    자아 고갈 체크리스트로 한번 체크해보시고
    고갈되는 걸 막아보면 어떨까 싶어요.
    배고픔, 통증, 수면부족, 촉박한 시간, 금전적 압박
    요 다섯가지 입니다.
    고민남님^^ 화이팅~~

  3. 아리아리짱 2019.04.23 07: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사는 건 매 순간이 그냥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내 인생인데, 꾸역꾸역 살아야지요.'

    이 표현에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우리모두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면서 꾸역꾸역 살아 내는 거인거죠.
    그러니 내가 나를 기쁘게 해 줄 수있는것,
    내가 마음먹은대로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꼭 잡아야 한다에 저도 한표입니다.

  4. 헤니짱 2019.04.23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말씀에 제가 더 감사한 아침입니다~ 오늘은 짬짬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5. 체리짱 2019.04.23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함께 차분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4.23 09: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을 많이하게 되네요~~!!

  7. 김주이 2019.04.23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책과 글들을 읽으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좋아서 매달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난 뭘 잘하나
    사실 딱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내가 이렇게 재미없게 살았나 싶을만큼요.
    저의 색깔을 찾고 싶은데 취미와 특기를 쓰는 공란조차 저에게는 참으로 채우기 어려운 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것
    조금이라도 하면서 즐거워했던 것
    내가 잘하고 싶은 것
    그런것들을 찾아서 해보자 마음 먹었어요.

    PD님 말처럼 답을 찾는 노력을 포기하지않고 꾸준히 가는 길밖에 없겠다 싶었어요.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아직은 블로그 초보이지만 그날 이 후 반년째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영어책을 샀어요.
    아직 한권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가 되었고 특기는 영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30대 후반이지만 이제 시작한 일들에 재미를 붙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 영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을 올리신 분도 본인의 색과 영역을 잘 찾으시기를 기도합니다.

  8. 오달자 2019.04.23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피디님 말씀에 와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역시 피디님을....특별하시다!

    가만 생각해보니 질문자님 말씀처럼 저 또한 남들보다 늦게 대학엘 갔고 남들보다 늦게 결혼도 하고 평균적으로 남들보다 한 발씩 늦은 삶을 살아온듯 합니다만~~
    피디님 말씀처럼 보기가 2 개인데 선택의 문항은 미지수인 "삶"이라는 문제를 풀기에는 저의 인생이 너무도 짪은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짪은 생. 우울하게 지낼 시간이 없다고 봅니다.
    정거장 잘못 내렸다가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으니 피디님 말씀처럼 그져 묵묵히 걸어가시기를 질문자님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9. 정현옥 2019.04.23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질문에 대한 고뇌의 답변 감사합니다.
    어떻게 현실적 어려움애 대한 답을 풀어나갈까? 기대감을 가지면 읽어나가는데
    역시,,내 주변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가는 모습에
    한번더 감탄합니다.
    pd님이 삶에서 묻어나오는 인생의 내공의 답변을.

    님에게는 합격이 최대 목적이겠지만,
    내 뜻대로 할수 있는 일을 하나 정하고 그 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하루하루 성장하는것으로
    내 삶의 의미를 찾을수 있으면 좋겠다.
    꼭 오늘을 사는 나에게 얘기하는것 같아,,나를 더 돌아보게 합니다.

  10. jshin86 2019.04.23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질문에는 정답이 없는거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특히 한국... 살아 가기에는 정말 힘든 시기인거 같읍니다.

  11. 섭섭이짱 2019.04.23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고민 사연을 피디님에게 얘기한것만으로도
    이미 고민 해결을 시작한거라고 봅니다.

    그 동안 피디님 강연, 글, 인터뷰 등등에서
    고민 상담 답변하신걸 많이 듣고 보고 읽어왔는데요.
    그 중에 기억남는게 "모든 답은 책에 있다" 라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갸우뚱하기도 했고...
    책이 좋아서 하시는 말씀인가보다 생각했는데요..
    요즘 책들을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라고요.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당연히 책 내용이 내 고민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나도 해볼까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는 책이 많은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오늘 한번 시간 내셔서 도서관이나 책방 가셔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책들이 있는지 함 둘러보세요
    생각보다 의외로 많을거에요..
    구글 검색에 도서 항목으로 검색하시면
    책의 있는 문구들도 검색해주니 그런것도 함 이용해보시고요..

    그리고, 약간 의기소침해지신거 같은데
    이럴때 피디님 강연 함 들어보세요..
    강연들으면 정말 에너지 만땅 받아서 힘나실거에요.
    요즘 피디님이 전국팔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많은 곳에서 강연다니시니 기회되시면 들어보세요.

    어디서 하시는지 모르시겠다고요.....
    👇아래 일정으로 강연하시니 신청해보세요.
    (자세한 신청 방법은 검색해보시면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4.25(목) 10:00 (안양 동안평생교육센터)
    4.27(토) 10:00 (부천 꿈빛도서관)
    5.01(수) 16:00 (건국대학교 종합강의동(구 법학관) 102호)
    5.21(화) 10:00 (서울 구로구청 본관 대강당)
    5.25(토) 10:00 (고양 가좌도서관)
    6.12(수) 19:00 (안산 중앙도서관)

    그래도 시간이 안되신다면 예전에 피디님이
    고민상담을 하신 라디오 프로가 있었어요..
    <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라고..
    정말 다양한 사연에 대해 답변해주셨는데요.
    이것도 들어보시면 도움이 되실거에요.
    모든 방송이 피디님이 출연하신건 아니고
    처음 시작 하시다가 중간에 드라마 촬영때문에 그만두셨는데요..
    시간되시면 이 방송도 처음부터 쭉 들어보세요.

    http://www.podbbang.com/ch/15412


    그럼, 고민 잘 해결되시길 바랄께요..
    아자아자 파이팅~~~~~~~

  12. 뽀로로 2019.04.23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항상 잘 보고 있어요~건강하세요~

  13. 시은러브 2019.04.23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출근을 하고 보니, 일년전 멈추었던 이명 증상이 아침부터 귀가에서 맴돌았어요...세상 일 참 쉽지 않고 하루하루 지내는 것 역시 쉽지 않지만 다시금 저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하루를 채워보기로 합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14. 봄처녀 2019.04.24 1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민하셨을 법한 질문이네요~~ 저는 올해 들어서 이제 곧 50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조급한 거에요 이것도 해야할것 같고 저것도 해야할것 같고... 결론은 아예 안하는 것 보단 조금씩 해보니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정해지더라구요^^그래도 조급한 마음이야 있지만... 피디님 말씀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질문주신 청년 힘내세요!!!

  15. 샘이깊은물 2019.04.26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갑할 때, 짜증이 올라올 때.. 조금 물러나 거리를 두고 가만히 둘러봅니다. 그러면 제 안의 맑고 투명함, 밝음, 따스함을 일깨우는, 제가 자꾸 잊어버리는 귀한 정신이나 태도를 슬며시 일깨워 주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차차 혹은 한순간에 마음이 새로워지고 에너지가 퐁퐁 솟아올라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 삶의 의미를 찾는, 제게 딱 맞는 방식인 것 같아요. 나를 더 사랑하게 되고 나에 대한 믿음이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