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11 영희의 두번째 걸음 2015년 가을, 인사발령으로 드라마국에서 쫓겨났을 때, 너무 괴로웠어요. 사랑하는 회사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 같았죠. 남은 평생, 좋아하는 드라마 연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힘든 건 나 자신을 향한 자책이었어요. '내가 유명한 피디였다면 회사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내가 평소 윗사람들에게 잘 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그때 노동조합 집행부를 한 게 잘못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은 나를 더 힘들게 했지요. 무엇보다 힘든 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어요. 작가도, 배우도, 친구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다음 작품 언제 하세요?' '좋은 대본 있는데 혹시 MBC에서 편성이 가능할까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그런 일상적인 질문들이 저를 힘들게 했.. 2018. 6.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