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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시트콤 '루이'에서 배운 교훈

by 김민식pd 2015. 12. 7.
엘 찰텐의 세로 토레 트레킹을 끝으로 파나고니아 여행을 마무리했다. 하루 20킬로를 걷고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그때는 재미있는 미드나 시트콤을 시청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요즘 즐겨보는 미드는 '브레이킹 배드'고, 즐기는 시트콤은 '루이'다.

이하, 루이 시즌 2 에피소드 4 시청 소감.

주인공 루이는 내가 좋아하는 전설의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처럼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그는 카지노에서 코미디 쇼를 한다. 카지노 손님들을 위해 도박장 한켠에 마련된 무료 공연인지라 관객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이들을 잠시 웃겨주고 기분전환한 뒤 다시 한 판 하라는 카지노의 배려겠지. 쇼에 대한 호응은 확실히 유료 관객이 좋다. 공연에 몰입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멍하니 딴 생각하려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입장할 필요가 없지. 반면에 공짜 손님은 반응이 없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언제든지 일어나 미련없이 나간다. 다시 룰렛이나 한판 해야지, 뭐. 루이가 한창 개그를 하는데 어떤 손님이 일어나 나간다.

"지금 제 쇼 안 보고 도박하러 가시는 거에요? 가면 또 잃을텐데. 여기 호텔 주인이 도널드 트럼프잖아요. 트럼프랑 여러분 중 누가 더 부자에요? 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카지노에 바치나요. 트럼프는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백만장자인데 말이죠."

결국 루이는 호텔 매니저에게 불려간다.
"어이, 어이.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그런 조크를 하면 어떡해?"
"사람들이 제 쇼에 집중을 안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여기 자네 쇼 보러왔어? 게임 즐기러 온 사람의 흥을 꼭 깨야해?"
루이, 순간 자존심이 팍 상한다. 
"아, 됐어요. 제가 그만둘게요. 그럼 되잖아요."

홧김에 일을 때려치우고 나오는 루이. 나오다 대극장에서 어떤 노장 여성 코미디언의 쇼를 보게 된다. 나이 60에도 무대에서 펄펄 나는 모습에 감동 받은 루이, 끝나고 대기실에 찾아간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은 오늘 일을 때려치웠다고 말한다.

이하, 노장 코미디언 조앤 리버스와 루이의 대화.

조앤: 그만뒀다고?
루이 : 네.
조앤: 왜?
루이: 상황이 하도 '족'같으니까요. (루이의 표현이 그렇다. 참고로 이 시트콤은 성인용이다. 표현이 많이 거칠다. 이거 보고 회화 공부하면 욕만 는다. ^^)
조앤: 그래도 그만두진 말아야지. 잘리는 거야 할 수 없지만, 스스로 때려치우진 말아야지.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루이: 버티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까요?

조앤 리버스, 루이를 잠시 바라보더니...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상황이 좋아질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 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시트콤을 보다 말고 순간 멍해졌다.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않고 버틴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랄 수는 있다. "나 이제 때려치울거야!" 하고 물러나면 나의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적어도 버티는 자에게 한계란 없다.아무리 힘들어도,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버텨야겠다.

켈리 클락슨도 노래하지 않는가.'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사실 영어공부도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 초반에 기초 회화를 암기하는 것은 정말 힘든 공부다. 그런데 이 힘든 과정을 6개월만 버티면 머리에 영어의 기초가 확고하게 들어선다. 이 과정이 없이 그냥 즐거운 공부로 넘어가면 즐겁기만 하지 효과가 없다. CNN뉴스를 틀어놓고, 영어 공부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아는 단어만 들리고 모르는 단어는 죽어도 안 들린다. 테러리즘, 파리스, 프레지던트, 언뜻언뜻 들리는 단어 몇개로 내용을 추리하고는 자신은 CNN 뉴스의 70%를 알아듣네 어쩌네 한다.

자신이 정말 CNN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뉴스를 녹음해놓고 반복해서 틀어서 문장을 받아써보시라. 자신이 써놓은 문장을 보면 자신의 청취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온다. 30%도 받아적지 못했다면, CNN 청취 하지 마시라. 시간 낭비다. 힘들고 뽀대는 나지 않아도 그냥 기초 회화를 듣고 따라하고 외우시라. 힘든 초급 영어를 100% 완벽하게 정복하지 않고 그냥 중급자 코스로 넘어가면, 허공에 탑 쌓는 일이고 밀물 앞에 모래성을 쌓는 일이다. 기초가 없으니 금세 무너진다.

취미삼아 하는 공부라면 그냥 즐겁게 해도 된다. 하지만 내 인생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싶다면 무조건 책을 외우시라. 힘들어도 그게 가장 오래 가고 가장 남는다. 빌딩을 높이 더 화려하게 지으려면 보이지않는 땅속 기초 공사에 더 공을 들이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 주춧돌 공사에 힘을 들여야 높고 멋진 빌딩이 설 수 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을 견디고 버티는 그 공부 과정에서 내 속에 무언가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힘든 시간은 훗날 뿌듯한 자부심으로 돌아온다. 그게 힘들어 요령을 피우고 설렁설렁 넘어가면 영어도, 사람도, 나아지기 힘들다.힘들다고 포기하면 딱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버텨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내가 더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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